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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욱 Sep 08. 2020

페인팅 나이프

스페츌라: 조리 도구 리뷰

페인팅 나이프

길이 22omm(날 부위는 110mm)
무게 22g

 주방에서 흔히 보는 소형 스페츌라와는 미묘하게 틀린 점이 있었다. 내가 아는 스페츌라와 비교하면 디자인뿐만 아니라 날의 얇기, 부드러움, 탄성 등이 좀 더 섬세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후배 직원들이 사용하는 것을 한동안 보다 궁금증이 생겨 구글링을 해보고 기물 업체가 업장에 들렸을 때 문의를 해봤는데, 결론적으로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왼쪽이 날, 오른쪽은 손잡이다. 디자인부터가 범상치 않다.



 나름 기물에 대해 안다고 자부하던 성격이라 웬만하면 혼자 답을 내보려고 했는데, 호기심이 너무 커져서 결국 열심히 일하는 직원 옆에서 넌지시 ‘도대체 저 기물은 어디서 구할 수 있는 거니?’라는 질문을 던졌다. 대답은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아~~ 저거 페인팅 나이프예요. 화방에 가시면 구매 가능해요’

 뭔가가 머릿속을 딩~ 하고 치는 충격을 받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모르는 내용도 아니었다. 토마스 켈러(thomas keller: 미국의 전설적인 쉐프)의 레스토랑 프렌치 런드리(french laundry)에서도 페인팅 나이프를 사용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분명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에서 얻은 지식이 실전에 녹아들기 전의 상황이었고 내가 가지고 있는 기물에 대한 지식이 너무 고지식했던 터라 저런 류의 기물을 요리에 활용할 것이라고는 정말 꿈에도 상상 못 했다.

(출처: google) 구글에서 페인팅 나이프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결과. 스페츌러 하고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소형 스페츌라는 일반적으로 섬세한 물건을 들거나 페이스트류 같은 찐득한 재료를 얇게 펴 바르는 데 사용한다. 가끔씩은 버터 같이 무른 식재료를 잘라내는데 사용도 가능하다.

 페인팅 나이프와 스페츌라의 결정적인 차이는 강재의 얇기에서 오는 부드러움과 탄성이었다. 강재가 얇기에 식재료를 들어 올려 옮기기에는 적당한 느낌은 아니었다. 가능은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식재료의 무게를 못 버티고 휘청 거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off set(구부러진) 스타일의 스페츌라. 식재료를 들기에 좋은 디자인이다.




하지만 얇게 펴 바르는 능력과, 젤리류나 말린 칩을 바닥에서 조심스레 때어내는 능력이 정말 탁월하였다. 얇게 펴 바르는 능력이야 페인팅 나이프니 당연할 것이다. 그렇게 사용하라고 만든 기물이니까 말이다. 내가 놀랐던 포인트는 섬세한 젤리류를 바닥에서 때어낼 때였다. 일반적으로 아무리 실리콘 패드에서 조심스레 작업을 하여도 저런 식자재는 때어내는 과정에서 자주 부서진다. 그런데 얇고 탄성 있는 날이 바닥에 딱 붙어서 섬세한 재료들을 부서짐 없이 깔끔하게 때 내고 있는 것 아닌가.

쉽사리 부서질 수 있는 식재료 밑을 파고드는 능력은 최고이다.
이 정도로 구부려도 문제없이 복원된다. 탄력성이 어마어마하다.




 거기에다 날이 얇아서 칼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젤리류를 자를 때 사용해도 무방한 날카로움도 가지고 있었다.
사실 이 기물은 거의 한두 가지의 용도로만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범용성이 매우 낮은 제품이다. 아마 기존의 기물 업체에서 이런 기물을 생산하지 않는 이유는(물론 내 능력이 부족해서 못 찾았을 가능성도 크다) 범용성이 낮아서 판매가 힘들며 날의 특성상 일반적인 스페츌라처럼 사용 시 내구도에 문제가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실하게 특화영역이 있는 기물이다. 그것도 레스토랑에 따라서는 꼭 필요한 특화영역이다. 만일 본인이 미슐랭 급의 고급 레스토랑 가드망제에서 일을 한다던가 아니면 그런 정교한 요리를 꿈꾸고 있다면 하나정도 장만할 가치가 있다. 반대로 단순히 가정에서 요리를 하거나 대규모 요리를 주로 해야 한다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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