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다짐기: 조리 도구 리뷰
무게: 260g
길이: 160mm
재질: 스테인레스
마늘은 한국에서 사용되는 식재료중 상당히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마늘은 재료의 카테고리상 스파이스에 해당된다. 이러면 조리 비전공자들은 ‘아니 마늘이 넛맥같은 제대로 듣지도 보지도 못한 같은 식자재와 동급 취급이라는 거야?’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게 맞다. 한국인 입장에서 마늘이 친숙해서 많이 넣어도 거부감이 없을 뿐 그 향은 매우 강렬하다.
내가 일했던 업장에서는 마늘을 썬 도마는 꼭 수세미에 퐁퐁 묻혀 박박 닦은 후 식기세척기를 돌리면서 일했다. 다음 식재료의 향에 영향을 크게 주기 때문이다. (굳이 도마에 다지지 않고 간 마늘을 주문해서 쓰면 되지 않냐라고 물어본다면 ‘정말 심각하게 맛 차이가 난다’고 말해주고 싶다. 마늘이 중심적으로 들어가는 음식을 만들어 보면 그 누구나 그 차이를 인정한다.) 마늘향이 나는 수박을 먹어보았는가? 나는 어렸을 적에 어머니가 썰어주시던 수박에서 저러한 유쾌하지 못한 경험을 자주 하였다. 거창한 분자요리가 아닌 단순히 도마 관리가 안되면 저런 불상사가 일어난다.
재미있는 점은 평소에 그렇게 마늘을 많이 먹고 좋아하는 사람일 지라도 마늘이 들어가지 않아야 할 음식에 마늘향이 살짝이라도 나면 질색팔색 한다는 점이다. 두 번이나 이야기하지만 마늘은 스파이스이며 향이 그만큼 강렬하다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소리이다.
이러한 점을 해소시켜주는 제품이 마늘 다짐기이다. 이 제품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도마에 마늘냄새를 피하고 두 번째는 최고로 신선한 마늘향을 제공 가능하다는 것이다. 가정에서는 첫 번째 장점이 돋보이고 라멘집 등에서는 두 번째 이유 때문에 바 카운터에 고객용으로 비치한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마늘 한 톨을 넣고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힘을 주면 마늘이 작은 구멍 사이로 으깨져서 나온다.
사진은 다이소 1000원짜리, 만원이 안 되는 이케아 마늘다짐기다. 이케아의 마늘 다짐기 손잡이 길이는 짧고 굵기는 두껍고 무거운 편이다.(260g이면 웬만한 부엌칼 이상의 무게다. 상당히 묵직하다는 소리다) 우선 손잡이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손잡이가 두꺼워질수록 마늘을 으깨는데 드는 힘이 감소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마늘 다짐기의 무게가 무거운 편이다. 참고로 내 주인님은 손 힘이 세지 못하여 해당 제품으로 두 손을 사용해도 마늘 하나 으깨는데 힘겨워한다. 힘이 연약한 주부라면 최대한 길고 두꺼운 손잡이를 가지며 기본 무게가 어느 정도 있어서 그 자체 무게로 마늘을 눌러줄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마늘을 사출 하는 구멍의 크기는 다이소 제품이 약간 큰 편이다. 구멍의 크기에 따라 마늘 으깨진 입자 크기가 결정된다. 구멍이 크면 마늘이 거칠게 나오고 구멍이 작으면 작을수록 곱게 나오겠지만 으깨는데 드는 힘은 증가한다.
이 제품의 프레스 하는 부분은 이격 없이 결합이 잘 되어 있다. 그래서 마늘이 으깨는 중간에 여분의 마늘이 잘 안 튀어나오는 편이다. 이 부분이 고급형 제품과 대중적인 제품과의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 마늘 하나 으깨는데 1/3 정도가 옆으로 삐져나오면 ‘내가 이 제품을 왜 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늘 사출 하는 구멍이 탈착형인 것도 꽤나 큰 장점이다.
업장에서는 추천하기 힘든 기구이다. 업장에서의 사용량을 고려하였을 때 차라리 칼로 대량으로 다진 후 도마를 깨끗이 세척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가정에서 도마에 냄새가 배는 것이 싫고 그때그때 한두 톨의 신선한 마늘향을 추가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제품이다. 개인적으로는 집에서 매우 잘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다. 참고로 내 주인님은 마늘 다짐기로 마늘을 망치처럼 쳐서 다진다.
이 제품의 무게 특성상 가능한 일이긴 한데...... 굳이 이 제품을 사용하여 도마에 왜 마늘향을 배게하는지....... 덕분에 난 오늘도 이해가 아닌 깨달음을 얻는다. 기물 사용도 본인 기준에 편한 대로 사용하면 된다는 교훈을 말이다.
*이 글은 제가 구매한 제품을 제가 가지고 있는 기준에 따라 리뷰하는 글입니다. 제 칼. 제 기물이 아니면 아니라고 분명히 명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