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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욱 Oct 14. 2020

프라이팬용 뚜껑을 따로 판매하는 이유

뚜껑을 덮어야 하는 요리,  덮지 않아야 하는 요리

 지름신이 온 어느 날 인터넷 쇼핑으로 쿡웨어 세트의 구성을 확인하다가 순간적으로 의아했던 적이 있다. 냄비류 등의 쿡웨어에는 뚜껑이 같이 구성돼서 나오는데 프라이팬의 넓은 면적의 기물은 뚜껑이 따로 구성돼서 나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같이 구성해놓으면 좋을 것 같은데 왜 굳이 프라이팬용 뚜껑을 구성하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아보려면 뚜껑을 덮는 이유와 거기에 맞는 요리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출처: all clad 홈페이지)  대부분의 쿡웨어 세트에는 프라이팬용 뚜껑이 구성되어 있지 않다.



따로 구매한 프라이팬용 뚜껑.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구입하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뚜껑을 덮는 이유 3가지


 뚜껑을 덮는 이유는 크게 3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흩어져 나가는 열에너지를 모아서 효율적으로 요리를 하기 위한 것. 두 번째는 날아가는 수분을 잡아서 수분 이동을 막는 것. 마지막으로 기름등이 밖에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뚜껑을 덮는 이유는 크게 3가지이다. 아마도 가정에서는 3번째 이유로 많이 덮을 것이다.


 첫 번째는 이유는 습관이 되면 효율적인 요리가 가능하다. 라면이나 국을 끓이기 위해 몇 분 동안 물을 끓일 때 뚜껑을 덮으면 공중으로 발산되는 열이 냄비 안에 돌면서 물이 끓기까지의 시간이 줄어든다.


 두 번째는 음식의 맛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대부분의 요리는 조리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수분을 내뿜는다. 이 수분을 가둬 두느냐, 아니면 배출하느냐에 따라 요리의 성격이 달라진다.  


  - 뚜껑을 열고 만드는 요리 - 바삭하게 구워야 하는 구이, 고기볶음 , 전 등

  - 뚜껑을 닫고 만드는 요리 - 찜, 국 등 수분이 많이 들어가는 요리


 이 두 요리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건열 조리'와 '습열 조리'라는 것이다. 건열 조리에서는 필요 이상의 수분은 요리 퀄리티에 방해가 된다. 그러기 때문에 조리 시 뚜껑을 열어 최대한 수분을 수증기로 날려 없애야 하고 습열 조리는 일정 이상의 수분이 필요하기에 뚜껑을 닫고 그 수분을 가둬서 사용하는 것이다.  

무볶음등을 만들때 뚜껑을 닫으면 수증기로 날아가버릴수 있는 식재료의 수분을 재활용할 수 있다. 만일 뚜껑을 열고 조리하면 이러한 수분이 전부 공중으로 날아간다.


세 번째는 가정에서 요리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생선이나 삼겹살을 집에서 구우면 주방이 초토화가 된다. 그래서 구울 때 튀지 않게 뚜껑을 덮는다. 집에서 요리를 안 해본 사람들이나 오히려 요리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신 분들은 ‘그거 뭐 별거라고’ 말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별거 맞다. 이미 온 사방에 튀어버린 기름 때문에 미끌거리는 주방 바닥을 걸어가면서 ‘내가 이 요리를 왜 하고 있을까’ 하는 한탄을 주부라면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그래서 기름이 필연적으로 튀는 튀김류의 음식은 집에서 기피하는 1순위 요리가 되어버린다. 제대로 된 튀김도 안 되는 에어 프라이기가 인기를 끄는 것은 이유가 있는 것이다.



건열 조리를 뚜껑을 덮어서 만든다면? 습열 조리를 뚜껑을 열고 만든다면?


 이해를 위해 예를 두 가지만 들어보자. 스테이크(혹은 갈비)를 구울 때 뚜껑을 덮어서 조리하면 어떻게 될까? 뜨거운 팬 바닥에 놓인 스테이크는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수증기를 내뿜는다. 이 지글지글 소리와 증기는 스테이크 자체 내에 있던 수분이다. 이 수증기가 뚜껑 때문에 빠져나가질 못해 팬에서 순환하게 되고 소위 스테이크 찜이 완성된다.  분명 주방 전체에 기름은 안 튀어서 청소에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넘쳐나는 수분에 마이야르 반응도 잘 안 나오고 구이도 아닌 찜도 아닌, 이맛도 저맛도 아닌 음식이 나오는 것이다. 스테이크는 무조건 뚜껑 없이 조리해야 한다.

스테이크나 갈비 등의 음식은 센 불에 바싹 굽고 뚜껑을 덮으면 안 된다. 뚜껑을 덮는다는 것은 비싼 고기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반대로 갈비찜 같이 뚜껑을 덮고 조리해야 하는 요리를 뚜껑을 열고 조리하면 어떻게 될까? 우선 일차적으로 열에너지가 밖으로 빠져나가 약불이면 끓을 음식이 중불 이상으로 올려야 끓기 시작한다. 같은 화력으로도 소스가 잘 끓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고기가 잘 안 익는다. 그래서 더 오랜 시간 조리해야 한다. 그리고 수분이 계속 밖으로 빠져나가 소스가 금방 졸아들어 물을 계속해서 보충해야 한다. 한마디로 불필요한 조리과정과 가스값, 물값, 시간이 더 나가는 셈이다.  



프라이팬용 뚜껑이 기본 냄비 세트에 구성되지 않는 이유


 이 세 가지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팬에 뚜껑이 기본으로 구성되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첫 번째로 프라이팬에서는 물을 끓이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열 에너지를 보존하면서 빨리 물을 끓일 일이 없다. 두 번째로 팬에서는 볶음류나 스테이크 등을 자주 만드는데 이 요리들은 수분을 최대한 공중으로 발산시켜야 제 맛이 난다. 굳이 수분을 가두 어두는 뚜껑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세 번째는 기름등이 튀는 경우 뚜껑이 아닌 수분을 배출시키는 기능이 있는 기름 튐방지망을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기름 튐방지망을 사용하면 기름을 100%는 못 막더라도 눈에 띄게 기름튐이 줄어들고 수분도 일정량 배출되므로 삼겹살이 찜이 되는 상황도 사라진다. 그래서 쿡웨어 기본 세트에는 뚜껑이 포함되어 있지 않는 것이다.  

기름 튐방지망은 수분은 어느 정도 배출해주면서 튀는 기름도 막아준다. 튀김이나 삼겹살 구이등의 건열 조리에는 뚜껑이 아닌 튐 방지망을 사용해보자.


  하지만 분명히 프라이팬용 뚜껑을 따로 판매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것은 분명히 뚜껑이 필요한 요리가 있고 이것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반찬인 무 볶음이나 가지 볶음 등은 카테고리가 ‘볶음’이다. 재미있게도 볶음은 이론적으로는 건열 조리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위의 요리의 이상적인 완성 상태는 촉촉함을 넘어 ‘수분이 가득한 상태’이다. 또 오징어 덮밥, 국물 불고기 등 소스가 흥건해야 하는 제품들도 마찬가지다. 이 경우는 재료 자체에서 나오는 수분을 뚜껑으로 잡아서 소스로 활용하면 된다. 뚜껑이 꽤나 요긴하게 쓰이는 것이다.  



프라이팬용 뚜껑을 구입하면 좋은 사람


서양 사람이라면 팬에 뚜껑이 크게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양식에서는 적어도 내가 아는 지식 안에서는 우리나라의 나물볶음 같은 음식은 없다.(복합 조리법인 스튜 등이 센 불에 볶은 후 수분을 첨가해 조리한다는 점이 비슷하긴 하나 엄연히 틀리다)  하지만 특정 한국음식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분명히 구입하면 잘 사용할 제품이다. 특히 집에서 나물볶음, 덮밥, 국물 불고기 등의 음식들을 자주 먹는다면 강력 추천한다. 나도 5000원에 저렴하게 구매하여 5년 이상 잘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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