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상욱 Oct 18. 2020

왜 코팅팬으로 고기를 요리하면 맛이 없는 것일까?

팬의 종류와 마이야르 반응의 관계

 코팅팬으로 요리를 하면 맛이 없는 요리가 나온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그것은 일반 저렴한 코팅팬의 열전달율과 보존율이 적어서 그런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부분이 있다.  


 크게 스테이크로 비교할 것도 없이 강철팬에서 만든 중국식 달걀후라이와 코팅팬에서 만드는 서양식 달걀 프라이의 질감은 확실히 다르다. 중국식 달걀후라이는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촉촉하지만 코팅팬의 달걀 후라이는 크러스트가 거의 없이 부드럽다. 기름의 양이나 불의 온도 등 다른 여러가지 요소를 최대한 맞춰봐도 분명히 맛이 차이가 있다. 열전달율이나 보존율에 결과물이 크게 차이가 날만한 큰 식재료도 아니다.  

왼쪽 - 코팅팬 달걀 후라이, 오른쪽 - 강철팬 달걀 후라이. 같은 불, 같은 시간, 같은 기름을 넣고 하였는데 결과물의 차이가 보인다.



맛의 차이가 나는 가장 큰 이유? 그것은 마이야르 반응


 여기에서 맛의 차이가 나는 가장 큰 이유는 마이야르(maillard) 반응의 차이이다. 마이야르반응은 프랑스 화학자인 Louis-camille maillard가 체계화 한 것으로 아미노산과 당의 반응에 의해 일어나는 갈색의 화합물이다. 140-200도 사이에서 격렬하게 반응이 일어나며 이 과정에서 수백가지 다양한 향미 화합물이 생성된다. 일반적으로 스테이크를 구울때 고기표면의 먹음직스러운 갈색의 크러스크가 결과물이며 음식을 더 맛있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단순 고기 뿐만이 아니라 채소류를 조리할때, 구운빵, 비스킷, 맥주, 커피등도 마이야르 반응을 통해 맛이 생성된다.  

가열된 팬과 스테이크 사이에서 나온 먹음직스러운 갈색 크러스트가 바로 마이야르 반응의 결과이다.



일반적으로 오해하는 포인트가 두가지 있다. 첫 번째는 높은 온도에서만 일어나는 반응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미노산과 당의 반응이면 상온에서도 매우 천천히나마 반응이 진행된다. 대표적이 간장, 된장(!)이다. 두 번째는 무조건 불이 강하다고 마이야르가 잘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일반 가정집 화력으로는 무조건 강한불이 좋겠지만 업장의 좋은 버너나 인덕션에서 무작정 높은 화력으로 구우면 고기는 타버리고 쓴맛이 난다.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한 마이야르 반응은 기본적으로 팬의 표면적과 식재료가 직접적인 접촉을 해야 결과물이 잘 나온다. 코팅팬은 음식물과 금속이 직접 접촉하지 못하게 금속면을 코팅하여 달라붙음을 막은 것으로 마이야르 반응이 덜 일어나게 된다. 그래서 코팅팬으로 만든 서양식 달걀후라이는 갈색의 결과물이 적고 부드럽지만 강철팬으로 구운 달걀후라이는 바삭한 갈색의 크러스크가 강렬하게 난다. 또 다른 예라면 누룽지가 있다. 주부라면 경험해 보았겠지만 쿠쿠의 코팅된 내솥을 가진 밥솥은 누룽지가 잘 안만들어 지지만 돌솥이나 압력밥솥, 무쇠가마솥의 누룽지는 기가막히게 생성된다.



(출처: 유튜브  'serious eats') 철판에 살짝 달라붙은 패티를 뒤집게로 긁어서 때내어 마이야르 현상의 크러스트를 극대화 시킨다


 내가 자주가는 요리사 커뮤니티에 질문이 하나 올라온적이 있었다. ‘수제 햄버거 집에서 일하는데 고기패티를 굽기전에 철판을 기름으로 코팅시키지 말라고 합니다. 이해가 안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수제 햄버거에 대해 잘 모르고 특정 레스토랑의 상황을 알수는 없다. 단순히 추측을 해보자면 아마 철판의 재질은 강철로 만들어져있을 것이고(스텐제질 철판인데 코팅을 안하면 패티가 달라붙어서 깨지고 말것이다) 강철재질은 사용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검정색의 유막코팅이 생성된다. 이 정도면 고기패티가 달라붙긴 하지만 충분히 철판에서 때어낼 정도는 되었을 것이고 추가적인 코팅을 막아 마이야르 현상을 극대화시켜서 바삭한 크러스트를 만들기 위해 그런것이 아닐까 싶었다.



두 번째 이유.  폰드(Fond)생성의 차이


 그리고 폰드(fond)이 생성 유무에 차이가 난다. 폰드란 미국 다이닝에서 통용되는 표현으로 팬의 바닥에 눌러버린 잔여물이다. 스테이크를 굽고 남은 팬바닥에 눌어버린 것, 채소등을 볶고 접시에 덜어내었을 때 팬 바닥에 눌러붙은 잔여물 등을 생각하면 된다.  코팅팬은 논코팅팬에 비해 폰드 생성이 잘 안된다.

고기를 굽고 남은 흔적(fond). 씻어버리기에는 너무나 맛이 좋아 소스 등을 만들때 활용한다.


 스테인레스팬의 경우 폰드에 와인이나 육수, 버터등으로 디글레이징(deglazing: fond에 수분을 첨가하여 fond을 녹여내 요리에 사용하는것)하여 간단한 스테이크 소스등을 만드는데 사용한다. 이것을 설거지 거리로 버리기에는 너무나 맛이 좋고 풍부한 맛을 추가해주기 때문이다. 업장에서는 음식을 만드는 중간 과정마다 디글레이징으로 폰드의 맛을 더하여 맛의 층을 쌓아가는 것이 기본이다. 가정에서는 스테이크등을 구운 후에 깊은 숨김맛을 내는 소스로서 ‘쉐프의 킥'정도로 활용하면 좋다.

 참고로 폰드 또한 마이야르 반응 결과물 중 하나이다. 그래서 깊은 맛이 나는 것이며 코팅팬에서는 이런 잔여물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이다.


 코팅팬에서 마이야르 현상이 아에 안나오는 것은 아니다. 코팅팬에서도 스테이크 시어링은 충분히 가능하다. 코팅팬에서도 기름을 많이 넣고 충분히 가열을 하면 중국식 달걀후라이가 가능하다. 하지만 확실히 금속과 음식의 접촉을 막아 놓은 만큼 마이야르 반응이 논코팅팬에 비해 생성이 덜 된다. 코팅팬으로 만드는 음식은 맛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모든 요리에 마이야르 반응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여기서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코팅팬으로 음식을 하면 모든 음식이 맛이 없는 것이 아니다. 마이야르 반응이 필요하지 않고 섬세한 불조절이 필요한 요리는 코팅팬이 더 맛나게 나올수가 있다.

 입에서 녹아내리듯이 부드럽게 에그스크램블을 하거나 호박볶음등의 한국식 채소볶음을 부드럽게 만들때는 코팅팬이 만들기도 더 편하고 결과물도 더욱 우수하다. 이러한 요리에는 강한 불에서 나오는 마이야르 반응이 아닌 섬세한 불조절을 이용하여 식감이나 식재료 그 자체의 맛이 살리는 방향으로 조리한다.

입에 녹을듯이 크리미한 질감의 스크램블에그는 마이야르반응이 필요 없다. 마이야르반응이 날 정도 가열한 스크램블 에그는 오버쿡 상태이다.


 하지만 강렬한 불로 만드는 고기류의 볶음이나, 고기등의 크러스트를 즐기는 스테이크의 경우 마이야르 반응을 이끌어내야 보다 맛이 난다. 이 경우는 논코팅의 무쇠팬등이 우수하다. 격렬한 마이야르 반응이 필요한 경우에는 코팅팬이 논코팅팬의 대체재가 될수는 있을 지언정 그 이상의 맛을 내는것은 불가능하다.


‘우리집 코팅팬은 마이야르 반응이 무쇠팬 정도로 나오던데?’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경우는 코팅팬의 코팅이 수명을 다해서 코팅 역활을 못하는 것이다. 이 경우는 코팅팬을 교체하는게 바람직하다.

코팅이 벗겨지고 있는 코팅팬의 모습. 사실 이러면 마이야르 반응이 잘 나오긴 하는데.... 가능하면 교체하자. 건강을 위하여

그게 아니라면 무쇠팬을 충분히 달구지 않고 고기를 올려 마이야르 반응이 강하지 않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무쇠팬에서 고기 구울때의 기본은 연기가 날때까지 가열하는 것이다. 고기 굽기의 기본중 기본이니 잊으면 안된다.

이전 14화 스테인레스팬의 코팅법과 음식이 달라붙는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