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은 왜 팬에 달라붙는 것인가? 그것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코팅팬은 음식이 달라붙지 않는다는 특성 하나 때문에 인기가 매우 많은 요리 도구이다. 하지만 코팅의 위험성 논란에 많은 주부들은 스테인레스 팬을 사용한다. 스테인레스 팬은 장점이 많지만 그 인기에 비교하자면 번거로움이 매우 심한 요리 도구이다. 사용 시 세심하게 열 컨트롤을 하여 코팅을 하지 않으면 음식물이 팬의 바닥에 엄청나게 달라붙기 때문이다. 그런데 음식물이 팬에 달라붙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코팅을 하면 왜 음식이 달라붙지 않게 되는 것일까?
모든 금속 팬에 음식이 달라붙는 이유는 음식과 금속 사이에 형성되는 화학 결합으로 인해 발생한다. 이것은 ‘반데르발스 힘(van der waals force)’ 혹은 공유결합이라고 불린다. 간단하게 생각하자면 음식과 금속 사이에서 형성되는 결합이다. 이 의미는 음식과 금속의 접촉을 막음으로써 음식이 달라붙음을 막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음식과 금속의 접촉을 막을까? 코팅팬은 이미 코팅을 이용해서 금속과 음식의 접촉을 막아놓은 상태이다. 하지만 논코팅팬인 스테인레스 팬등은 기름을 이용하여 팬의 금속과 음식물을 분리시킬 수 있는 얇은 막을 입혀야 한다. 금속 팬은 겉으로 보면 평평해 보이지만 현미경 등으로 크게 확대해서 볼 경우 안에는 구멍이나 균열 등이 무수히 존재한다. 이곳에 음식물이 침투해서 달라붙는다. 그래서 음식이 달라붙지 않게 방지하려면 오일을 사용하여 그 균열에 기름을 채워야 한다. 이러한 행위를 '코팅'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표현한다. 하지만 그냥 기름을 단순히 팬 위에 뿌린다고 균열의 사이사이에 쉽게 스며들어 코팅이 되지 않는다.
내가 알고 있는 스테인레스 팬 코팅의 기본은 ① 팬에 기름을 넣고 ②약 중불에 3분 가열 ③ 불에 내리고 1분 기다림, 그 후에 조리 시작이다. 이 과정은 모두 분명한 이유가 있다.
예열 3분 동안 팬에 열이 들어가면 금속의 열팽창에 의하여 미세 균열의 크기가 커져서 기름이 들어가기 좋게 된다. 그리고 팬 위에서 가열이 된 오일은 활성화가 되어 균열 속에 더 쉽게 들어가서 코팅 역할을 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쉽게 이해가 되는데 불에 내리고 1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 다들 갸우뚱한다. 불에 내린 1분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열전도율이 좋지 못한 스테인레스 팬에 여열이 팬 전체에 고르게 퍼지기 위해서이다. 열이 전체에 고르게 퍼지지 않으면 군데군데 코팅이 잘 안되어 달라붙는 포인트가 생긴다. 그리고 두 번째는 팬을 약간 식혀 미세 균열의 크기를 작게 하여 속에 들어간 기름 코팅을 꽉 붙잡고 음식물의 달라붙을 공간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이는 달걀후라이등을 할 때 확연히 차이가 나는데 3분 정도 예열만 했던 팬으로 조리를 하면 확실히 불에 내린 후 1분을 기다린 팬에 비해 달라붙는 빈도가 높다. 그래서 불에 내리고 1분을 기다리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그러면 1분이 아니라 2~3분 정도 불에서 내린 후 기다려서 조리를 하면 미세균열이 더 작아지고 기름 코팅을 더 꽉 붙잡아서 달라붙음이 더욱 개선될까? 그것도 아니다. 팬 위에 있는 뜨거운 기름에 음식이 닿는 순간 음식에서는 수분이 방출된다. 고기 등을 뜨거운 팬에 올릴 때 흔히 듣는 ‘지글지글, 치~~~’ 하는 소리와 수증기가 이러한 수분의 방출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 수증기는 음식을 위로 들어 올리고 음식물이 팬 표면에 닿지 않도록 도와준다. 만일 팬이 수분이 방출되지 못할 정도로 충분히 뜨겁지 못하다면 팬표면과 음식은 하나가 되어 붙어 버린다. 결국은 달걀같이 잘 달라붙는 식재료를 조리할 때에는 적당하게 뜨거운 정도가 좋다는 의미이다.
이 글 뿐만 아니라 다른 스테인레스 팬에 대한 글을 읽다보면 의문이 하나 생길수 있다. 계속적으로 스테인레스 팬에 달걀후라이 의 성공 사례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다른 식재료들도 참 많은데 왜 항상 달걀후라이 이야기만 나오는 것일까? 이는 달걀의 특성때문인데 달걀후라이 자체가 논코팅팬에서 하기가 '정말로 힘든' 음식이기 때문이다.
달걀흰자는 특유의 흡착력 때문에 중식이나 서양요리에서는 육수를 맑게 만드는데 사용한다. 양식의 consomme라는 수프의 경우 고기국물임에도 불구하고 흰자를 넣어 끓임으로써 기름한점 없는 맑고 투명한 수프를 만든다. 이러한 흰자의 흡착력 때문에 코팅팬에서 조차 기름을 두르지 않으면 달라붙게 된다. 거기에다가 달걀후라이는 정말로 섬세한 음식이다. 조금만 뒤집게를 잘못 놀려도 노른자가 깨지거나 흰자부분이 깨지는 것은 다반사이다. 다만 식재료가 워낙 저렴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일 같이 해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그 친숙함에 쉬워 보이는 것 뿐이다. 사실 생선이나 볶음밥등도 엄청난 난이도를 자랑하지만 만드는 횟수나 가격이 달걀요리에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나 완벽하게 코팅을 성공시켰어'라는 증거로 달걀후라이를 선택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참고로 스테이크 같이 조직이 강한 식재료나 채소등의 잘 안달라붙는 식재료라면 살짝 달라붙어도 힘을 주어 팬에서 때 내면 되기 때문에 이렇게 완벽하게 코팅하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유튜브 등을 보고 오해하는 가장 큰 경우가 바로 뜨겁게 달궈진 팬 위에 물을 붓고 구슬같이 물방울이 움직이면 기름을 넣고 조리를 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라이덴 프로스트 효과(Leidenfrost effect)이다. 처음에는 나도 참고하여 시도해보았지만 달걀은 무참하게 달라붙었다.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오래전 일이라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그 이유를 추측해보겠다. 아마도 팬을 가열 후에 기름을 넣었기 때문에 팬의 균열 사이사이에 제대로 침투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팬을 식히는 과정을 지키지 않아서 열에 의해 크게 벌어진 균열 사이에 음식물이 들어간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라이덴 프로스트 효과는 단지 온도가 200도 이상으로 충분히 예열되었다는 의미이다. 코팅이 제대로 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저것만 믿고 달걀후라이 같이 코팅을 완벽하게 해야 하는 요리를 하면 큰 코 다칠 수 있다. 그리고 3분 정도 가열을 하면 사실상 무조건 적으로 라이덴 프로스트 효과가 발생할 200도에 도달한다. 굳이 힘들게 물을 뿌려서 확인할 필요 없이 오일을 넣고 3분 가열한 후 기름이 물결무늬가 나는 것만 확인하면 충분하다.
이러한 이론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스테인레스팬을 완벽히 코팅하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 이렇게 잘난척하면서 이론을 주절주절 설명한 나 조차도 스테인레스팬 달걀후라이는 방심하면 실패한다. 유명 유투버 조차도 간간히 달걀후라이를 실패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론을 정확히 알면 왜 그러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고, 실수의 개선이 쉬워진다. 그 다음에는 경험과 연습을 겪으면서 결국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계속해서 실패한다고 해도 너무 실망하지 말자. 위에서도 말했듯이 달걀후라이는 사실상 논코팅팬으로 할 수 있는 요리중 끝판왕 난이도라는 것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