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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욱 Sep 29. 2020

꼬꼬떼(cocotte)에 대한 이해

브레이징이나 찜등에 최적화된 조리기구

 10년 전쯤 르쿠르제 꼬꼬떼 제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적이 있다. 가격은 비싸지만 보기에도 이쁘고 요리도 잘된다고 하여 주부들 사이에 최고의 잇탬이었다. 그 당시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어느 정도 강재의 성질에 대해 이해를 한 후에 생각해보니 한국에서 인기가 많을지는 몰라도 한국 음식과 잘 어울리지 않는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해서 후기를 찾아봤더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10명 중 8명은 ‘무겁다. 관리가 힘들다. 딱히 요리가 맛나는지 모르겠다. 이쁘긴 하지만 그때로 돌아가면 다른 제품을 산다’는 의견을 보였다.

르쿠르제의 꼬꼬떼.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꼬꼬떼의 특징과 어울리는 요리


 꼬꼬떼라는 제품은 더치오븐(dutch oven)류의 기물로 무쇠로 만들었으며 안쪽에 에나멜 코팅을 하여 쇠와 재료와의 반응을 막은 제품이다. 무쇠와 에나멜의 성질을 생각해보자. 무쇠는 열 보존율이 뛰어나고 열을 견디는 능력이 좋다. 에나멜은 코팅으로 사용되었고 스테이크 만들 때 같이 연기가 날정도로 가열하면 안 된다고 사용설명서에 적혀있다. 그리고 디자인은 수분을 많이 담을 수 있는 냄비 모양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보았을 때 이 조리도구에 가장 어울리는 요리는 일정한 시간 동안 안정적인 열을 가하는 찜이나 스튜라는 결론이 나온다.  


(출처: 구글) 구글에서 브레이징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사진. 대부분의 사진들이 꼬꼬떼를 활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왼쪽 사진 출처: 스타우브 홈페이지) 뚜껑 안쪽의 돌기는 음식 전체에 수분을 균일하게 공급하게 도와준다.  디자인 자체가 브레이징을 염두해 두고 만들었다는 의미이다.

 참고로 서양식 찜은 브레이징(braising)이라고 하여 우리와 다르게 처음에 재료를 굽거나 볶은 후 뚜껑을 덮어 ‘오븐’에 넣는다. 오븐에 넣음으로써 가스불과 다르게 전면에서 열이 들어오고 그만큼 재료가 빨리 익으며 수분의 대류가 잘 된다. 그리고 무쇠 특유의 두꺼운 뚜껑으로 수분이 잘 날라가지 않아 적은 수분으로 부드럽고 맛이 깊이 들어간 찜이 되는 원리이다.(압력솥과 비슷하다) 그래서 사태나 어깨살등의 질긴 고기나 단단한 곡물 등을 부드럽게 만드는 요리에서는 최고의 능력을 발휘한다. 서양요리에는 고기를 사용하는 수많은 브레이징 및 스튜요리가 있고 서양 가정에서도 이러한 요리를 자주 만들어 먹는다.  


꼬꼬떼의 브레이징 요리는 한국식 찜요리에 비해 요리가 더 맛나고 빨리  완성된다.





한국요리에서 찜은 가정에서 자주 만들어 먹는 요리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음식에서 집에서 해 먹는 찜류의 요리가 얼마나 될까? 적어도 난 닭찜과 갈비찜을 제외하고는 고기류를 넣어서 푹 삶는 요리를 만든 기억이 없다. 그나마 비슷한 요리법은 돼지고기 수육이나 장조림 정도를 집에서 했던 기억은 있다. 위에 요리들은 개인차가 있겠지만 일반적인 가정에서 자주 만들어 먹는 음식이 아니다.  아! 생각을 곰곰이 해보니 딱 하나의 예외가 있다. 우리가 매일 먹는 밥이다. 너무 친숙해서 이해가 잘 안 될 수도 있지만 밥의 조리법이 바로 찜이다. 영어로도 steamed rice라고 표기한다. 실제로 솥밥을 만들면 적당한 누룽지와 고슬고슬한 밥맛이 예술적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가정에서는 쿠쿠라는 전기압력밥솥을 사용한다. 쿠쿠는 매우 편리하지만 밥의 퀄리티도 잘 나오기 때문에 굳이 꼬꼬떼를 이용하여 밥을 만들 필요가 없다. 결론적으로 한국 음식에 크게 어울리는 기물이 아니라는 소리이다. 설상가상으로 일반 가정에서 찜을 할 때는 대량으로 조리를 하는 경우가 많고,  그 정도 재료를 감당할 수 있는 사이즈의 꼬꼬떼는 정말로 무겁다. 디자인 등에 반해 덜컥 구매한 주부들의 낮은 만족도가 이유가 있다는 소리이다.  



꼬꼬떼를 구매하면 좋은 사람


 이 기물을 구매하고 싶은 사람은 2가지의 기본 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무쇠의 무거운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팔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가정에 오븐이 있어야 한다. 이 점이 충족되지 않으면 사용시 만족도가 높지 않을 것이다. 만일 구매자가 브레이징 류의 서양요리를 즐겨한다면 좋다. 솥밥을 좋아해 쿠쿠를 사용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특히나 이쁘게 꾸미면서 요리하는 것을 즐겨한다면 대체 불가능할 정도로 좋은 기물이다. 꼬꼬떼 안에 이쁘게 담긴 음식은 누가 봐도 ‘와~~’하는 탄성을 지르게 만드는 위력이 있다. 아마 그 ‘있어 보임’에 많은 주부들이 구매하였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출처: 스타우브 홈페이지) 적당한 요리만 가져다 놓아도 프로 요리사가 만든 멋진 느낌이 난다. 이 기물의 엄청난 강점이다.


 참고로 브레이징 테크닉을 주로 사용하는 프렌치 레스토랑에서는 필수 기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 제품으로 만든 브레이징은 확실히 일반 스테인레스 팟으로 한 것과 비교하면 결과물에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그러한 결과물의 차이를 경험하면 다른 단점은 상대적으로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항상 기물을 구매할 시 어떤 요리가 어울릴까, 그리고 그 요리를 내가 자주 만들어 먹을까를 생각하고 구매해야 한다.  안 그러면 비싼 돈을 지불하고 몇 번 써보지도 못하고 창고에 박히는 경우가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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