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강의 편의성을 자랑하는 기물
대학교 시절 이 제품을 처음 본 순간 ‘도대체 왜 사용하는 거지?’하는 의문만 가득했다. 그런데 홈쇼핑 등에서의 인기는 너무 선풍적이어서 궁금증이 더 커졌었다. 얼마 후 어머니께서 알아서 구매를 하셨고 엄청나게 좋아하시면서 사용하셨다. 처음에는 갸우뚱했던 나도 직접 사용도 오래 해보고 집에서 요리와 청소를 열심히 해야 하는 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충분히 인기가 있을 이유가 있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바로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의 팬 메이커 해피콜이 만든 양면 후라이팬이다.
지금까지 내가 줄줄이 설명했던 팬 이론으로 보자면 당최 이해할 수가 없는 제품이다. 우선 프라이팬인데 뚜껑이 있다. 거기에다가 자석과 실리콘 이음새로 단단하게 결합이 가능한 양면팬은 압력솥의 기능까지 있는 샘이 된다. 도대체 이 팬으로 무슨 음식을 만들어 먹으란 소린가? 후라이팬의 목적이 맞는 구이? 압력을 이용한 찜? 뚜껑을 이용한 수분을 이용한 볶음?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요리사의 입장에서 이 제품으로 만든 요리를 ‘퀄리티만’으로 평가하자면 좋다는 말을 하기 힘들다. 코팅팬이고 두께가 두꺼운 편도 아니다. 마이야르 반응이 잘 일어날 스펙이 아니라서 스테이크 등의 구이에는 좋지 못하다. 거기에다 뚜껑을 닫으면 수분이 발산되지 못하여 스테이크가 찜이 되어버린다. 그렇다고 닭찜 등의 요리를 하기에는 팬 특유의 낮은 높이에 국물이 넘치게 될까 봐 부담스럽다. 수분이 많은 볶음류인 국물불고기 등이 그나마 어울리긴 한데 처음에 볶을 때 뒤에 달린 뚜껑 때문에 팬 돌리기가 원천봉쇄된다.
창업주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붕어빵 틀'을 연상하고 이 제품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맞는 말도 분명히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냥 광고용 맨트라고 본다. 이 제품으로 요리를 하면 식재료의 수분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안에서 떠돌기 때문에 겉이 바삭하게 나오지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 이런 결함만 가득한 것 같은 제품이 왜 주부들에게 인기가 많을까? 결론을 말하자면 이 제품은 요리의 퀄리티가 아닌 압도적인 편의성을 앞세운 제품이다. ‘네가 무엇을 먹던 편하고 냄새가 안 나고 기름이 안 튀게 해 주겠어’ 이런 말을 온몸으로 하고 있다.
우선 디자인이다. 사각 디자인은 생선류나 삼겹살을 많이 올리게 좋게 되어있다. 이 점만 얼핏 생각하면 너무나 실용적이고 좋은 팬이다. 그런데 이 팬을 제외하고 사각 디자인의 팬을 본 적이 있는가? 적어도 나는 달걀말이 용도의 팬을 제외하면 거의 본 적이 없다. 사각 디자인 팬은 팬돌리기시 매우 불편하다. 원형팬 같이 자연스러운 팬돌리기가 안된다. 그리고 사각의 끝 부분은 원형으로 퍼져있는 불꽃의 열을 골고루 받기 힘든 단점이 있다.
하지만 어차피 뚜껑이 있으니 팬돌리기 자체가 불가능하다. 사각 디자인이라 문제가 될 소지가 없다. 그리고 뚜껑을 닫아서 열을 보존하면 되니 열을 골고루 받지 않아도 큰 단점이 아니다. 그러니 이러한 파격적으로 편의성만 강조된 디자인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주부들은 냄새가 나가지 않고 밀봉이 된다는 점에 엄청나게 열광한다. 생선구이가 수분이 좀 많아서 찜좀 되면 어떠나. 집안 전체에 냄새가 안 퍼지고 기름 안 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뚜껑을 결합해 팬을 180도 빙글 돌려서 음식물을 쉽게 뒤집을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솔직히 나는 음식물 뒤집는 것이 힘들다고 느낀 적이 없기에 한 번도 이 기능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내 와이프는 이 방법으로 음식물을 뒤집는 걸 선호한다. 물론 안에 음식이 조금 깨지는 것은 덤이지만 뭐 어떤가. 편안하게 음식을 뒤집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러면 이 제품은 제대로 할 수 있는 요리가 하나도 없는 편의성만 앞세운 제품일까?
이 팬이 정말 잘하는 전용 요리도 분명히 있다. 그것은 군고구마이다. 한겨울이면 한국인들은 군고구마를 먹는다. 추운 날 호호 불어가면서 군고구마를 까먹는 추억은 누구든지 가지고 있다. 이 제품은 가정에서 군고구마를 만드는데 편의성과 음식 퀄리티 두 부분에서 최고의 성능을 가지고 있다. 적어도 내가 아는 제품 중에서는 말이다. 에어프라이기? 편의성만 좋지 음식 결과물이 좋지 못하다. 꼬꼬떼? 결과물은 좋지만 편의성이 좋지 못하다.
방법도 매우 간단하다. 호일이나 종이호일 하나 깔고(안 깔아도 큰 문제는 없다) 뚜껑을 덮은 뒤 약불로 30분 정도만 조리하면 된다. 중간에 1~2번 정도만 뒤집으면 끝이다. 양면팬 속에서는 밖으로 나가려는 고구마의 수분을 꽉 붙잡아서 고구마를 필요 이상으로 타지 않게 만들며 속을 촉촉하게 만든다. 양면팬 특유의 뚜껑에서 나오는 열 보전력으로 그냥 구울 때 보다 조리가 훨씬 빨리 진행된다. 거기에다 군고구마 특유의 거뭇거뭇한 구운자국까지 나오는 것은 그 어떤 기물도 따라올 수 없는 양면팬만의 장점이다. 군밤, 군감자 등의 식재료를 굽는다면 대부분 좋은 퀄리티가 나온다. 오죽하면 양면팬이라고 검색하면 자동 검색어에 ‘양면팬 군고구마’가 자동적으로 뜬다.
이러한 편의성과 군고구마라는 음식 때문에 개인적으로 양면팬은 한국시장의 상황에 맞춘 전용 팬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특히 서양에서는 구이요리가 많이 발달하였고 거기에 따른 무쇠팬이나 강철팬등의 쿡웨어 사용이 많기 때문에 더더욱 양면팬이 들어갈 틈새가 많지 않다고 생각하였다. 'Double sided pan'이라고 구글 검색을 해도 해피콜 제품만 나와서 해외의 몇 안 되는 소비자만 해피콜 제품을 구매를 하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작년에 무려 테팔에서 양면팬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정말 엄청나게 놀랐는데 이는 양면팬이라는 것이 전 세계 주부를 상대로 충분히 먹힐 수 있다는 것의 반증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구이류가 기본 요리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서양의 주부들도 생선 냄새나 고기의 기름 튐은 똑같이 싫을 것이다. 그래도 스테이크 등의 구이에 대한 역사와 까다로움 있다. 요리 퀄리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양면팬을 받아들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이 엄청난 오산이었다. 여기서 내가 얻은 깨달음은 결국 전 세계의 주부들이 점점 더 편의성을 찾아간다는 점에서는 다 똑같다는 점이고 거기에 쿡웨어 회사들은 그 발걸음에 맞추어서 기물을 내놓는 다는 점이다.
이 팬은 요리의 세세한 퀄리티보다는 집안의 냄새나 기름 튐 방지 등의 요리 편의성을 중시하는 주부라면 충분히 구매할 만하다. 특히 삼겹살이나 생선구이의 기름 튐이 지긋지긋하다면 필수팬인듯 싶다.
그리고 사실 대부분의 요리가 가능한 만능 팬이기도 하다. 완성되는 요리의 퀄리티가 미묘할 뿐이지 뚜껑이 있고 코팅팬이라는 특성상 굽기, 찜, 볶음, 삶기등이 모두 가능하다. 거기에 군고구마 등의 요리는 그 어떤 팬보다 편하고 퀄리티가 좋게 나오니 더욱 좋다. 가격도 부담되지 않으니 가정 주부라면 하나 정도 구입하면 후회 없이 오래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