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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로 살어리랏다
Feb 07. 2023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칼의 노래』를 노래하다 _ 001
첫 문장이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삶의 터전을 버리고 도망을 가야 하는 인간들의 난(亂)이야 어떠하든 자연은, 원래 스스로 그러하듯, 여여(如如)하다.
저 첫 문장으로 인해 소설은 주관이나 허구가 아니라, 객관적 진실성을 갖추게 된다. 그렇기에, 동시에 처음부터 ‘정의로운 자들의 세상’ –
“조선의 수군들은 물 위에 떠다니는 아군들의 시체를 갈고리로 찍어 건져 올려서 갑판 위에서 목을 잘랐다. 목을 자르기 위하여 작두를 따로 배에 싣고 다니는 자들도 있었다. 목이 잘린 시체들은 다시 물에 던져졌다. 그 머리와 코의 숫자로 양측 지휘관들은 승진했고, 장려한 수사로 넘치는 교서를 받았다.”
과 작별을 고한다. ‘당대의 어떠한 가치도 긍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헛것을 쫓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언어가 가엾었다. 그들은 헛것을 정밀하게 짜 맞추어 충(忠)과 의(義)의 구조물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바다의 사실에 입각해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