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노래』를 노래하다 _ 004
이 지독한 사랑을, 그보다 더 지독했을 고독을 생각하면서, 나는 혼자 앉아 있다.
“보리쌀 다섯 말을 받고 일가족 호적을 부재자로 기재한 아전을 함평 산골에서 붙잡았다. 형틀에 묶고 곤장 40대를 치게 했다. 늙고 병든 아전이었다. 그 아전은 아마 스무 대쯤에서 숨이 끊어진 것 같았다. 숨이 끊어진 것을 모른 형리가 나머지 스무 대를 계속 쳤다. 그의 몸은 으스러져서 죽처럼 흘러내렸다. 그날 밤 나는 동헌 객사에 묵었다. 이미 숨이 끊어진 아전의 몸을 으깨던 매와, 보리쌀로 죽을 끓여 먹었을 그의 식솔들을 생각하면서, 나는 혼자 앉아 있었다. 나는 맑은 청정수를 들이켜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