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사로 살어리랏다 Feb 10. 2023

나는 혼자 앉아 있었다

『칼의 노래』를 노래하다 _ 004

이 지독한 사랑을, 그보다 더 지독했을 고독을 생각하면서, 나는 혼자 앉아 있다.


“보리쌀 다섯 말을 받고 일가족 호적을 부재자로 기재한 아전을 함평 산골에서 붙잡았다. 형틀에 묶고 곤장 40대를 치게 했다. 늙고 병든 아전이었다. 그 아전은 아마 스무 대쯤에서 숨이 끊어진 것 같았다. 숨이 끊어진 것을 모른 형리가 나머지 스무 대를 계속 쳤다. 그의 몸은 으스러져서 죽처럼 흘러내렸다. 그날 밤 나는 동헌 객사에 묵었다. 이미 숨이 끊어진 아전의 몸을 으깨던 매와, 보리쌀로 죽을 끓여 먹었을 그의 식솔들을 생각하면서, 나는 혼자 앉아 있었다. 나는 맑은 청정수를 들이켜고 싶었다.”


작가의 이전글 방책은 물가에 있든지 없든지 할 것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