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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로 살어리랏다
Feb 19. 2023
애도될 일이 아닐 것이었다
『칼의 노래』를 노래하다 _ 008
전장에서 내 자리는 내가 정하지 못한다. 적이 이동하면, 내 자리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동된다.
“내 적에 의하여 자리 매겨지는 나의 위치가 피할 수 없는 나의 자리였다.”
같은 이치로,
나는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나라는 존재는 나 아닌 모든 것들의 변화에 의해서 변해지게 되는 ‘자연’이다.
‘나의’ 죽음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내가 지는 어느 날, 내 몸이 적의 창검에 베어지더라도 나의 죽음은 결국은 자연사일 것이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지는 풍경처럼, 애도될 일이 아닐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