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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사로 살어리랏다 Feb 28. 2023

시체는 구덩이 안으로 떨어져 쌓였다

『칼의 노래』를 노래하다 _ 013

명량에서의 전투는 이렇게 끝났으나,


적이었던 적들의 죽음,

적들로 인한 백성들의 죽음,

적들에게 끌려가 적장들의 계집 노릇을 하던 부녀들의 죽음,

적과 내통해서 백성들을 밀고했던 접장과 향리들의 죽음…


이 있었고,


“역질이 돌고 있었으므로 구덩이는 깊었다. 수졸들이 시체를 하나씩 구덩이 안으로 던졌다. 수졸들은 시체의 팔다리를 마주 잡고 흔들다가 공중으로 휙 날렸다. 시체는 구덩이 안으로 떨어져 쌓였다.”


이 죽음들 앞에서,


나의 죽음은 이해될 수 있고 위로받아 마땅할 ‘개별적인 죽음’이어야 한다는 믿음은 얼마나 속수무책이고, 부질없고, 헛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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