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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환 Nov 21. 2022

직업의 귀천

직업의 귀천은 누가 만들까?

내가 나만의 가게를 차려야겠다고 생각하고 돈을 모으기 위해 생산직 공장 주야간에 들어온 지 2주일째.

아직은 정신없고 지금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어서 우왕좌왕하며 돌아다닌다. 처음 내가 이곳에 입사해 일을 다닌다고 주변 친구들에게 말하자 그들은 "야.. 우리 나이에 공장은 아니지..."라는 우려스러운 말들을 했다. 그러나 나는 여태껏 '직업에 귀천은 없다.'라는 가치관으로 살아왔고 또 나의 일을 하기 위해 잠시 머무르는 것일 뿐이기에 그 말들은 가슴에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입사 후 2주일 만에 왜 직업에 귀천이 있는지 또 어떻게 귀천이 만들어지는지 깨달았다.

그 이유는 바로 이곳에 다니는 사람들의 말 때문이다. 이곳에 들어와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바로 "이런 곳에 왜 왔어요", " 에고.. 나이도 어린데 벌써 이런 데를 와.."라는 목소리였다. 뭘까.. 정말 내가 마치 지옥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그들은 나를 안타깝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의아했다. 그들은 최소 5년 이상 이곳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인데 이곳은 미래가 없으니 나보고 얼른 나가란다. 더 좋은 직장을 찾아 떠나라고.


매번 기계가 바뀔 때마다 ( 현재 신입이라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기계 관리법을 배운다.) 그곳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말한다. 그들의 그런 태도는 점점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리고 지금 나는 이 글을 쓰면서 깨달았다. 확실히 직업에 귀천은 없다. 힘든 일, 돈을 적게 버는 일, 많이 버는 일이 있을 뿐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결국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일이다. 의사, 변호사 , 판검사 만 이 세상에 필요한 직업이 아니다.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어야 사람들이 사용하고 수출을 통해 국가경제가 돌아간다. 상인이 있어야 물건을 살 수 있고 또 시장이 형성된다. 그런데 정작 꼭 필요한 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전문직종이나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 아니라고 하찮게 여긴다.

심지어 그 하찮게 여기는 게 그 누구도 아닌 본인이 본인을 하찮게 여긴다. 일을 하면서도 왜 하는지 생각하지 않고 누가 들어오면 이곳은 망했다는 식으로 말하며 점점 자기 스스로 땅속 아니 지옥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정말 안타깝다. 이 세상에 지금 당신이 하는 일이 필요하지 않다면, 왜 누가  지금 당신에게 돈을 주면서 까지 그 일을 시킬까? 지금 당신이 아무리 적은 소정의 돈이라도 받고 일을 하고 있다는 건 이 세상 그 누군가가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부디 자신을 하찮게 여기며 스스로 직업의 귀천을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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