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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환 Nov 02. 2022

당신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단편적으로 보지 말고 시야를 넓혀 가치를 찾아보아라

 


  당신은 가을을 좋아하는가? 좋아한다면 왜 가을을 좋아하는가? 새파란 하늘이 좋을 수도 있고 시원한 공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수많은 이유 중 내가 가을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울긋불긋 곱게 물든 단풍잎과 은행잎을 보고 또 그런 낙엽이 깔려있는 길을 걸으면 느낄 수 있는 폭신폭신한 감촉 때문이다.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 준 가을이란 계절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도서관을 가는 길에 펼쳐진 은행나무 가로수와 그 밑에 떨어진 폭신한 낙엽이 사라지지 않고 매일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전 나의 이런 바람은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큰 재앙과 같다고 느끼게 되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도서관을 가며 노란 낙엽을 밟고 발로 전달되는 감촉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이런 말이 들려왔다.

"아휴.. 이놈의 가을이 빨리 끝나버려야지" 이 말을 듣고 나는 '뭐지? 이렇게 좋은 가을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봤다. 그곳에는 40대 중 후반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초록빛이 도는 형광색 조끼를 입고 연신 빗자루질을 해대며 은행 잎을 쓸어 담고 있었다. 쓱쓱.. 그의 빗자루가 흔들릴수록 그는 더욱 힘든 모습이 역역했다. 


그 모습을 보자 문득 내가 평소 예뻐하던 낙엽이 누군가는 그저 '치워야 할 쓰레기'라고 느낀다는 사실에 잠시 생각을 하던 중 그의 청소가 마무리되어 떠난 자리에 치워진 은행잎 더미로 향했다. 그곳에는 '종량제 봉투'라고 적힌 노란색 봉투에 은행잎들이 가득 담겨 있었고, 이는 여지없는 쓰레기가 맞았다. 내가 느꼈던 그 은행잎의 가치는 봉투에 담겨진 순간 함께 사라졌다.




그 후 도서관에 도착한 나는 아까 버려진 은행잎들과 현재 내가 쓰고 있는 글이 동일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왜냐하면 내가 책을 쓰기로 마음을 먹고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쓰고 있을 때, 한편으로 주변에서 가끔 이런 소리도 듣는다. "작가로는 먹고살기 힘들 텐데", " 요즘 책은 잘 안 보지 않나? 우리나라 독서량이 1년에 ~"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내가 글을 쓰는 것이 가치가 없는 허무한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게다가 아직 글로써 무엇인가 '경제적 가치'를 보여주지 못했으니 더더욱 그렇게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은  나의 글쓰는 행동이 가치가 없고 더 나아가 내가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것 같이 느껴져 나를 힘들게 했다. 


 그러나 나는 도서관에 가는 길에 버려진 은행잎들을 보고 깨달았다. 내가 또 그들이 나의 가치를 너무 단편적으로만 생각했다는 것이다. 다시 은행잎을 예로 들면 은행잎의 경제적 가치는 제로다. 심지어 가끔 은행잎 사이에 숨어있는 은행을 밟을 때면 냄새가 나서 짜증이 난다. 누군가는 그 잎을 치우느냐고 힘들게 땀을 흘려야 한다. 그러나 이건 그저 경제적 가치로 본 단편적인 은행잎의 가치일 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누군가는 나처럼 샛노란 은행잎을 보기만 해도 행복해하고 밟는 폭신한 느낌을 좋아한다. 가을에 수많은 사람들은 단풍을 보러 산으로 여행을 떠나고 그럼 거기서는 엄청난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다. 가끔 떨어진 은행을 주워 시장에 파는 어르신들도 역시 은행나무 덕을 본다. 그리고 청소를 하고 있던 사람도 본질적으로 낙엽이 떨어졌기 때문에 그것을 치우기 위해 고용된 사람이다. 단편적으로 본 은행잎은 가치가 없어 보였지만 좀 더 넓게 시야를 확장하고 가치의 폭을 넓히자 은행잎의 가치가 보였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보면 그것은 눈이다. 군대를 다녀오거나 군인 신분인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눈이 얼마나 가치가 없는지. 얼마나 가치가 없으면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라고 칭하겠는가. 택시운전은 하시는 우리 아버지도 눈이 오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신다. 그럼 정말 눈은 쓰레기고 가치가 없는 것 일까? 아니다 어린아이들에게 눈은 재미있는 놀거리이자 추억이고, 사랑하는 연인이 맞이 하는 첫눈은 사랑을 더욱 증폭시킨다.   그저 누가 그 상황을 보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그러니 내가 지금 하는 글을 쓰는 행위도 누군가 봤을때는 그저 쓰레기에 불과하고 가치가 없어 보이지만, 반드시 누군가에게는 행복과 용기를 복돋아 줄 것이다. 그러면 그것으로 이 글의 가치는 충분하고, 내가 글을 쓰는 이유도 충분히 채워진다. 

 


 

우리가 살아가다 보면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과연 충분한 가치가 있는가? 라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이때 만약 누군가 그 가치를 폄하하기까지 한다면 자기 스스로도 가지고 있는 가치를 잃어버릴 수 있다. 그러나 어쩌면 그 상황은 그저 그 사람에 시선에서 보는 당신의 가치가 빛나지 않을 수도 있고 너무 단편적인 모습을 봤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나는 당신이 잊지 말고 명심했으면 좋겠다. 종량제 봉투에 담겨 소각되는 은행잎도 누군가에게는 좋은 추억이고 행복을 전달해 주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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