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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환 Nov 08. 2022

MBTI가 당신의 인생을 망친다.

MBTI 과몰입 경고

 당신은 어떤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처음 브런치에 올렸던 글과 같이 나만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매번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매일 생각하고 짧게 글로 정리해 놓기도 한다. 그리고 그 효과는 내가 글을 쓰는데 또 무엇인가를 실행하는데 좋았기에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가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며 글로 적어보라고 말한다.


 그런데 요즘 내가 이렇게 자신의 정체성을 글로 적어보라고 하면 사람들은 딱 4글자를 적는다. 그것은 바로

MBTI에서 나타나는 알파벳이다. I는 내향형 E는 외향형 P는 즉흥적 J는 계획적 등등 16가지 경우의 수를 두고 나온 자신의 결과를 그들은 정체성이라고 믿고 있다. 물론 나도 처음에는 그 결과를 내 정체성이라고

믿었다.  ISTP 내향적이며 현실적이고 감정 공감 능력이 적으며 즉흥적인 사람. 이것이 내 정체성이고 그 결과를 쭉 읽어 봤을 때 정말로 내가 여태까지 살아온 삶을 그대로 붙여 넣은 것 같았다. 어떻게 이런 단 4개의 알파벳으로 나를 설명할 수 있는지 신기했다.


그 후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 날 심심해서 다시 MBTI 검사를 해봤다. 그런데 결과는 ISTJ가 나왔다.

4개월 전까지만 해도 즉흥적 P의 성격을 갖고 있던 내가 4개월 후에는 계획적인 J의 성격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나의 이야기가 맞았다. 심지어 다른 심리 검사처럼 MBTI는 두리뭉실 말하지 않고 정확하게 요점을 말해주기 때문에 헷갈일 일도 없었다. 게다가 나의 내향적 성향은 54%에서 88%로 급격히 올라갔다.


왜 이렇게 나왔을까? 내가 질문에 답을 정확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니 정확히 답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바뀐 이유는 내가 처음 받은 ISTP의 성향대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사실이다. 그래서 내 성향이 바뀌었다.


나는 처음 I 즉 내향적인 사람이라는 결과가 나왔을 때 평소 내가 시끄러운 걸 싫어하고,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긴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었고 가끔 사람들과 시끄러운 곳에 가야 할 상황이 생겨도 그렇게까지 싫지는 않았다. 그런데 수치로서 "너는 내향적인 사람"이라는 결과를 보고 난 뒤 나의 정체성은 더욱 확고해졌고, 그전에 몇 번 있던 술자리와 시끄러운 장소를 의식적으로 피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라 이런 거야~라는 말로 정당화했다.

그렇게 4개월 동안 더욱 나 스스로를 고립시킨 결과 나의 내향성은 급격히 올라갔다. 또 다른 P와 J는 어떨까?

나는 즉흥적인 사람이라는 걸 깨닫자 성공하기 위해서는 계획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래서 그 결과가 나온 날부터 또 의식적으로 계획을 짜고 실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다시 한 검사 결과가 J가 나오는 것이다.


한마디로 MBTI 검사 결과를 눈으로 보고 내 정체성이 확립된 순간 내가 오히려 더 의식적으로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이는 비단 나의 문제뿐만은 아니다. 내가 어제 김성공 님의 성공 Q&A 온라인 강연을 듣고 있었을 때 어떤 사람이 이런 질문을 했다. "저는 I 성향이 강한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을 보는 순간 나는 MBTI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성공마저 이 검사 결과가 영향을 미치다니... 물론 김성공 님은 그런 성향은 충분히 변화시킬 수 있다고 했지만, 애초에 그런 성향이라고 정체성을 만들게 하는 영향력이 무섭다.


기존에 <나는 이런 걸 좀 싫어하는 것 같아>라는 감정을 검사 결과에서 <너는 이런 걸 싫어하는 사람이야!> 라며 정체성을 확립해 주니 마치 아기 코끼리의 쇠사슬처럼 그 세상에 묶여 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이제는 자신의 성향과 맞는 MBTI를 찾고 사람을 골라 만나며, 자신의 미래에 직업까지 정하고 있다.

또 누군가 울면" 너는 F라서 그래", 누군가 시끄러우면 "재는 E라서 시끄러워" 라며 사람들을 알파벳으로

나누기 시작했다.


사람은 상황, 환경, 의지에 따라 충분히 변화하고 달라질 수 있는데 이미 자신을 4가지 알파벳으로 정의한 순간 다른 변화가 생겨나지 않게 스스로 막고 회피한다.  나는 이것이 마치 종교처럼 사람들의 절대적 믿음이 될까 두렵다.


당신은 당신일 뿐이다. 사람마다 자신만의 개성이 존재하고 서로 다른 성향을 나타낸다. 나는 I이지만 시끄럽고, 게으르기도 하고 계획적이 될 때도 있다. 심리 테스트는 심리 테스트 그 이상도 이하도 되면 안 된다.

이런 MBTI 과몰입은 자칫 자신을 특정 지어 정의하고 세계관과 사람들에 대한 생각 회로를 매우 좁고 단순하게 만든다. 그럼 더더욱 그 결과처럼 살아가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부디 과몰입하지 말고 적당히 즐기며 툭하면 자신을 알파벳 4글자로 표현하지 않고 매일 자신의 상황과 환경을 체크해 정체성을 형성해 나아가길 바란다. 부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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