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배우는 게 있어서 강의를 듣고 있는데 거래처에서 연락이 왔다. 강의가 끝나자마자 다시 연락을 해봤더니, 급한 일거리였다.
단행본 두 권의 교정인데, 각 책이 200페이지는 안 되는 비교적 가벼운 분량이긴 하나, 일주일 안에 두 권은 무리였다. 결국 여러 번의 협의와 수소문 끝에, 지금 시간이 있다고 하는 다른 편집자 친구와 한 권씩 맡아서 진행하기로 했다.
거래처에서는 처음엔 제발 한번 교정만이라도 봐달라고 하더니, 두 사람이 보겠다고 하자 금방 마감을 당기며 후속 작업인 적자대조와 저자 교정 확인, 모니터교까지 요구했다. 그래 보통은 다 하는 과정이긴 한데, 급하게 1교만 맡기겠다더니 자꾸 말이 바뀌는 게 못마땅했다.
이번 주에는 기사 3개 작성, 짧은 글 3개 교정, 기획안 2개 완성이라는 목표가 있었는데 이 급한 일이 끼어들면서 너무너무 바빠지고 기획안 쓰기는 결국 미뤄야 했다. (원래 기획안은 초기 단계의 일이라 급하지는 않다)
스케줄이 꼬이기 시작하니 심장이 두근거리고 열이 올랐다.
"언제쯤 와? 갑자기 급한 일 때문에 불안해져서. 보고 싶다."라고 룸메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룸메는 밖에서 일을 보고는 금방 돌아왔다. 저녁을 먹고 올 계획이었지만 내가 불안하다고 하니 곧장 들어왔다고 한다. 만나자마자 우리는 서로 껴안고 등을 쓸어주며 위로를 했다. 함께 심호흡을 하자 불안한 마음이 점차 가라앉았다.
불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서로의 불안을 다독여줄 수 있는 사이. 이런 사람이 있어 다행이다. 이만하면 행복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