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명절대화#엄마와나
이번에 명절은 각자 따로 보내기로 했어요.
왜? 대체 왜?
이런 해도 있는 거지.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그러는 거예요.
그럼 김서방은 왜 안 내려가고?
바쁘대.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명절에 왜 집에 안 가?
자기가 자기네 집 안 간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
너네는 정말 편하게 산다.
시가에 가는 게 얼마나 싫으냐면, 남편이 돈을 못 버는 것보다 더 싫어.
우리는 그걸 당연하게만 생각했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여겼지.
엄마는 내가 시가에서 욕 먹을까봐 무서워? 나는 엄마가 시가 눈치 보는 게 싫어.
엄마는 니가 미움받을까봐 그러지.
좀 미워하면 어때. 달려와서 나를 때릴 거야, 뭘 어쩔 거야. 좀 미움받아도 괜찮아.
생각해보고 있어. 왜 젊은이들은 대체 왜 그렇게까지 시가를 싫어하는지. 뭐가 그렇게도 싫어서 남편이 돈을 못 버는 것보다 싫다고까지 할 수 있어?
우리는 다 멀쩡한 한 명의 사람인데 거기에 가면 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내가 노예야. 하녀가 된다고. 눈치 보고, 불편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짓밟히는데, 그걸 좋아하고 몇십 년씩 참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못 참겠어. 그렇게는 못 살겠어.
엄마랑 이모는 좀 힘들더라도 명절에 모이고 이렇게 풍성하게 음식해서 나눠주고 두고 먹고 그런 게 좋은 세대야. 우리도 젊은이들을 이해해야 하지만 너희도 이런 우리를 좀 존중해줘야 돼.
그런 걸 아니까 지금 여기 와 있는 거예요. 엄마랑 이모랑 이렇게 힘들게 일하고 준비하는 걸 아니까 오는 거지. 솔직히 말하면 우리한테는 명절이 별 의미가 없어요.
정말? 의미가 없다고??
옛날에야 멀리 떨어져 사니까 일 년에 두 번 명절에 모이는 게 의미가 있지. 또 음식이 풍족하지 않으니까 푸짐하게 장만하는 것도 의미가 있고. 요즘은 언제든 볼 수 있고 바로 연락할 수가 있잖아. 음식도 덜 먹어야 할 정도로 풍족하고. 그러니까 큰 의미가 없지. 대체 명절이 뭔데 그렇게 대단하게 지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