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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야외베란다 수영장 야간개장

나도 어렸을 때 이런 집에 살았더라면,

by 정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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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인데 벌써 30도.

올 여름도 매우 지칠 듯해ㅠㅠ

그런데 이렇게 끈적끈적할 땐, 입수지!


야외베란다 수영장 야간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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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풍덩풍덩 뛰어들고, 물총싸움에 신이 났다. 전 집주인이 주고 간 인덱스 수영장. 작년도 올해도 잘 쓰고 있다.(감사합니다ㅜㅜ) 아이들은 캄보디아 갔을 때 호텔수영장 같다며 너무 마음에 든단다.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물을 깨끗하게 유지하게 위해 철물점에서 수영장을 덮을 비닐을 사왔다. 수영장 커버를 인터넷에서 팔긴 하는데 딱 맞는 사이즈가 품절이고 간이로 파는 파란커버는 가격도 본품보다 비싸고 영 예쁘지가 않다. 철물점에서 산 투명한 비닐이 가격도 저렴한데 씌워놓으니 물이 비춰서 생각보다 괜찮다.


아이들은 꼭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기로 하고, 들어가기 전에는 대야에 발을 씻기로 약속. 수도세는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는 않았는데 물 받는데 몇 시간씩 걸려서 한 번 물을 받고는 좀 오래 쓰는 편이 낫겠다 싶어서.


아이들은 좋단다. 내가 아이라도 좋겠다.

이런 집. 이런 베란다 수영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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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하늘을 보고 싶을 땐 베란다로 간다. 오늘은 아이들이 신나있으니 아이들 보느라 달 쳐다 볼 겨를이 없다. 달보다 별보다 아이들이 예쁘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교회에서도 아이들 담당인 나는 다른 곳보다 다른 사람보다 아이들이 먼저 보인다. 10여 년을 봤는데도 계속 눈길이 간다. 사랑스럽다. 안아주고 싶고 말을 걸고 싶다. 조그만 손을 잡아주는 것도 좋고, 아이들이 하는 말들은 너무 신선하고 재미있다.


베란다 수영장을 할 수 있어서 이 집에 이사 온 이유가 큰 것처럼 아이들이 좋아하고, 함께 있는 것이 행복한 것. 요즘 내가 아이들을 보면서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원칙 중 하나다. 다만 나는 이런 어른이다,라는 생각에 갇히지 않길 아이들에게 우리의 모습이 고정된 동상처럼 들어앉지 않길.('당신들의 천국'을 요즘 다시 심취해서 읽다보다 '동상'에 꽂혀버림)


하늘이 밝다 싶어 위를 올려다보니 '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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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하기 좋은 달밤이다. 도심에서의 수영은 더 운치가 있다. 어스름함과 불빛들이 만나 이루는 밤의 풍경들. 길 건너 차 소리는 마치 파도소리같다. 아이들 이 잠든 어떤 밤에는 남몰래 들어가야지 생각했다. 아직은 주변에 주택들이고 우리집 빌라는 조금 높은 편이라 몰래하는 밤수영이 가능할 듯. 너무 더운 날은 부채질이 아니라 머리까지 물 속으로 들어가는 게 답이더라고.


휙휙 미끄럼틀이 있는 워터파크도 한 번은 가야겠지만, 올 여름은 베란다 수영을 실컷 하면서 아이들이 만족할 수도 있겠다. 이사오고 감사하고 좋아서인지 뭔가 대단히 풍족해진 느낌이다. 경제적으로는 전혀 달라질 것이 없는데(오히려 이자에 원금에 더 많이 필요한데도) 기이한 현상.


음악도 미술도 문학도 사람을 참 행복하게 해 주는데, 이 공간이라는 것은 삶 전반을 지탱하는 것이라 행복할 수 있는 근간은 공간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그전에 하도 열악한(?) 공간에 살아서 내가 그렇게 느낄 수도 있고, 지금의 집이 기존 빌라보다 여러모로 쓰임새가 좋아서 그럴수도 있겠다.


베란다, 수영장 개장!

즐겁고 기대되는 우리들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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