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이하바로 갈 수 있을까.
안개속이었다. 캄캄했다.
벗어나려 몇 년을 애썼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여기는 인더스트리아.
우리 모두는 갇혀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잊어갔다. 매일 땅을 파고 먹을 것을 구하고 잠들었다. 슬픔과 좌절 속, 가끔의 즐거움과 쾌락은 현실을 망각하게 했다.
그러다 오늘 아침, '미래소년 코난'과 이승윤의 '야생마'를 이야기했다. 한참 남편과 카톡으로 은유적인 말들이 오갔다. 자본주의에 찌든 어제의 삶들이 소리없이 미래를 잊게 했다고. 버스에서 내려 무작정 걷고 싶을 정도로 그동안의 다짐, 결심들이 허무해졌다.
아, 그토록 바랐던 하이하바를 잊고 있었다니.
하이하바에 우리는 도달할 수 있을까. 또렷했던 자신감은 나이를 먹을수록 모래성이 파도에 무너지듯 한움큼씩 사라졌다. 과연 하이하바는 어디일가. 우리의 하이하바가 있기는 한 걸까. 현실의 공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혹은 이 인더스트리아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할지도.
큰 아이를 보면 야생마 같았다. 그러고보면 남편도 그랬다. 이승윤의 노래 가사처럼 잘 다듬어지면 명마가 될 것이라고 다들 이야기했다. 채찍질에 길들여진 그들은 야생마도 경주마도 아닌 평범도 그 이상도 아닌 무엇이 될 것이라는 노래를 듣는다. 인더스트리아는 노련한 얼굴로 살아날뛰는 야생마를 끝없이 길들이려한다.
남편이 물었다.
- 난 코난일까, 인더스트리아의 박사들일까?
아직은 코난이야.
- 아직은.
나는 남편에게 코난으로 남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했다. 당신의 라나가 되어 같이 하이하바에 도착하자고. 또 귀여운 포비들도 곁에 있으니 지금처럼 코난의 길을 걸어가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인더스트리아에서 아직 할 일이 남았다고 유언처럼 말했다.
하이하바로 가기까지 남은 일들은 무엇일까.
몸은 움직이지 않고 마음은 더 간절해졌다.
나는 라나인건지, 라나인척인지 외면하고 싶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bysV5k-I_g
야생마_이승윤
저 들판을 봐
야생마가 있잖아
뛰는 폼을 봐
여간 예사롭지 않아
이리로 데려와
마음대로 뛰어놀게 해봐
울타리 안에서
안장을 가져와
채찍도 가져와봐
조금 다듬어지면
멋진 경주마가 될 거야
뭔가 다르지
경기의 판도를 가로지을
명마가 될 거야
어서 베팅해
벌써 더 눈에 띄네
걸어 다들 베팅해
내 눈은 틀림없어
야 마 너 왜 발 안 맞추냐
야 마 너 왜 혼자 날뛰냐
울타리 안엔 엉터리 너의
발장난 같은 건 필요 없어
알아서 따라서 뛰어
파격적이야
날것의 미학이야
길들여지지마
넌 세상엔 없던 말이야
뭔가 다르지
시대의 판도를 가로 지을
명마가 될 거야
어서 베팅해
벌써 더 눈에 띄네
걸어 다들 베팅해
내 눈은 틀림없어
야 마 너 왜 발 잘 맞추냐
야 마 너 왜 이제 안 날뛰냐
울타리 안에 엉터리 너의
발재간을 뒤범벅하란 말야
알아서 살아 날뛰어
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