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우리는 매일 숲으로 간다

시내에서 오 분 거리, 바이마르 일름파크(Ilm Park) 걷기

by 정아름
독일에서 제일 좋았던 것은 뭐예요?
매일 가는 숲이요!


독일의 여름은 짧아서 그런가. 아쉬울 정도로 뜨거운 햇살이 따사롭게 느껴진다. 믿기 어렵지만 작년 겨울은 반년 정도였다. 겨울이 올 것이 두려워 12월에 한국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독일의 겨울은 혹독하다.


그리고 너무 좋은 계절, 독일에 드디어 '여름'이 왔다.



백발의 정말 건강해 보이는 할아버지가 자전거를 끌고 지나간다. 독일에 오니, 독일인들은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한다.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늘 보인다. 잔디밭에서 축구하는 젊은 사람들 중에는 꼭 여자가 한 두 명은 끼여 있는데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독일 여성분들은 냉장고를 번쩍번쩍 들만큼 기운이 세다는, 아이 낳고도 그날 찬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바로 샤워를 한 뒤 한 팔에 아기를 안고 병원을 돌아다닌다는 영웅담이 있을 정도.



일름파크, 공원 도착!


집에서 십 분 거리, 일름 공원이 있다. 공원은 바이마르 전체를 둘러싸고 있고 시내에서도 오 분이면 공원으로 갈 수 있다. 너무 넒어서 매일 가는 코스만 도는데도 집에 돌아오면 두세 시간은 훌쩍 지난다. 아이는 페달 없는 자전거를 열심히 굴린다.(처음으로 본 신기한 독일 유아 자전거, 페달 없이도 정말 빠르다)


"엄마, 나 잘하지요?"

"응, 진짜 잘하네."

"야호, 나 엄마한테 칭찬받았다!"


아이는 신이 나서 더 빨리 자전거를 탄다. 아이의 자전거를 따라가려면 열심히 뛰어야 할 정도다. 바퀴 대신 두 발로 다다다 다다닥 굴리다가 속도가 붙으면 두 발을 들고 멈추기 전까지 중심을 잡고 자전거를 타면 된다.


우리는 자연 속으로 들어간다.

물이 흐르고, 초록은 무성하다.


"엄마, 여기 메뚜기 진짜 많아요. 이리 와 보세요."


남편과 아이는 이 넓은 풀밭에서 메뚜기를 잡는다고 한창 바쁘다. 나는 사진을 찍다가 풍경을 본다. 푸른 나무들은 끝이 없고, 하늘은 유난히 파랗다. 사람들은 드문드문 보인다. 한적한 숲 속 안에서 아무 말 없이, 아무 일 없이 서 있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초록이 퍼지고 있다. 8월도 지고 여름도 지고 시간이 달리는데 기차 밖 풍경처럼 이렇게 좋은 날씨는 짧기만 하다. 하지만 혹독한 겨울이 오기 전까지 섬광 같은 작은 가을이 있으니까, 그때까지 이 따닷한 여름 속에서 미리 걱정은 말자고.



공원의 작은 길, 큰길로 사람들이 유유히 걷는다. 강아지도 아이들도 숲을 자유롭게 거닐고, 적당한 뜨거움과 숲의 신선한 공기는 딱 산책하기 좋은 날. 그리고 벤치에 앉아 간만의 쨍한 햇빛에 그동안 젖은 몸과 마음을 말리는 사람들이 있다. 으아, 온몸을 쭉 뻗고 숲의 기운을 마셔볼까.


그래요. 그동안 당신들, 너무 축축해졌어요.

우울 속에서 잘 견뎠어요.



오후 4시, 숲의 소리가 들린다. 독일의 공원은 언제든지 갈 수 있도록 사람들 바로 곁에 있다. 기차나 버스를 타고 멀리 가지 않아도, 집을 나와 길 건너, 혹은 시내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있는 독일의 공원. 가벼운 옷차림으로 물병과 하리보 젤리만 챙겨 가도 충분한 소풍이 되는 곳. 괴테의 별장이 있고 가로수길에는 마부가 끄는 마차가 다니는 곳. 숲 속에는 발이 시릴 정도의 지하수가 퐁퐁 샘솟아 아이가 맘껏 물장구 칠 수 있는 곳. 가끔 운이 좋으면 수많은 양 떼들을 만나 풀을 줄 수도 있는 특별한 장소.


모든 것을 만끽할 수 있는 이곳은, 바이마르의 일름파크.


아, 그러고 보니 머리가 아프다던 P는 다 나았으려나. 신기하게도 우리는 번갈아가며 아프다. 아프고 나면 서로 만나 위로를 한다. 아프지 말자고. P에게 전화를 해야겠다. 해가 났는데 집에서 뭐 하냐고, 지금 일름파크로 오라고 해야겠다.


계절이 다 가기 전에, 해가 지기 전에, 함께 걷고 싶은 길.


매일 오후 4시,

우리는 독일의 숲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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