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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프로는 ‘불편한 샷’을 반복할까?

불편함과 친해지는 법 – 젠더 쇼플리에게 배운 한 가지

by 언덕파

며칠 전, 책상 위에 던져둔 골프다이제스트 8월호를 펼쳤다. 표지에는 내가 좋아하는 선수, 젠더 쇼플리가 서 있었다. 그는 2024년에 ‘PGA 챔피언십과 브리티시 오픈을 한 해에 모두 우승한 선수’라는 소개만으로도 충분히 눈길을 끄는 존재다. 올림픽 금메달도 보유한 그는 (2020년 도쿄 대회), 세계 랭킹 2위까지 오른 실력자다. 샌디에이고에서 자라 PGA에 도전한 활력 있는 ‘골프계의 스텔스 강자’다. 늘 담백한 표정, 거만하지 않은 눈빛 그리고 묘하게 여유가 느껴지는 그 자세. 프로지만 과시보다 루틴과 성실로 말하는 사람 같다. 그의 인터뷰를 읽다 멈춘 건 그의 연습법 때문이었다.


“똑같은 샷만 반복하는 건 지루하고 실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슬라이스 5개, 훅 5개를 일부러 치면서, 페이스가 어떤 상태일 때 그런 볼의 궤적이 나오는지 체크한다.
즉, 불편한 샷을 통해 스스로를 테스트하는 것이다.”



스크린샷 2025-08-11 115422.png 골프다이제스트 8월호 표지모델, 젠더 쇼플리




처음엔 고개를 갸웃했다. 우린 대체로 ‘잘 맞는 샷’을 반복해서 몸에 익히려 하지 않나? 그런데 그는 반대로 ‘안 맞을 법한 샷’을 일부러 만든다. 워낙 세계직언 선수니까 그러겠지 싶지만 곰곰이 읽어보니 공감이 되는 부분이었다. 이 연습법은 요리사의 접근과도 닮아 있다.
자극과 맛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건 오히려 불편한 조합을 일부러 연습한 레시피일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싱거운 소스를 일부러 넣어보고, 간을 하나하나 조절하며 ‘딱 맞는 맛’을 찾아가는 손맛 실전 같은... 혹은 반죽을 콤팩트하게 한 뒤 일부러 수분을 덜 넣어보며 ‘최적의 텍스처’를 알아내는 베이커의 마음처럼. 그 과정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맛을 살리는 기술이 생기는 것 아닐까. 현장에서 불편함을 의도하는 것은 단지 기술 훈련이 아니라, 곧 섬세한 감각 축적의 기술이라는 사실 말이다.



잘 맞는 것보다 중요한 것

내가 골프를 배우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가 있다. “싱글이 되려면 볼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다룬다’는 건,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다. 평평한 페어웨이, 바람 한 점 없는 뜨거운 날씨, 익숙한 거리 — 이런 완벽한 조건에서만 좋은 샷을 칠 수 있다면, 그건 반쪽짜리 실력이다. 실제 그런 조건은 코스에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같은 코스를 매일 경험한다고 해도 똑같은 스코어, 똑같은 상황의 샷은 있을 수 없다. 골프장에서는 늘 다양한 변수가 생긴다. 바람이 불고, 발이 비뚤어지고, 러프가 발목을 잡는다. 그때 필요한 건, ‘이럴 땐 이렇게’라는 대응의 경험치다. 젠더 쇼플리의 연습법은, 그 경험치를 일부러 만드는 방식이었다.



나도 해본 ‘불편한 샷’

나도 연습장에서 작은 실험을 해본다. 일부러 공을 왼발 끝, 오른발 끝 극단적인 위치에 두고 쳐본다.
스탠스를 좁혀서 또는 넓혀서 쳐본다. 페이스를 살짝 열고, 닫고, 급하게 피니시를 생략해 본다.

처음엔 당연히 엉망이었다. 당황스럽다. 클럽 페이스에 정확히 맞지 않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몸이 자꾸 생각하게 된다. ‘아, 이렇게 하면 훅이 심해지는구나.’ ‘볼이 이런 위치에선 페이스가 더 닫히는구나.’

혹은 백스윙 톱에서 왼 손목을 커핑 해보기도 한다. 그립 방식에 따라 커핑이 맞는지 실험해 본다.
결과가 나빠도, 내 안에 ‘이유를 아는 감각’이 쌓이게 된다. 그건 잘 맞는 샷을 반복할 때는 절대 느끼지 못했던 종류의 학습이었다.



불편함이 주는 선물

골프 얘기 같지만, 이건 일상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우리는 대개 편한 길을 찾는다. 편안한 길만 걸으면

우리는 성장의 깊이를 잃기 쉽다. 익숙한 업무 방식, 잘 아는 사람들, 매일 가던 카페 메뉴. 물론 그것들이 나쁘진 않다. 하지만, 그 안에서는 새로운 근육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낯선 장소에서의 디지털 연결 문제를 내가 해결해 보거나, 익숙하지 않은 주제를 꺼내 대화를 나눠보거나, 조금 비싼 커피를 마시며 새로운 영감을 찾아보는 것… 불편함은 귀찮고, 때로는 자존심도 건드린다. 그렇지만 그 과정을 견디면, 어떤 상황에도 무너지지 않는 ‘적응력’이 생긴다. 젠더 쇼플리가 말한 건 결국 이런 것이다.

“실전은 편안한 상태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당신의 불편한 샷은 무엇인가

나는 요즘 내 일상에도 ‘불편한 샷’을 조금씩 심고 있다. 글을 쓸 때 일부러 나와 전혀 상관없는 소재를 찾아본다. 골프 스윙을 찍어보고, 일부러 못 치는 라이에서 샷을 해본다. 사람들을 만날 때도 익숙한 주제 대신 새로운 대화를 꺼내본다. 그 작은 불편함 덕에 내 일과 골프는 조금씩 유연해지고 있다. 젠더 쇼플리가 말한 연습법은 이제 내 일상 가이드라인 중 하나가 됐다. “그래, 오늘도 불편한 샷 하나쯤은 해보자.”

작은 불편함이 결국 내 실전을 조금은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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