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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도 Nov 14. 2022

죽음에서 돌아온 모기

자리에 누워서 책 읽으며 잠을 청하다가 잠 쏟아져 불 끄고 눈을 감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윙윙 모기가 있길래 성가셔서 얼굴을 이불로 덮었는데 이 놈 자식이 얼마나 집요한 지 이불속으로 뚫고 들어와 한쪽 귀에 대고 윙윙 대니까 짜증이 확 일어서 불 켜고 서랍 속 모기채를 꺼내 한 손에 집고 한 손에 다시 책을 들어 한쪽 눈깔은 온 방을 뒤지다가 그래 내가 이 놈을 찾을게 아니라 이 놈이 날 찾게 해야지라고 전의를 불태우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놈이 다시 윙하길래 천장 쪽을 바라봤더니 옳거니 저 놈이구나 하고 모기채를 몇 번 휘두르니까 모기채가 팍 하고 튀더니 그 안에 모기 한 마리 있어 안녕! 하고 변기 속에 내던졌는데 다음 날 아침 오줌 싸러 변기 앞에 섰는데 모기가 없어 주변을 찾았더니 모기 이 놈 자식이 변기 아래에서 눈 빼꼼 내밀며 안녕?이라 하길래 조심스레 두 손가락으로 집어 들어 올렸더니 오른쪽 뒷다리 한쪽은 어디다 두고 왔는지 짝다리 짚고 날 잔뜩 노려 보길래 허어 이 놈 자식이 죽지도 않고 살아 돌아온 대단한 녀석이니 나보다 나은 놈 같아서 이 놈을 다시 죽이는 건 사람 도리가 아닌 것 같아 창문 열어 집 밖으로 내보냈더니 안녕!이라 하며 날아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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