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 선택에 관한 글을 써주세요. 그 선택과 관련한 두려움이나 용기 같은 감정들이 있다면 그대로 다시 느껴보면서요. 그러기 어렵다면 어려운 대로 자연스럽게 쓰면 됩니다. 그것 또한 지금 당신의 최선의 선택일 테니까요.
- 나를 껴안는 글쓰기 중.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펜을 드는 것이었다. 실제로 펜을 드는 것은 아니니, 브런치에 로그인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해두겠다. 그다음으로 어려운 것은 문장을 정돈하는 일이었다. 문장에 마침표나 쉼표를 찍는 일은 언제나 어려웠다. 나의 일상생활처럼...
최근에 나의 일상에 오랜만에 쉼표를 선택하였다. 1주일을 통째로 휴가를 낸 것이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 휴일이 어디 있냐는 생각에 사로잡혀 불안했지만, 지금은 참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부터 나는 어깨가 단단하게 뭉쳐 있었다. 우주의 모든 욕심을 하나로 끌어모아 내 어깨에 덕지덕지 붙여놓은 느낌이었다. 나는 다시 프로그래밍 공부를 했고, 첫 번째 앱이 나올 때까지 1일 1 커밋을 목표로 했다.
* 1일 1 커밋: 하루에 한 번 이상 새로운 기능을 개발하거나 버그를 고치는 것.
내가 그렇게 목표한 것은 요즘 개발자들 사이에서 그것이 유행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무슨 대단한 목표가 있거나 확신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행히도 개발은 흥미로웠다. 어느 날은 자려고 누웠다가도 벌떡 일어나 코딩을 했다. 우리가 생각을 한 것의 실체가 생긴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6-7개월을 달려서 첫 앱을 출시를 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처음 출시일이 가까워져서는 악플이 달리면 어떻게 하나가 가장 큰 고민이었고, 사용자가 있는 상태에서 업데이트를 며칠 간격으로 진행하면 좋을지 고민을 했다. 홈페이지는 어떻게 꾸며야 하며, 앱스토어의 댓글에는 어떤 답을 달아야 할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우리는 아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해 앱을 출시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지인들이 좋은 평점을 주고 잘 사용해 주었지만, 악플러는 한 명도 없었다. 인스타에 게시물을 올렸지만, 관심을 끌기에는 부족했다. 악플러 대응에는 준비를 했지만, 무플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는 생각도 못했었다. 매일 나는 작아져갔고, 이 일을 하는 것이 맞는가 고민을 했다. 비록 3-4개월이지만 단단하게 뭉쳐진 어깨가 버썩버썩 말라가는 느낌이었다.
3주 전 업데이트를 하고, 1주일 간 휴가를 냈다.
평소에는 여행을 좋아해 쉬는 날이면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계획을 세우곤 했지만, 이번에는 아무런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그냥 무작정 본가로 내려갔다. 오빠와 조카와 시간을 보내고, 엄마 아빠와 산책을 했다. 이틀 정도는 마음을 터놓을 친구들도 만났다.
평소에 계획을 잘 지키지도 않으면서 계획이 없다는 것은 불안하다. MBTI 테스트를 하면 항상 'P'로 끝을 내는 성격이지만, 휴가 전에는 어디에서 얼마의 시간을 보낼지는 꼭 정해 두었다. 30대 중반이 될 때까지 계획이 없이 휴가를 맞이한 것은 처음이었다. 1주일간 나는 일 생각을 하지 않았고, 계속 걷고, 그리고 웃었다.
회사로 돌아왔을 때 팀원들이 미소로 맞아주었다. 내가 휴가를 간 사이 두 분도 여유를 가지고 우리의 일에 대해서 생각을 해 봤다는 것이다. 1주일의 공백이 있어서 두 분의 이야기를 바로 따라 잡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 길로 바로 걸어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매일 붙들고 앉아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순수한 확신이었다. 일에 '쉼표'를 찍었더니, 맥락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일까?
지난주부터는 다시 예전의 생활로 돌아왔다. 여전히 우리 앱은 반응이 없지만, 우리의 꿈은 더욱 구체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어깨는 여전히 뭉쳐있지만 봄비를 맞은 텃밭처럼 조금은 부들부들 해졌다. 나는 다시 긴장하고 자신이 없어질 테지만, 그때는 또 제대로 '쉼표'를 선택하리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