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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은 Feb 02. 2022

호모 엑서사이즈


나는 매일 아침 기능적으로 거울을 본다. 

이는 제대로 닦였는지, 아직 로션이 덜 흡수된 부분이 있는지, 삐져나온 머리카락이 없는지 따위를 확인한다. 여명이 제대로 오지 않은 방 안에서 빅스비가 오늘의 날씨를 정갈하게 읊어준다. 미세먼지가 심하지 않으면 렌즈를 낀다. 이제는 깜깜한 방에서 렌즈를 끼는 것도 매우 익숙하다. 특별히 자세히 보아야 할 이유도 없으니 불도 켜지 않은 어두운 방에서 나갈 채비를 마친다. 

 

이번 달부터 꼭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햇볕이 들어오지 않는 지하에서 거울 앞에 마주 선다. 해가 뜨지 않아도 불이 환하게 켜진 그곳은 헬스장이다. 1월의 헬스장은 정말이지 열기가 가득하다. 세상의 모든 소망을 연료로 사용하여 불을 지핀 느낌이다. 햇볕이 들지 않아도 눈이 부시다. 헬스 기구의 서늘한 느낌과 사람들의 뜨거운 숨이 섞여 있는 특유의 분위기는 나 같은 운동 열등생들에게 괜히 주눅이 들게 한다. 

 

함께 등록을 한 나만큼 운동 못하는 친구가 새삼 고맙다. 그 특유의 분위기를 조금은 외면할 틈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상당히 큰 수업료를 3개월 할부로 지불하면서 2:1 수업을 신청했다. 한 주에 헬스 PT 1회, 필라테스 1회를 하고, 개별 운동은 1~2회 진행하면서 10주간 운동을 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제대로 못할까 봐 걱정도 했지만, 어느덧 4주가 지났고, 각 수업을 4회씩 마쳤다. 돈이 아까우니 어쨌든 나가자고 서로를 다독여 왔지만, 사실 이 정도면 내 인생에서 상당히 훌륭한 정도다. 지금까지 헬스장의 기부천사로 살아온 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 이번에도 쭈뼛쭈뼛 처음 헬스장에 가기 시작했는데, 약간은 친숙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드디어 나는 운동하는 사람, 호모 엑서사이즈로 한 발짝 다가가고 있는 것인가?

 

헬스장 거울은 우리집 거울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은 거울이겠지만, 한달이 지나도 나를 도저히 기능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 왜냐하면 내 몸이 기능적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처럼 움직이는 선생님의 몸과 다르게 내 몸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이상하게 얼굴과 승모근만 찌그러질 뿐이다. 그럴 때는 마음의 눈이 필요하다. 근육이 당겨지는 느낌을 몸으로 느끼면서 거울을 바라보면 상당히 많이 움직인 것처럼 보인다. 어린 왕자도 진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으니까.

 

애쓴다. 

나에게는 정말 '애쓴다'는 표현이 딱이다. 

그래도  괜찮다. 계속 애쓰면 좋겠다. 

 

작년에는 '목표가 없는 삶'을 살자는 생각을 했었다. 어딘가의 예능에서 유재석은 새해에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고 했다. 멋진 사람이 사는 방식은 항상 멋있어 보이는 법이다. 그래서 나도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그처럼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런데 올해는 계획을 조금 세우기로 했다. 물론 작년에도 행복한 한 해를 보내긴 했지만, 올해는 새로운 종류의 인간이 되고 싶다. 호모 엑서사이즈가 되고 싶다. 

올해는 애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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