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신년 다짐
10년 전인 2011년, 27살이 되던 해에 나는 크리스천이 되었다. 그때부터 매년 초가 되면 올 한 해를 어디에 집중하며 살아가면 좋을지를 기도하곤 했다.
“여성, 어린이”라는 단어가 생각나기도 했고 “가벼움, 덜어내기”같은 말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렇게 몇 해를 반복하다 보니 그 해마다 내게 마음 주시는 그 키워드를 붙잡고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습관이 생겼다.
어제는 올해를 이끌고 갈 중심 되는 키워드가 무엇인지를 놓고 기도하는데 “FIND MYSELF (나 자신 찾기)”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어왔다. 타인이 정의하는 나가 아닌, 내 스스로 발견하고 정의 내리는 나 자신을 찾아보라는 뜻 같았다.
일단 무언가가 마음에 들어오면 몸으로 실천해보는 편인 나는 문득 사진 찍기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아이를 카메라에 담을 때에는 폰 카메라로 찍지만 나를 찍을 때에는 언제부터인가 보정을 해주는 어플로만 사진을 찍고 있던 것. 30살이 넘어가고 휴대폰 보정 어플은 날로 발전하던 그 어느 시점부터 나도 모르게 보정 어플을 사용해 사진을 찍기 시작했던 것 같다.
요즘 사진 어플 기능이 거의 포토샵 수준으로 다양하게 나와서 다채로운 색감의 보정을 선물해준다. 그뿐만이 아니다. 어떤 어플은 턱살을 깎아주고 눈을 키워주고 키까지 늘려주는 등 거의 모든 사진 성형을 다 할 수 있게 해 준다.
“인스타 미녀”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사진을 주요 콘텐츠로 하는 SNS인 인스타그램에는 유독 예쁜 얼굴과 몸매를 자랑하는 사진들이 많은데, 그 사진들이 얼마나 왜곡되어있는지는 사진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나는 얼굴을 변형시키는 보정은 너무 내가 아닌 것 같아서 사용하지 않았지만 피부톤을 화사하게 해 주고 주름을 감춰주는 보정은 습관적으로 써 왔다.
출산 이후 외모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그렇다고 출산 전에 외모 자신감이 넘쳐났던 것 또한 아니지만) 칙칙한 피부를 뽀얗게 만들어주는 보정 어플에 어느 정도 중독이 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런데 올해 ‘진정한 나를 찾자’고 마음먹고 나니,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보정 어플로만 사진을 찍었던 내 습관을 고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때는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는 오후 4시를 지나고 있었다. (실제로 런던 일몰 시간은 오후 4시 정도인데, 이 시간이 지나면 캄캄한 밤처럼 어두워진다) 집 안으로 들어오는 노을빛을 조명삼아 몇 장의 사진을 보정 없는 폰 카메라로 찍어본다.
찰칵찰칵
사진을 확인해본다. 뽀샤시하지 않은 내 얼굴을 마주하기가 조금 낯설다. 그런데 이게 진짜 내 모습이라는 건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요즘엔 빈혈약 먹느라 변비가 와서 얼굴 여기저기 뾰루지도 많이 났지만 이걸 감추거나 가리기보다는 더 건강한 몸으로 잘 관리해서 맑고 고운 피부를 가꾸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보정 5분이면 깨끗한 피부를 가진 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그건 진실이 아니지 않은가. 건강히 먹고 잠도 잘 자고 화장실도 잘 가서(!!!) 더 깨끗하고 건강한 피부를 가꾸는 일은 5일, 아니 50일 이상은 꾸준히 노력해야 맛볼 수 있는 느린 변화다. 하지만 이렇게 천천히 얻게 된 변화야말로 진짜 내 것이 된다.
2020년 12월 31일, 온라인으로 드린 송구영신 예배 때 목사님은 달란트 말씀으로 설교를 하셨다. 내게 주어진 그 모든 것이 달란트라고, 내 얼굴도, 내 시간도, 내 은사도 모두 잘 가꾸고 관리해야 하는 달란트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이 참 와 닿았다.
비록 내가 절세미녀는 아니지만 나만의 개성과 매력을 발견(FIND MYSELF)하고 가꾸어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올해에는 뭔가 더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