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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레옹 Jan 06. 2021

아동학대, 이제 제발 멈춰야 할 때

하늘나라에 간 정인아, 그곳에서 부디 행복하렴

지난해, 의붓아들을 7시간이 넘도록 여행용 가방에 가둬 죽게 만든 계모의 사건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영국에서 그 뉴스를 접한 나는 말 그대로 어안이 벙벙한 충격을 받았다.

사람이 잔인해도 어떻게 이렇게까지 잔인할  있을까?’


내가 읽고 있는 뉴스 글을 진실이라고 받아들이기 힘들 만큼 내용은 끔찍했다.



사실 나는 군대에서 전역한 뒤 아동의 권리를 옹호하는 NGO 단체에서 1년간 일을 했었다. 세상의 약자, 아이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목적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그곳에서 마주한 아이들은 마음 아픈 갖가지 사연들을 품고 있었다. 부모님 없이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거나, 생계를 이어나가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아이들, 치료비가 없어 수술을 못하는 아이들을 돕기 위한 모금 활동을 펼치고 캠페인을 기획하는 게 주된 일이었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 해외로 나와야 하는 상황이 없었더라면 나는 아마 지금까지도 계속 이 조직에 몸담으며 일하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 어떤 때보다도 많은 보람을 느꼈고 의미를 찾을 수 있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사건이 터지고, NGO에서 여전히 일하고 있는 동기들과 지인들에게 연락했다. 전국의 아동보호 전문기관에서 각 지역의 아동학대 사례를 담당하는데, 이런 사건이 터지다 보니 이래저래 분위기가 안 좋은 모양이었다.


나는 내가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기자니까, 세상에 아동학대를 제발 그만 하라고 말하는 기사를 써야겠다 마음먹었다.


기획을 하고 인터뷰할 사람들을 섭외했다. 아동학대 현장에서 발로 뛰고 계신 3분을 섭외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나는 런던에서 줌으로 한국에 계신 전문가들을 한 분 한 분 인터뷰했다.



원래는 평범한 워킹맘이었지만 울산 계모 사건을 접하고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현실에 개탄하며 아동학대 예방의 길로 뛰어드신 공혜정 대표님. 또랑또랑한 목소리에서 이 길을 걸으며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그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인식하고 이를 위해 발로 뛰시는 분이다.

해시태그 정인아 미안해 캠페인도 바로 이 공 대표님에 의해 시작됐다.


아동권리보장원(. 중앙 아동보호 전문기관) 장화정 본부장님. 미국 유학 시절 책에서 배운 아동학대가 한국 현장에 그대로 있는 걸 보면서, 공부가 아닌 현장 일을 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게 되셨다고 한다. 전국의 아동보호 전문기관을 관리하고 관련된 교육과 정책을 개발하신다. 특히 장 본부장님은 무엇보다 부모가 자녀를 소유물로 생각하지 않고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셨다.


아동 심리 상담사로 활동하는 김진희 상담가님. 대학원 공부 과정에서 ‘도대체 어떤 이유들 때문에 아이들이 이렇게 됐을까? 원인은 무엇이며 또 해결책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시작으로 아동 상담사의 길을 걷게 되셨다고 한다. 학대 징후가 의심되는 아동과의 상담과정을 통해 실제 학대 정황을 발견하기도 하고 부모 교육을 하기도 한다. 김진희 상담사는 특히 성학대의 경우, 아이들이 피규어로 성관계를 묘사하는 장면을 연출하거나 관련된 말을 하는 등의 특정한 말과 행동을 보인다고 했다.

그는 ‘내가  낳았잖아.’ ‘내가 너에게 들인 돈이 얼만데.’ 같이 자녀를 소유물로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에서 학대가 시작된다고 말한다.

https://www.bbc.com/korean/features-53312459.amp

-내가 기획, 취재, 영상편집을 진행했던 아동학대 기사-



한국 사회에 아동학대 이슈가 반복되는 이유는 내가 볼 때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자녀를 소유물로 생각하고 마음대로 체벌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낡은 관습. 둘째는 학대를 해도 강하게 처벌하지 않는 법과 제도에 있다.


우리는 이렇게 또 한 명의 어리디 어린 생명을 떠나보내야 했다. 사람들은 미안하다며, 우리가 바꾼다며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이제 진짜 우리가 어른으로써  일은 행동하는 것이다.


내가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작은  하나 행동 하나에도 폭력이 숨어 있지는 않았는지를 돌이켜봐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그래도 된다’는 인식이 아직도 너무 강하다.


내게 아이가 없다 하더라도, 주위에 학대가 의심되는 아동이 발견되면 무조건 신고하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아동학대는 그 어떤 범죄와는 예외적으로, 의심만으로도 신고를 할 수 있다. 팔다리에 멍이 많거나 옷차림이 이상하거나 신발을 신지 않고 돌아다니는 등의 이상 징후가 보이는 아이가 있다면 지체 없이 112에 신고해야 한다.


경찰, 아동보호기관 상담사, 어린이집  교육기관 종사자,  관련 종사자들에게 ‘ 아이의 생명을 살린다 사명감이 필요하다. 신고가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종결해버린 담당자의 무책임한 행동은 결국 정인이의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돌아왔다.


내가   있는 일부터 하자.


많은 걸 혼자서 다 해낼 수는 없지만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은 반드시 있다. 이제 제발 더 이상 한국에서 이런 학대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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