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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레옹 Apr 08. 2021

한국이 좋아요 - ‘한글종이책’편

서점과 도서관을 자주 갑니다

한국에 와서 감사한 일들을 헤아려보는 와중에, 나는 내가 서점과 도서관을 밥 먹듯 드나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지난달에는 이직을 준비하기 위해 도서관에 붙어살았고, 두 해 동안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을 만나러 약속 장소에 가면서도, 항상 먼저 도착해 근처 서점부터 들렀다.

한글책 가득한 한국 서점이 너무 좋아요 :)


나도 모르게 내 발걸음이 서점으로  향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일단 나는 기본적으로 ‘종이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중학교 2학년, 학교 도서관에 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라는 소설을 읽으면서부터 책을 좋아하게 됐다. 그의 소설을 읽으며 ‘인간의 상상력은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궁금해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었다. 그의 다른 소설들을 읽었고, 책이 주는 행복감을 맛보면서 내 독서는 다른 분야로 점차 확장되었다.


군인(정확히는 사관학교 생도) 시절에는 공강 시간마다 도서관을 갔다. 이때에는 주로 삶의 철학적 물음에 답을 추구하는 철학책이나 심리학 책을 많이 읽었다. 제복을 입고 예비 장교가 되기 위한 소양을 쌓아가는 4년의 생도 시절, 나는 끝없이 자신에게 ‘왜 나는 이 곳에 있을까?’를 되묻곤 했다.


27살, 무신론자에서 크리스천이 되고 나서 내 책장은 종교 서적으로 가득했다. 내가 만난 신에 대해 더 알고 싶었고, 그 모든 궁금증을 책으로 풀었다. 래너드 스윗의 관계의 영성, 모건 스콧 펙의 아직도 가야 할 길, 유진 피터슨의 메시지 등 수많은 (따져보지는 않았지만 못해도 백 권은 넘지 않았을까..) 종교 서적을, 배고픈 사자가 먹잇감을 먹어치우듯 읽어댔다.  



그렇게 인생의 시기를 지날 때마다 가장 관심이 가고 궁금한 영역의 책을 읽으며 살아온 나이지만, 2019년 영국행 비행기에 오르면서 이런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일단 영국에서는 한국 책 자체를 구하기 힘들었고, 한국에서 구입해 배송하려고 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발생했다. 비싼 배송비를 내가며 책을 읽으려니 돈이 너무 아까워 어쩔 수 없이 전자책의 세계에 입문했다.


전자책(e-book)은 나름의 장점도 있다. 우선 종이책보다 저렴하고 무겁게 들고 다닐 필요가 없으며 핸드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읽을 수 있다. 그래서 영국에 있는 동안 책을 향한 내 갈증을 전자책으로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다. 물론 영국에도 서점이 있지만 영문 서적은 영어를 네이티브처럼 구사하지 못하는 내가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 어려워 잘 찾지 않았다.



한국에 왔고 격리가 끝나니 어디든 한글 책들로만 수두룩 빽빽한 서점이 많다는  너무 좋았다. 지인들과의 약속을 잡으면 최대한 빨리 가서 근처 서점부터 들른다. 요즘 어떤 책들이 나왔나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책을 읽는다. 빳빳한 새책 종이를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내 행복 통장의 잔고가 쌓여가는 기분이 든다. ‘이 얼마나 그리웠던 감촉인가!’


시간 여유만 있으면 속독으로   정도는 읽을  있다. 다만 예전엔 서점마다 앉아서 읽을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는데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아예 그런 공간을 없애버린 서점들도 있다. , 비록 서서 책을 읽으면 다리는 아프지만  영혼은 배부르니 불만은 없다.


진짜 소장하고 싶은 책은 구입하기도 하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구입에 신중해졌다. 영국으로 가면서  정리할  책이 많았는데, 책의 특성상 무게가 많이 나가니 가져가지도 못하고 많은 책들을 기부하거나 처분해야 했던 경험 때문이다.



아무튼, 오늘도 나는 집 근처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다. 참 좋다. 내 오랜 습관을 다시 이어나갈 수 있다는 기쁨. 내가 좋아하는 장소로 다시 오게 됐다는 안도감. 저 많은 책들 가운데 적어도 한 권은 내 궁금증을 풀어줄 것이라는 믿음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어떤 이에겐 그 장소가 카페가 될 수도 있고 공원이 될 수도 있고 축구장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장소가 어디인지를 잘 아는 것이다. ‘내 취향을 스스로 존중해 주기’,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잘 알기’, ‘좋아하는 공간에 자주 머물기’ 가 우리 삶에 얼마나 큰 힘을 주는지를 다시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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