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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레옹 Dec 03. 2021

채식인을 대하는 3가지 유형

부정형 - 수긍형 - 지지형

나는 채식인이다. 2018년 가을, 서울로 올라가는 고속버스의 TV에서 목격한 뉴스 장면이 계기가 되었다. 뉴스에서는 양진호 한국 미래기술 회장이라는 사람이 직원들에게 일본도를 주고 살아있는 닭은 공중에 던져 내리치게 한 직원 폭행 및 갑질 사건을 보도하고 있었다. 일정 부분 모자이크 처리는 되어있었지만 꽤 충격적이었고 그날 이후 치킨을 입에 넣기 힘들어졌다.


하나의 작은 관심으로 시작한 ‘채식’은 나비효과처럼 내 삶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채식에 대한 책을 찾아보고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몰랐던 지식을 얻게 됐다. 고기를 너무 먹고 싶은데 억지로 참는 것이 아닌, 고기 냄새조차 피하고 싶어 하는 채식인이 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평소에 고기보다는 해산물을 선호하는 내 식성도 한 몫했다. 그렇게 나는 완전한 채식인으로 전향해 지금까지 내 소신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채식인으로 살아가는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나 반응은 다양하다. 그 유형을 나누어보면 크게 3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부정형이다. 내가 왜 채식을 시작하게 됐는지, 채식을 하면 어떤 변화가 있는지 등을 궁금해하기보다는 고기를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 이어가는 유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어느 정도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채식을 더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것 같다. 부산에 살고 계시는 엄마와의 전화통화에서 며칠 전 생일에 굴을 넣은 미역국을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고 하자 엄마는 그래도 고기는 먹어야 한다는 말을 한 다섯 번쯤 했다.

남편이 끓여준 굴 미역국! (육식을 사랑하는 남편은 수긍형에 해당한다)


 번째 유형은 수긍형이다. 본인은 육식을 사랑하는 육식 파라 할지라도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들이다. 처음에는 고기도  먹어보라고 권유하다가도 ‘이게  사람이 추구하는 가치이구나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수긍해준다. 마음을 나누는   되는 절친 가운데 고기를 정말 사랑하는 친구가 있다. 같이 만나 밥을 먹자고 약속을 잡으면 ‘언니 고기  먹으니까 베지테리언 메뉴 있는 대로 가자 먼저 말해준다.


세 번째 유형은 지지형이다. 평소 채식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던 사람, 혹은 적게라도 일상에서 채식을 실천하는 사람이 여기에 해당된다. 자주 얼굴은 못 보지만 가끔 연락하고 지내는 지인은 내가 채식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도 관심이 많았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나보다 먼저 채식을 실천하며 살아온 한 동생은 며칠 전 내 생일에 비건 빵 세트를 택배로 보내며 ‘먹어보니 맛있더라, 생일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기대하지 않다가 우연히 채식을 지지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참 반갑다. 채식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맛집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나는 가까운 가족을 포함해 그 누구에게도 채식을 해보라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채식이 좋지만 누군가는 고기를 먹는 즐거움이 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내가 진정한 채식인으로 만족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그 누군가 관심을 갖고 한 번쯤 도전해본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사람마다의 계기는 다르지만 내 삶에 채식이 들어온 이후 내가 더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니까 말이다.



*커버사진 출처: Heart Fou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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