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울리는 비 오는 어린이날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가정의 달 5월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새겨보는 고마운 달이지만, 여기저기 나가야 할 지출도 만만치는 않아 통장 계좌를 여러 번 체크했다.
우선 초등학생이 된 아들을 위해 우리는 지난 주말 새 자전거를 선물해 줬다. 만 3살 때부터 자전거를 가르쳤는데 이제는 오르막길 내리막길 할 것 없이 정말 잘 탄다. 사이즈가 작아져 더 큰 걸로 사줘야지 사줘야지 하다가 어린이날을 맞아 새 자전거로 바꿔준 것. 사실 사이즈를 체크하려고 집 근처 자전거 가게에 들렀는데 새 자전거에 앉아서 배시시 웃는 아이 얼굴을 보고서는 그 자리에서 바로 구매했다. 행복해하는 아이 모습은 엄마아빠의 지갑을 열게 한다.
어차피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전거는 너무 작아져서 사주긴 해야 했으니, 잘 됐다 싶었다. 이렇게 어린이날 선물은 아이도, 엄마아빠도 흡족하게 잘 넘어갔다. 문제는 어린이날이다. 우리는 최대한 사람이 붐비지 않는(그런 곳이 별로 없긴 하겠지만) 공원으로 가서 자전거를 타고 놀려고 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계속 어린이날에 많은 비가 내린다고 하니 어딜 가서 뭘 해야 하나 싶다.
유년시절을 돌이켜보면 어린이날만큼은 맑고 쨍쨍했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비가 오는 어린이날이니 엉엉 울 어린이들도 많을 것 같다. 우선 학교도, 직장도 모두 쉬는 빨간 날이니 '무언가'를 해야 한다.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공연보기나 전시회, 박물관 관람 이런 쪽으로 가볼까? (근데 아마 사람이 많겠지?) 아니면 동네 친구들을 불러다가 집에서 놀게 할까? 근데 이건 좀 아이 입장에서 시시하다고 느끼지 않을까? 당장 내일이 어린이날인데 초초해진다.
어찌 됐건 우리는 어린이날을 보낼 것이다. 비는 오더라도 최대한 의미 있는, 기억에 남는 어린이날이 되도록 머리를 굴려봐야겠다. 우리 집의 경우, 아이가 며칠 째 콧물이 줄줄 흘러서 너무 힘든 활동은 하지 않으려 한다. 가족과 함께, 아이의 어린이 됨을 축하해 주고 기뻐해주는 시간은 꼭 가져야겠다. 글을 쓰다 보니, 아이에게 어린이날을 축하하는 편지도 써보면 좋을 것 같고, 아이 스스로 내가 되고 싶은 어린이와 같은 다짐을 써서 꾸며보고 방에 붙여놔도 좋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금요일 어린이날이 지나고 나면 8일 월요일 어버이날이다. 월요일이다 보니 어버이날 축하는 주말에 해야겠다. 가정의 달 5월, 내가 축하해 드릴 부모님이 계신 것, 기뻐해줄 어린이가 있는 것에 감사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하며, 비야 제발 센스 있게 내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