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은쌤 Sep 06. 2024

보송이 젖병 예뻐요!

여기에 우리 먹는 우유 넣어주면 되겠어요!

선물받은 출산선물 키트를 잠시 찬장에 넣어두었었다.

첫째 아이는 먹을 것을 찾다가 그 키트를 발견하고는 꺼내어 물었다.


"엄마! 이거 뭐야?"

"그거 보송이 태어나면 쓸 물건들 담겨 있는거야."


아이는 궁금해했다. 

왜나하면 상자 자체가 케이크 그림이 그려져 있고, 매력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열어보게 했고, 

어떤 물건들인지 이야기해주었다. 


키트 안에는 젖병, 젖꼭지, 일회용가제수건 등이 들어있었다. 


첫째 아이가 어릴 때에도 사용했던 물건이라며

어릴 때 썼던 물건들을 추억하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이는 이야기를 들으며 보송이가 젖병 우유를 먹는 것을 상상했던 모양이다. 


"엄마! 보송이 젖병 예뻐요!! 여기에 우리가 먹는 우유넣어서 주면 되겠어요!"


동생을 생각하며 젖병에 우유를 넣어주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하다니.

최근 동생이 없었으면 좋겠고, 동생이 싫다는 표현을 했던 아이가 맞나 싶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 그래도 동생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내심 우리 아이와 둘째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정말 좋은 친구, 형제가 되길 소망했다.


"시우야, 그런데 말이야.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우리가 먹는 우유를 먹을수가 없어."

아이는 눈이 동그래지며 아기는 우유를 먹는게 아니라는게 놀란 눈치였다.


"왜요?"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우리가 먹는 우유를 소화할 수가 없거든. 

그래서, 엄마 몸에서 나오는 우유를 먹거나, 분유를 먹어야 해."

"아. 그렇구나!"


첫째 아이도 태어나자마자 엄마 쭈쭈와 분유를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끄덕였다.

아이는 그렇게 아기에 대해 이해하고, 또 그 존재를 알아간다. 


앞으로 닥칠 잠깐의 헤어짐이 두렵지만 그럼에도 우리 아이가 잘 해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과 용기를 가져본다. 

때론, 아이에게 닥칠 일을 미리 이야기하면 엉엉 울며 엄마 없으면 안된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벌어지지 않을 일이 아니기에 아이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래도 참 다행이다 싶은건

아이가 동생을 미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얼마전에는 자발적으로 '동생이 태어났어요'라는 그림책을 가져와 읽어달라고 했다.

아이가 부정할줄만 알았는데, 이 책을 들고와서 읽어달라고 한 것이 놀라웠다.

아이와 변화할 일상이 무섭기도 하지만, 재미있게 지낼 일상을 기대하기도 한다. 


아이가 둘이 생기고 나면 우리 가족에겐 어떤 변화가 생길까.

첫째때에는 아무 고민없이 그저 출산을 준비하는 목록을 새기고,

집을 정리하고, 아기 맞이할 준비를 하기만 했는데,


첫째가 있는 상황에서 둘째를 맞이한다는건 

무언가 전투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고, 첫째아이를 살피면서 둘째를 맞이해야하니 버겁게도 느껴진다.


하지만 두 아이가 자라면서 우리에게 생길 행복이 더 커지고 많아지리라고 믿는다.

분명 우리가 웃으며 지내는 일들이 더 많아질거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나에게 닥친 미래를 기대해본다.

우리 아이가 변화하면서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온 것처럼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보송이한테 눈 보여줄거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