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해야한다는 이유로

하고 싶었던 것을 참아야했던 시간들

by 정은쌤

나의 전성기는 초등학교 졸업 전과 후로 나뉜다.


중학교를 입학하면서부터는 종합학원을 다니며 '공부'를 해야하는 학생이 되었기 때문이다. '공부'를 한다는 것은 대단히 큰 부담이었다. 나는 이제 놀 수 없다는 생각이 컸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 힘들었다.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참고 안해야 되는 것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면서 참아 내는 것이 힘들었다.


내가 중학교를 입학해 다니던 시절,

CA라는 시간이 있었다. 지금으로 말하면 동아리 활동의 시간인데 여러가지 자치활동들이 있었다.


정말 하고 싶었던 CA로는 '방송반'이었다. 나에게는 막연히 '아나운서'에 대한 꿈이 있었고, 방송반에서의 여러 활동들을 하며 재미있게 학교생활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방송반'을 할 수 없었다.


'공부' 때문이었다.

방송반을 하면 '공부'를 할 시간을 방해받고, 공부를 잘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아빠는 반대를 하셨기 때문이다. 나는 무얼하더라도 '공부'와 관련된 것을 하거나 방해가 되지 않는 것을 찾아야 했다.


나는 '과학반'을 들어갔다. 과학 관련 실험을 하면서 즐겁게 과학 활동을 하는 동아리였다. 초등학교 때 우주소년단을 했기에 나는 과학 실험도 좋아하고 '화학'과목이 좋았다. 그나마 좋아하는걸 할 수 있는 동아리로 선택한 것이다. 덕분에 담당 선생님이 계획해주시는 실험들을 해보고, 즐거운 과학시간을 보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음악선생님이 만들어주신 기악부 덕분에 초등학교 때 배웠던 바이올린을 다시 켤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 동아리는 내가 했던 악기를 다시 하는 시간이어서 였는지 반대없이 그저 즐겁게 그 시간을 누리며 다닐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공부를 아주 잘해 전교 10위 안에드는 학생은 아니었다.

외고준비도 했지만, 외고는 다른 이유로 포기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렇지만, 일반고를 가서도 나는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즐겁게 공부하지 못했다.


나는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부쩍 체력이 소진되어 힘듦을 많이 느꼈다. 중학생 때 따로 운동을 안했으니, 초등학생 시절 내내 선수반까지 했던 수영 체력으로 간간히 버텼던거 같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가니 동아리 활동이 제법 더 많았다. 밴드부도 있고, 댄스 동아리도 있고, 재미있어 보이는 동아리들이 정말 많았다. 하지만, 어짜피 내가 이런 동아리를 한다고 하면 반대에 부딪힐 것을 알기에 애초에 선택하지 않았고, 공부에 도움이 될만한 것을 찾아야 했다.


뿐만 아니라, 나는 태권도를 배우고 싶었다. 내 친구와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운동하고 집에 들어가는 루틴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대에 갈 것도 아니면서 왜 배우냐고 이 또한 거절당했다.


지금에서야 참 안타까운 것은 정말 하고 싶은 의지가 컸다면 다른 방법 또는 대안을 생각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것이다.

태권도를 배우려는 목적은 ‘운동’ 이자 ‘체력향상’이었다. 태권도를 하면 물론 내 몸을 지키는 방법을 배우고 더 나아가서는 국기원 심사도 경험해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것들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본질은 그게 아니었으니까. 다른 대안을 찾았다면 무언가를 배우지 않고도 충분히 운동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때는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말하면 할 수 없다고 말하는 부모님이 원망스러웠다. 할 수 없는 이유들이 있었지만, 내가 좀 더 의지가 있고 지금처럼 다른 방안을 생각하고 전환하는 힘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일 그런 힘이 있었다면, 나는 조금 더 편안하게 학교 생활을 했을지 모르겠다. 즐겁게 무언가를 하는 방법을 찾고, 좌절을 경험하더라도 금새 회복하는 힘이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것만 어떻게 다 하고 살 수 있는가. 때론 참아내야 할 때도 있고, 때론 다음으로 미루어야 할 때도 있다.


청소년기의 나는 하고 싶은 것을 못해 힘들었던 이유가 어쩌면 부모님이 믿어주고 지지하고 격려해주는 그 따뜻함을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그 때의 나에게 미래에 살고 있는 내가 속삭여줄 수만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공부 하기 싫으면 안해도 괜찮아. 네 자신이 더 중요해. 너는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해낼 수 있잖아. 지금 지쳐있고 힘들다면 쉬고 싶다고 말해도 괜찮아.

네 인생은 네가 선택하고 만드는거야. 네 인생은 네 것이니까. 세상에는 공부보다 더 중요한 일들도 많이 있어. 살아있는 동안 하루 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해. 오늘 하루에 집중하면서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살아가렴. 딱 오늘 하루만 살 수 있다면 무얼 제일 하고 싶은지 생각해봐. 다 내려놓고 오늘 하루 행복한 하루로 살아봐! 그리고 나면 기분도 생각도 다 달라져 있을거야.“ 라고 말이다.


지금이라도 이런 가치관을 가지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 중요한 가치는 나의 미래에도 반영되겠지만, 내 아이들에게도 흘러갈 테니까.


내 인생은 중요하고, 나는 중요한 사람이다.

즐겁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 또한 중요하지만 내가 행복하게 삶을 영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부모님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못하고 속상했다고만 생각했던 시간들이 있었지만, 그 덕분에 해내고 극복하는 과정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그 시간들 덕분에 생긴 선물이다. 더 행복한 시간을 영위하고 누렸다면 지금의 행복이 배가 되었겠지만, 지금이라도 알아차린 건 정말 다행이고 앞으로의 나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정은! 하고 싶은거 다해! 후회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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