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못하고 참기만 했던 감정들

울면 안돼

by 정은쌤

나는 어릴 때부터 감정교육을 받고 자라지 못했다.

아마도 나와 비슷한 또래들은 대부분 그럴 것이다.

아니 성인이 된 대부분은 그럴지도 모른다.


나는 내 아이처럼 엉엉 울어보지 못했다.

그렇게 울고나면 속이 시원해질 수 있다는 걸 몰랐다.

울어도 괜찮다는 걸 몰랐다.


오히려 어린 시절의 나는

"울지마"

"뚝 그쳐"

"이게 울 일이야?"

라며 '울음'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배우며 커 왔다.


게다가 속이 상했든, 동생과 싸워서 분통이 터지든, 화가 났든

그에 따라 눈물이 나면

오히려 울어서 더 혼이 났다.


그렇게 나의 감정은 무시당했고,

나는 내 감정을 처리할 방법을 모르고 성인이 되었다.


그래서 눈물이 차오를 때

혼나지 않기 위해 참았고,

홀로 문을 닫고 들어가 소리 없이 울었다.


눈물이 나는건 너무 자연스럽고 내가 멈출 수 없는 일이였기에

어떻게든 흘려보내야만 했다.


그러다보니 나는 부모님 앞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울음과 함께 꾸역꾸역 삼켜갔다.


그런데 그게 나중에 문제가 될 줄이야


내가 내 감정을 하나씩 하나씩 내 무의식 속 어딘가로 밀어넣고 있을 때

내 감정은 해소된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쌓여가고 있었다는걸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그렇게 쌓여서 보이지 않던 어둠 속 나의 감정이

스멀 스멀 새어나오며 나는 나도 모르는 나의 모습, 내가 마주하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과 마주해야했다.


보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과 마주할 때의 기분은 참 별로다.


세상 착한 사람이었다가 참지 못하고 새어나온 모습 때문에 나는 예민한 사람이 되었다.

따뜻하고 다정한 엄마이고 싶었는데, 아이의 사소한 행동과 말 하나 때문에 나는 고함쟁이 엄마가 되었다.

말없이 지지해주고 응원하던 아내였는데, 남편의 말 한마디에 나는 잔소리쟁이 아내가 되었다.


어느날 문득 내 모습을 보기 싫어 숨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무시무시하고 보기 싫은 모습의 나도 '나'였다.


아이에게 감정조절과 감정표현 방법을 가르쳐주면서

정작 나는 내 감정을 들여다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릴 땐 혼나는 게 무서워서 감정을 숨겼더라도

이젠 내가 내 감정을 알아차리고 돌보아줄 필요가 있다.


내 안에 꼴보기 싫은 모습이라도

내 안에 별로인 모습이라도

그 모양이 어떠하든 나는 나니까.


이젠 그 방법들을 조금은 안다.

내 무의식 속 켜켜이 숨겨진 내 감정들을 꺼내고 흘려보내는 방법을 말이다.


풍선에 작은 구멍을 내어 놓으면 차차 바람이 빠져 쪼그라들듯이

내 감정 주머니도 비워내고 비워내는 그런 구멍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내가 좀 더 따뜻하고 다정한 엄마가 되고,

내가 좀 더 편안한 아내가 되고,

내가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내가 좀 더 품격있는 내가 되려면 말이다.


내 안에 올라오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마주하며

숨기기에만 급급했던 과거의 나는

어린 시절 그 감정들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몰라

혼나지 않으려 감추던 나였다.


나는 부정적인 감정도 긍정적인 감정도

모두 느낄 수 있고,

이 모든 감정은 내 안에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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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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