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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靜天) 에세이 17] 다시 처음이라오

젊음이 소중한 진짜 이유...<처음>이 주는 <설렘>의 마법 때문에

by 한정구

사춘기, 학교, 반올림


<성장드라마>는 성장기 경험과 사건을 통해 아이들이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다룬 드라마다. 대부분 '질풍노도의 시기'인 청소년기를 다루며, 잘 알려진 작품으로는 사춘기(MBC), 학교(KBS), 반올림(KBS) 등이 있다


1.jpg (사진 출처 : 블로그 <이런사람>)


성장드라마의 주 시청자는 청소년이다. 청소년기에 경험하는 성적, 우정, 사랑을 소재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은 성장드라마를 통해 갈등해결을 배우기도 하고, 마음 속에 쌓여있는 불안과 긴장을 해소하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성적, 우정, 사랑이라는 소재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중요한 드라마적 요소가 있다. 바로 청소년과 어른 사이의 갈등이다.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 이제 다 컸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인정할 수 없는 어른들 사이에 평행선을 달리는 <세대 갈등>은 성적, 우정, 사랑이라는 소재를 관통하며 드라마를 극적으로 끌어가는 요소로 사용된다.


2.jpg (출처 : 세대갈등의 원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나 다시 돌아갈래 (feat. 박하사탕)


어른이 되면 모든 것이 다 좋아질 것 같다. 성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고, 친구도 마음대로 사귈 수 있으며, 뜨거운 연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한다. 더불어 아이들은 자신을 어리게 보는 시선에 반발하고, 자신이 어리다는 사실을 부정한다.


반면 어른들은 다시 어릴 때로 돌아가고 싶다. 지금 짊어진 이 모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다. 어릴 때로, 젊을 때로 돌아가면 인생을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젊음은 곧 가능성이며, 그 자체로 소중하다고 믿는다.


3.jpg (출처 : 영화사 홈페이지)


그래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이야기한다. 너희가 가진 젊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으라고 말한다. 너희는 젊기 때문에 가능성이 많으니, 젊음을 낭비하지 말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렇게 주옥 같은 말을 아이들은 절대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부러우면 지는 것


어른들의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이기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어른들은 아이들보다 더 많은 경제적 자유, 선택의 자유를 갖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아이들이 그토록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 이유다.


어른들은 경제적 자유, 선택의 자유를 통해, 예를 들어 소비의 즐거움, 연애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고작 그 즐거움 좀 누려보고 싶은 아이들에게 "젊음이 더 소중하다", "젊기 때문에 더 많은 기회가 있다"라고 말한다. 그런 어른들의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먹힐리 없다. 아이들에게 그냥 어른들은 이기적으로 보일 것이다.



젊음이 소중한 진짜 이유


젊음이 소중한 것은 기회가 많기 때문이 아니다. 젊음이 소중한 진짜 이유는 <설렘> 때문이다. 젊기 때문에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처음>이며, <처음>이기 때문에 <설렘>을 느낄 수 있다. '첫' 여행, '첫' 사랑, '첫' 아이, '첫' 직장, '첫' 만남. 이 모든 것이 가슴 뛰게, 눈물 나게 설렌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설렘>은 <익숙함>으로 바뀌며,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점점 무기력해지고 즐겁지 않다.


우리 주변에 나잇값을 못한다는 말을 듣는 어른들이 많아지고 있다. 나이 값을 못한다는 말은 성격파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이 때 기대와 다른 행동을 한다는 말이다.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나이든 남자, 아이돌을 좋아하는 나이든 여자. 그런데 나잇값 못한다는 소리를 듣고 사는 그들은 행복해보인다. 왜일까? 필자의 주장대로 정말 <처음>이 주는 <설렘>을 아직도 느끼고 있기 때문일까?


4.jpg (출처 : 신영복 아카이브)



글 | 정천(靜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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