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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로니에 Jul 01. 2018

프랑스 외인부대원 아내 이야기

17년 차 군인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 나 홀로 예술 활동하는 여자

남편을 따라 프랑스로 


2005년 유럽 배낭여행 중 남편을 만났다. 스쳐가는 인연이라고 생각했는데 싸이월드 일촌을 맺으며 인연이 이어졌다. 유럽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 공중전화로 나에게 고백을 했고 나는 첫 남자 친구가 생겼다.  한국에 도착해서 001로 전화했다가 80만원의 전화비가 나왔다. 그날 이후 좀 저렴한 국제카드를 구입해서 통화했다. 나 아주 옛날 사람 같구나.. 불과 13년 전 이야기인데..

우리의 폰팅 채팅은 프랑스, 아프리카, 영국 등 남자 친구가 훈련 및 파견 나가는 장소마다 이어졌다.

2007년 결혼식을 올리고 3일 후에 프랑스로 떠났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프랑스 남부 몽펠리에 Montpellier 거주했다.

2010년 남편은 아프리카 지부티 2년 파견명령을 받았고 첫 아이가 태어난 지 5일 만에 아프리카로 떠났다.

 나는 그날 5일 된 아기를 안고 사진관에 가서 아기 증명사진을 찍었다. 여권을 신청했고 태어난 지 50일 된 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2010부터 2012년까지 한국에서 거주했다.

2012년 프랑스 남부 님 Nîmes 으로 돌아와 남편과 아이와 함께하는 진정한 주부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2015년 남미에 위치한 프랑스령 기아나에 3년 파견 명령을 받아 쿠루 Kourou 에 거주 중이다.


한지로 지도를 만들어 보았다.


내가 이곳에 처음 도착했을 때 일기를 첨부한다.


남미 날씨 적응하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데 왼쪽 이웃집 남자가 나오더니 비를 맞으며 나무에 물을 준다. 다음날 해가 쨍쨍 비치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니까 앞집 남자가 나와 잔디를 깎는다. 역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니 오른쪽 이웃집 남자가 슬렁슬렁 나오더니 애들 그네의 봉을 잡고 턱걸이를 하며 열심히 운동한다. 다 외인부대원들이다.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아 남편에게 물었다. “다들 왜 그러는거냐"고. 비가 그렇게 자주 오는데 나무가 물이 부족할까봐 물을 주는 거냐? 비에 젖은 잔디가 더 잘 깎이는거냐. 비 맞으며 운동하면 기분이 좋은 거냐? 여기 비는 건강에 아무 지장이 없는 깨끗한 비냐. 남편도 모르겠단다 단지 비 때문에 해야 할 일을 안 할 수 없는거 아니냐고. 본인도 아침에 비 맞고 한 시간 달리기 했다고 한다. 군인이 아침에 달리기 하는건 의무적인 과업의 일부니까 하기 싫어도 해야 되는 거지만 이웃들은 좋아서 하는 것 아닌가 이해가 가지 않을뿐더러 재밌기까지 했다. 

 왜 그러는지 다음날 밖에 산책 나가서 알았다. 해가 쨍쨍 비치는 오후 간식 시간에 애들 산책시킬 겸 집 근처에 있는 맥도널드에 가기로 했다. 이상하게 밖에 사람이 없고 프랑스 본토에서는 양산 든 사람을 보기 힘든데 이곳 사람들은 햇빛을 피하기 위해 커다란 우산을 들고 다니더라. 다 차 타고 다니지 걸어 다니는 사람은 별로 없다. 걷기 시작 1분쯤. 온몸에 땀이 뚝뚝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너무 신기했다. 운동해도 이렇게 땀 내기 쉽지 않은데 100m 쯤 걸었을 뿐인데 땀이 뚝뚝 떨어지다니. 집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이자 쿠루에서 유일하게 하나 있는 맥도널드에 들어갔다. 주문한 햄버거를 먹으려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미친 듯이 내린다. 비가 오든지 말든지 비를 피하지 않고 걸어 다니는 이들도 있다. 비가 잠시 멈췄다 이내 또 해가 쨍쨍 비치길 반복한다. 우산이 없는 우리는 비 안 오는 틈을 타고 이때다 싶어 집으로 향했다. 걷기 시작 5분도 안돼서 소나기가 미친 듯이 내린다. 아들은 비 맞으니 오히려 시원하단다. 그래서 알았다. 왜 이웃들이 이상한 행동을 하는지 말이다. 이곳 사람들은 가만있어도 땀이 뚝뚝 떨어지기 때문에 비가 오면 시원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거다. 더울 때 정원에 나와서 운동하는 미친놈은 없으니 비 맞으며 시원하게 운동하는 거다. 어차피 더워서 땀나나 비를 맞으나 샤워는 해야 하니까. 영국 사람들이 비 맞으며 피자 먹듯이 여기 사람들도 자주 오는 비를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앞으로 또 어떤 일이 있을지 흥미진진하다.


이곳은 지카 바이러스가 존재하고 가장 위험한 지역이다. 그러나 정작 이곳 사람들은 이런 바이러스를 신경 쓰지 않는다. 자카 바이러스가 위험하다고 발표된 해 2016년에 국방부에서 임신한 부인들은 프랑스 본토로 돌아올 것을 권하는 공문을 발표했다. 마담들  (결혼한 부인들) 사이에 이 일로 시끌벅적 누구는 본토로 돌아가고 누구는 남아 출산을 했다. 다행히 난 단 한 명도 지카 바이러스의 피해를 입은 아기와 부모를 보지 못했다. 

일 년 중 절반이 우기이기에 모기가 많을 수밖에 없고 걸어만 다녀도 모기가 얼굴이며 몸에 달라붙어 있다. 몸에 뿌리는 약도 모기에 직접 뿌려 죽이는 스프레이도 여기서는 별 소용이 없다. 아주 작은 날파리같이 생긴 모기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친정엄마는 공기 좋은 시골에 사니 아이들이 좋겠다고 하시는데 공기는 좋지만 습기로 인해 피부병에 아이들 머리에 이가 있는지 수시로 봐야 하는 그런 곳이다. 80년대도 아니고 머리에 이가 웬 말인가.


나는 이곳의 유일한 한국 여자이다. 내가 느낀 문화를 브런치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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