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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로니에 Jul 01. 2018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

한국 인공위성 발사

내가 살고 있는 쿠루에는 한 달에 한번 혹은 두 번 로켓을 발사하는 우주센터 Centre spatial guyanais 가 있다. 우주로켓센터는 1965년에 생겼고 유럽 로켓이 처음 발사된 것은 1979년이라고 한다. 한해 벌어들이는 수입만 1조 3천억원이 넘으며 적도에 위치한 기아나가 로켓을 발사하기 좋은 위치이기 때문에 많은 국가들의 인공위성이 이곳을 통해 발사된다. 이곳에는 프랑스의 아리안 쌩끄 Ariane 5, 러시아의 소유즈 Soyouz, 이탈리아의 베가 Vega 이렇게 세 개의 로켓이 있다. 우주 센터 구역 안에는 국방부 소속의 파리 소방관들이 파견을 와 있는데 이곳의 화재는 일반 소방관들이 처리할 수 없는 위험도가 상당히 높은 화학물들이 많다고 한다. 우주센터 내 도로에서 외곽에 차를 세우면 보안 경찰차가 바로 출동하는데 안전문제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기 때문이다.


국방부 소속 군인 및 경찰, 소방관들이 기아나에 파견된 이유 중 하나는 우주센터를 지키는 업무 « 오페라씨옹 띠딴 귀안Opération Titan Guyane » 때문이다. 외인부대 군인 및 군 경찰들은 인공위성이 기아나에 도착했을 때 경비업무와 로켓 발사 전 후로 총동원되어 이곳을 지킨다.  


인터넷 사이트 www.cnes-csg.fr , 모바일 앱 Arianespace HD, 기아나 CNES TV 채널을 통해서 로켓 발사를 생중계로 볼 수 있다.


한국 인공위성 발사   

2017년 3월 21일에 브라질 인공위성과 한국 KT sat 통신용 인공위성을 띄운다고 공지했다. 한국 인공위성 발사 예정일이 금요일이었으나 우주센터에 정찰 나간 남편에 의하면 발사가 월요일로 연기되었다고 한다.


드디어 월요일. 갑자기 EDF 전기 공사가 파업에 들어가면서 CSG 로켓 센터 입구를 막아버리고 전기를 끊어버렸다. 로켓센터 직원들은 출근할 수 없어 로켓 발사를 할 수 없었고 우주센터 입구를 막아버렸기 때문에 우주센터 내에 머물던 군인, 경찰 및 일부 직원들은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월요일 전기공사의 파업으로 불붙은 기아나 원주민들은 국가 전체 파업으로 급속하게 번져나갔다. 파업 시작 며칠 후 금요일 우주센터 입구를 트럭으로 막아놓고 사람들이 주말에 쉬러 갔다. 그 사이 로켓센터에 갇혀있던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로켓센터에서 부대까지 차로 10분 거리인데 이날 군인들은 다른 마을로 빠져나가서 쿠루로 돌아오는 길을 찾느라 한 시간 넘게 걸렸다고 한다. 어쨌든 남편은 일주일 만에 집에 돌아왔다.
  


한국 KT 인공위성은 결국 모든 파업이 정리된 2017년 5월 4일이 발사되었다.

https://youtu.be/syYbJQ__2fc

우리는 발사 현장을 직접 보고자 바닷가로 나갔다. 한 시간이 지나도 발사가 안된다. 저녁 6시 반이 넘어가면서 어두워지길래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컴퓨터로 로켓 발사 생방송을 틀어놓고 아이들 샤워시키고 나오는데 집이 흔들린다. 한 시간 반이 지연된 것이다. 발사 후 한국 대표와 브라질 대표에게 발표시간이 주어졌다. KT sat 의 사장께서 단상에 오르셨다. 그리고 불어로 인사를 하셨다. 생중계로 보니 현장에 있던 분들이 사장님의 불어 실력에 다들 놀라워했다. 나도 순간 놀랐다. 당연히 영어로 발표할 줄 알았는데 한국에서 온 사람이 불어를 외워서 하는 형식적인 문구가 아니라 자유롭게 구사했기 때문이다. 불어로 인사를 하시면서 현장에 함께 있던 외인부대원 K후배를 소개하셨다. 여기에 한국인 외인부대원이 와 있다고 반갑게 손을 흔드셨다. 서비스 중대에 근무 중인 K는 의미 있는 날 휴가를 내서 이 자리에 함께 한 것이다. KT sat 사장께서는 불어 인사 후 영어로 10분 정도 발표를 하셨는데 속담 “고진감래”를 언급하시며 파업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결국 발사되어 기쁘다고 하셨다.

내가 프랑스 한인 사이트 <프랑스존닷컴>에 한국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광고를 부탁드렸다. 편집장께서는 여러 차례 발사가 지연됐는데 이번에 발사하는 게 확실하냐고 나에게 물으셨다. 사이트에 공지까지 되었는데 발사가 또 지연되면 어떡하나 내심 걱정했는데 다행히 예정된 날에 발사되어 기뻤다. 2015년 이후 2년 만에 발사하는 것이라 이곳에서 사는 3년 파견 기간 동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한국 인공위성 발사 장면이어서 가슴이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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