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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로니에 Jul 01. 2018

가족을 중시하는 기아나 3 연대

아이가 7명인 연대장은 가족모임 때 늘 이 말을 한다. « 가정이 평안해야 남편이 밖에서 일을 잘할 수 있다. » 이 때문에 부인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가정 안에서 불만이 없도록 부대에서 엄청난 노력을 한다. 그 결과 가족모임이 많다. 실제로 군인들의 높은 이혼율이 프랑스에서도 큰 이슈가 될 만큼 군인 아내들의 불만이 많기 때문이다.


이곳 기아나에 있는 부대는 가족들을 위한 서비스가 잘 되어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부대에서 운동을 할 수 있는 스포츠클럽 카드가 있다.  

남편들이 자주 정글에 나가기 때문에 집에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부대로 전화를 하면 된다. 새벽에 도둑이 들었다는가 낮에 집에 무슨 일이 생겼을 경우 부대 내 경비 업무를 담당하는 순찰대 PLE 로 전화를 하면 5분 안에 달려온다. 당연히 이들은 외인부대원이며 담당 업무가 경비인 것이다. PLE 는 늘 차로 마을을 돌아다니며 각 지역을 순찰하고 군가족들 뿐만 아니라 마을까지 돌봐주니 안심이 된다.


 보통 내과는 예약하면 2주를 기다려야 하지만 부대 의무대는 전화한 당일 오후에 의사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내과에선 30유로를 내고 환불을 기다려야 하지만 의무대에선 이 과정도 생략된다.


집안에 물이 센다거나 공사할 일이 생기면 부대 내 집 담당 사무실에 가서 공사 신청서를 기입하면 된다. 가구나 오븐 세탁기 등 물품을 담당하는 사무실은 부대 내에 따로 있는데 전에는 마담들이 직접 사무실에 갈 수 있었다고 한다. 마담들이 하도 울고 불고 빨리 달라 나 먼저 달라 난리를 쳐서 지금은 마담들 출입 금지라고 한다.  


수시로 가족모임이 있는데 아마존 강에서 피로그를 타기도 하고 군인들이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내가 준비한 오징어볶음 군인들이 수저로 국물까지 빡빡 긁어먹는 모습을 보고 흐뭇했다.


연대장 부인은 부인들 친목 모임에 신경을 쓴다. 가족 친구들과 떨어져 이곳에 모여 사는 우리들이 외롭지 않도록 많은 신경을 써주어 늘 고맙다.

4월에 있었던 "모로코" 주제의 모임이다. 저녁식사는 꾸스꾸스와 외인부대 와인이 제공되었다.                 

              

https://www.legion-boutique.com/les-vins-de-la-legion-xsl-376.html


두 달에 한번 정도 있는 마담들 모임에 매번 참석하는 건 아니다.

200여명의 마담들 중 저녁 모임에 신청하고 참여하는 인원은 50여명이며 매번 참석하는 마담들만 참석한다.

언젠가 남편이 정글 미션 중이라 애들을 봐주는 아가씨를 불렀다. 딸아이가 계속 우는 바람에 결국 일찍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고 이 후로는 남편이 집에 없을 땐 저녁 모임에 참석하지 않는다.

프랑스 친구는 파티에 참석해도 혼자 조용히 앉아 있는다. 그저 집과 아이들을 벗어나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모임이 너무 즐겁고 재밌어서가 아니라 오랜만에 높은 구두를 신고 화장을 하고 아이들 없이 바람 쐰다는 것에 행복한 거다.

나에겐 일 년에 몇 번 없는 행사이기도 하다.


다음 행사 주제는 라틴이다. 반짝이 살사댄스풍의 옷을 입으려고 했는데 남미 친구들이 최대한 알록달록하게 입고 오라고 한다. 뭘 입고 가야 하나... 어렵다 Dress 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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