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로니에 Aug 16. 2021

파리 워터 파크와 노르망디 에트르타

아쿠아불르바Aquaboulevard 그리고 에트르타 Etretat

몇 주 동안 파리는 가을 날씨 같았다.

이번 주에 오랜만에 32도까지 올라간다기에 물놀이를 계획했다.

한 곳은 한인들이 많이 사는 15구에 위치한 워터파크이고 두 번째는 진짜 바다를 보기 위해 코끼리 절벽이 있는 노르망디에 에트르타를 다녀왔다.


아이들은 몰타섬에 다녀온 아빠와 오랜만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은 방학 이후 문화센터에서 이것저것 수업을 받았고 나는 학교 다닐 때도 안 싸던 도시락과 간식을 챙기느라 피곤했다. 이번 주는 오랜만에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었다.


32도까지 올라가는 목요일, 앱으로 미리 예약해놓은 워터파크 주변의 Zenpark 주차장으로 향했다.

지하철을 탈까 고민도 했지만 그럼 돌아올 때 분명 우버택시를 탈 것 같아서 그냥 차를 가져가기로 했다.


늘 집 창문으로 바라보던 13구에 새로 짓고 있는 '쟝 누벨의 듀오 빌딩'을 바로 옆에서 지나가게 되었다.

왼쪽이 새로 짖고 있는 듀오빌딩, 가운데 몽파르나스 타워, 오른쪽 에펠탑, 에펠탑에서 더 오른쪽으로 가면 라데팡스, 가운데 숲은 벵센공원

아이들은 실제로 옆에서 보니 안 예쁘다고 말했다. 

차를 차도 가는 동안도 아랍어로 된 건물들과 교회 건물 등 특이한 건축물들이 많아 지루하지 않았다.

아랍어가 잔뜩 씌여진 14구의 특이한 건물은 2020년 12월에 오픈한 메종 드 튀니지 = 튀니지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이다. 근처가 대학생들 기숙사가 모여 있다. 물론 한국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도 있다.

특이해서 미술관인가 생각했는데 학생 기숙사와 안에 공연장들이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워터파크는 건물 뒤편에 대형 컨테이너로 만들어져 있었다. 파도가 친다는 사이렌과 안전요원들의 호루라기 소리가 길거리에 울려 퍼졌다. 그 주변은 회사들 건물이었는데 네슬레 본사도 위치해 있다.


워터파크 구글 후기를 보면 사람들이 수영복을 빌려주냐고 묻는다. 건물에 데카트롱 스포츠 매장이 있다.

그곳에서 구입하면 된다. 건물 안에는 헬스클럽, 영화관 맥도널드도 있다.

그러나.. 회사 건물로 사용하긴 적합하진 않을 듯하다. 저 소음을 어쩔 건가..


티켓은 인터넷으로 구매해야 한다. 성인 35유로 아이들 20유로, 3세 미만은 입장 금지이다.

구글 평가가 좋지 않아 걱정을 하고 갔다.


.보안 요원들이 인종차별이 심하다.

.사람들이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다.

.실내 안전 요원이 부족하다.

.물이 더럽다.

.음식반입 금지인데 비싸고 먹을 게 없다.

.양아치가 많아서 처음 간 날이 마지막 날이다.

등등


아침 10시에 도착해 긴 줄을 서고 우선 보건 패스부터 검사를 했다. 안으로 입장하자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기 위해 가방을 열어 확인했다. 더 안으로 들어가니 세 번째 드디어 입장권을 확인했다.

왜 모든 매장의 보안요원은 다 흑인일까?



비치타월을 의자에 깔고 자리를 맡았다. 실내에 있는 동안은 애들 쫓아다니느라 의자에 단 한 번도 앉질 못했다. 미끄럼틀이 총 11개가 있어 정신없이 돌아다녔고 인공파도가 시작될 때 완전 다닥다닥 붙어서 동동 떠다녔다.


델타 바이러스가 하루에 3만 명이 나올 수밖에.. 뭐 다들 백신도 맞았으니 '델타에 걸려도 죽지는 않는다 큰 의미 없다' 생각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PCR 검사도 내 돈 내고 검사해야 한다는데 굳이 검사할 필요도 없다. 알면 뭐하겠나 결국 7일 지나면 사라질 고 의료보험 공단에서도 재검사를 받을 필요 없다고 말하는데...


손을 움직일 때마다 손가락 사이에는 노란 머리카락, 검은 머리카락이 걸렸다. 무언가가 둥둥 떠다니기도 했고 물이 더럽다는 건 한 눈에도 알아볼 수 있었다. 순간 물이 따뜻해지면 주변의 애들이 소변을 봤구나 생각하면 된다. 나는 아이들에게 제발 물 먹지 않게 조심하라고 말했다.


14시가 넘으니 사람들이 정말 정말 많아졌다. 미끄럼틀 타려면 오전보다 2배는 더 긴 줄을 기다려야 했다.

줄을 안 서고 새치기하는 애들을 나무라는 어른들도 있었고 안전요원은 바삐 움직이느라 정작 한 자리에서 컨트롤을 하지 못했다. 싸우는 그들을 보자니 왜 후기에 양아치가 많다고 쓰여있는지 이해가 됐다.


우리는 야외로 나갔다. 야외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잔디밭에는 사람들이 빼곡히 누워 썬텐을 하고 있었다.

이번엔 아줌마 둘이 싸움이 붙었다. 프랑스 아줌마와 아랍 아줌마다. 별것도 아니었다.

. 네 비치타월이 내 자리를 침범했다.

. 내가 먼저 있었으니 네가 움직여라

. 네 신발이 내 타월 위에 있는 게 정상이냐 등등


아랍 아줌마는 프랑스 여자 얼굴에 침을 뱉었고 둘은 몸싸움까지 하려는 걸 주변 사람들이 뜯어말렸다.

중요한 건 두 여자의 어린아이들이 엄마의 싸움을 쳐다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뭐 사실 나도 놀이동산 가서 애 둘 옆에 두고 티켓 창구 아줌마랑 큰소리치며 싸운 적이 있어서 저 여자들을 비난할 마음은 없다.

프랑스는 얌전히 예의를 차리고 있으면 더 무시를 당한다. 내 할 말하고 큰소리로 따지고 들어야 날 건드리지 않는다.


프랑스 여자는 분노에 차서 어디론가 사라졌다. 분명 보안요원을 데리고 올 것이라 예상했다.

NBA 농구 선수 같은 거대한 흑인 2명을 대동하고 돌아왔다. 보안요원들은 제어가 안 되는 아랍 아줌마를 포기하고 프랑스 가족의 짐들을 다른 자리로 옮겨주었다.

옆에는 헬기 착륙장이 있는지 헬기가 계속 떴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음식 파는 곳은 딱 한 곳이었는데 슈퍼에서 2유로인 캔 콜라가 이곳에선 4유로, 2.5유로 샌드위치가 7유로였다. 뭐 먹을 것도 없는데 30유로가 홀랑 나갔다. 차라리 분위기가 좋은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비싸게 받으면 이해를 할 텐데 잔디밭에서 슈퍼 샌드위치를 먹는데 이게 뭔가 싶었다.


남편은 이게 영업 노하우라고 했다. 프랑스 사람들은 2유로짜리 커피 한잔 시켜놓고 4시간 죽치는 사람들인데 여기서는 오래 머무르게 하면 안 되니까 빨리 보내버리려고 맛대가리 없는 거 비싸게 받는 거라고

ㅎㅎㅎㅎㅎㅎ 그럴 수도...


아이들은 부모 없이 자기들끼리 수영장에서 놀았다. 나는 딸아이가 다칠까 봐 늘 곁을 지키고 있었다.

가끔 안전요원이 부모 없이 혼자 노는 아이들은 다 나오라고 호루라기를 불러댔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컨트롤하기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주 비싼 워터파크에 다녀왔다.

왜냐?  방수커버가 찢어져 핸드폰에 물이 들어간 걸 모르고 신나게 7시간을 놀았다. 스파에 들어갔을 때도 방수 커버 안에 습기가 차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물이 들어갔을 거라고 생각을 못했다.

아마도 내가 미끄럼틀 타면서 핸드폰을 손에서 놓쳐 어딘가에 찍혔던 모양이다.


핸드폰이 켜지질 않는다. 이날 찍은 사진을 모두 날아가고 없다.

그렇다. 위의 워터파크 사진들은 모두 인터넷에서 가져온 사진들이다.

말리면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 미련을 가져보았지만 하루 만에 포기했고 방수가 되는 남편 아이폰을 안 쓰고 왜 내 핸드폰으로 찍었을까 후회를 해보지만 이미 늦었다.

인터넷으로 핸드폰을 주문했고 오늘 매장에서 찾아왔다.


만약 아이가 어려 미끄럼틀을 많이 타지 않고 수영장에서 물놀이만 하길 원한다면(우리 딸처럼) 그냥 동네 수영장을 가라고 권하고 싶다.

아니면 평일(바캉스 시즌이 아닌) 혹은 할인이 되는 오후에 가면 좀 편히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바캉스 기간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비추한다.



전에 올린 글도 있는데 양쪽에 코끼리 모양의 절벽이 있는 에트르타 사진도 여러 장 추가한다.


아침에 8시반에 출발해서 11시경에 해변에 도착했다. 우리는 다행히 30분 헤매다 주차를 했다. 자리를 찾지 못한 차들은 옆동네 풀밭까지 주차장으로 사용했다. 유료 주차장도 자리가 없으니 주차 전쟁이 맞다.   


그리고 주말이 지난 월요일 뉴스에 의하면 에트르타 주차 문제가 소개되며 수많은 관광객들 때문에 주민들이 근처 동네로 이사를 떠난다고 한다.

https://www.facebook.com/121764658163520/posts/1586274621712509/



파리는 31도였지만 노르망디는 22도였다. 나는 지난해 추웠던 기억에 가을 옷을 준비해왔는데 바람도 적고 해가 강해서 딱 놀기 좋았다. 물이 차가웠지만 애들은 실컷 물놀이를 했다.

여담으로 오늘 TF1 뉴스를 보니 이번 여름에 바다에서 물에 빠져 익사한 사람이 16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아이가 과자를 갈매기한테 주는 바람에 갈매기들이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다.

오후 5시에는 저 해변에 누울 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찼다.

프랑스답게 주변에서는 다양한 언어가 들렸다.

아랍어 독어 영어 서반어 네팔어 러시아어 루마니아어 일어 중국어 한국어 물론 불어도.

이날 유난히 인도인지 티베트인지 네팔인지 알 수 없는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무지하게 많았다.


딸아이가 그렇게 에트르타 또 가고 싶다고 졸랐는데 오늘 왔으니 몇 달 동안은 조르지 않을 거라 믿는다.

작가의 이전글 한강의 <희랍어 시간>을 읽다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