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로니에 Aug 03. 2021

한강의 <희랍어 시간>을 읽다가

넥스트의 <날아라 병아리>를 들었다.


2019년 노르웨이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한강은 100년 후에 출간될 원고를 오슬로의 미래 도서관에 전달한 적이 있다. 참 멋진 프로젝트라 생각했었다.

내 책장에는 2권의 채식주의자가 꽂혀있다. 이 책은 출간하고 10년 후에 빛을 본 책이라고 했다.

천재는 아니지만 나도 꾸준히 무언가를 하면 언젠가는 이루어질까?  


10년 후, 100년 후,, 시간은 흐르는데 의미 있는 일은 무엇일까?

https://www.reader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3668


작가 한강의 <희랍어 시간> 책을 펴 한 줄 한 줄 천천히 읽어가는데 역시 한강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그녀의 활자에서 느껴지는 힘을 느꼈다. 어쩜 단어 선택도 저렇게 멋지게 하는지 가방 안에 수첩을 꺼내 기록할까 고민하다 그러면 책을 공부하면서 보게 될 것 같아 그만두었다.  

내가 흉내 낼 수 없는 필력인데.. 애써 노력하지 말자 싶었다.

여기 가족력으로 시력을 점점 잃고 있는 남자가 있다.

십 대 때 독일로 이민을 간 남자가 성인이 되어 그리운 고국으로 혼자 돌아와 희랍어 강사를 하며 지낸다.


이혼의 충격으로 목소리를 잃어가는 여자는 이미 죽어버린 언어 '희랍어'를 수강하며 언어적 의미를 찾는다.

장애를 가진 두 사람의 이야기가 한강의 글을 통해 섬세하게 서정적으로 전개된다.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가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삐비라고 이름 붙였던 우리 병아리 기억하니.

교문 앞에서 종이봉지에 담아 팔던 그 따뜻한 녀석을 내가 사들고 왔을 때, 

아직 학교에 안 들어간 너는 좋아서 얼굴이 새빨개졌지.

녀석을 키워도 된다는 허락을 어머니께 받을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떼쟁이인 너 덕분이었어.

하지만 채 두 달이 지나지 않아 우린 나무젓가락 한 짝을 분질러서, 

교차되는 부분을 무명실로 친친 감아서 십자가를 만들었지.

그때까지 우린 선산 묘지의 상석과 비석을 본 적이 없었으니까, 

서양 동화책들의 삽화에서 본 대로 흉내를 냈던 거지.

빌라 공용 화단의 흙은 단단하게 얼어 있었어,

밤새 울어서 눈이 부은 너는 언 땅을 숟가락으로 파다 말고 손이 시리다고 했어. 

내가 움켜쥔 숟가락은 흙을 이기지 못해 이미 휘어 있었고, 

하얀 가제수건에 싸인 삐비는 여전히 고요했어.


실은 그곳을 찾아가 보았어, 이곳(한국)으로 돌아와 맞은 첫겨울에.

빌라는 헐리고 없더구나. 대신 두 층을 더 올린 신축 상가건물이 들어서 있었어. 

화단이 있던 자리에는 주차공간을 표시하는 흰 선이 그어졌고, 승용차 두대와 승합차와 소형 트럭이 나란히 주차돼 있었어. 앞유리와 사이드 미러에 잔뜩 성에가 낀 그 차들을 보다가, 내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흰 김을 바라보다가 무심코 생각했던 것 같아


어떻게 됐을까, 그 작은 뼈들은.



요즘은 학교 내에서는 동물 체험도 금지라고 한다.

그럼 초등학교 앞 병아리 장사는 언제까지 존재했던 걸까?

나처럼 90년대에 학교를 다닌 사람들만 아는 전설 속 이야기가 된 것인가?

한 마리에 500원 하던 시절, 나는 컬러 병아리는 보지도 못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sZ4_V-CK0M


학교 셔틀버스는 2호선 한양대역과 5호선 마장역에서 학생들을 태웠는데 

넥스트의 사무실은 마장역 셔틀버스 정류장 앞에 있었다.

넥스트 멤버들은 방송 인터뷰 중에 종종 우리 학교를 언급하곤 했다.

"사무실 앞에 한양여대 셔틀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학생들이 버스를 기다리면서 우리 사무실 유리를 보며 화장을 고치고 옷매무새를 다듬곤 한다"


우리는 농담으로 넥스트 사무실 찾아내자고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 앞에 떡하니 넥스트 포스터를 붙여 "우리 여기 있어요~"라고 학생들에게 알려주었다.

당시에 커다란 CD플레이어에 무거운 CD 케이스를 들고 다니던 기억이 난다.

내 가방은 늘 무거워서 친구들이 "헤어 드라이기도 가지고 다니냐"라고 묻곤 했다.


하루에 몇 번씩 비가 내리는 요즘 옛 감성에 젖기 딱 좋은 노래다.

https://www.youtube.com/watch?v=_XGDMzIihCo


경기도 성남 수내동에 신해철 거리가 있다고 한다.

이 거리가 콘서트로 활기가 넘칠 때 방문해보고 싶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46010



메인 사진 출처 : 경기 일보 http://www.kyeonggi.com/news/articleView.html?idxno=1268627

작가의 이전글 시청에서 운영하는 여름 방학 프로그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