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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로니에 Apr 03. 2022

프랑스 중학교 오케스트라 반 모집부터 공연까지

중학교 4년 동안 무료 음악 교육

아들은 초등학교 5학년 (마지막 학년, 프랑스는 초등학교가 5년, 중학교 4년) 때 중학교 오케스트라 단원 모집하기 위해 초등학교에서 설명회가 있었다.


오케스트라 반 접수 당시에 작성했던 Ebs 기사를 함께 올다.

https://news.ebs.co.kr/ebsnews/menu1/newsAllView/20485714/H?eduNewsYn=R&newsFldDetlCd=CORNER_17


이 시기에 우리는 아들에게 "군사 중학교에 가지 않겠냐"라고 물었다. 서류 접수를 미리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친구들과 같은 중학교에 가고 싶다고 단호히 거절했다.


아들은 초등학교 때 6명의 친구들(여자3, 남자 3)과 몰려다녔는데 그중 4명의 아이가 국방부 소속 자녀들이었다. 군 자녀도 있었고 프랑스 정보국 소속의 자녀도 있었다.

그 4명 중 2명은 남미 기아나에 거주할 때 같은 반이기도 했다. 인연은 인연이다. 파리에서 다시 만났으니..


"에바는 이번에 군사 학교 지원한다는데 너는 같이 안  갈 거야?"


싫단다.

아이가 싫다는데 강요할 수 없다.

우리는 주소지에 따라 배정받는 일반 국립 중학교에 가기로 하고 맘을 비웠다.


모든 중학교에 음악반이 있는 것이 아니다. 각 학교별로 특성화시키는데 어떤 학교는 무용과 연극반이 있어 선정된 아이들을 특별 교육시킨다.

아들 친구 6명 중 한 아이는 어릴 때부터 탁구 클럽에 다녔다. 집 거주지로 가야 하는 중학교에는 탁구 활동이 없어 시청에 서류를 접수해 탁구 활동이 있는 옆 중학교에 입학했다.



3월경 중학교 오케스트라반 지원을 위해 서류 접수를 했다. 배우고 싶 악기를 3 지망까지 썼다. 아들은 비올라를 1 지망으로 선택했다.


2차 학교 교장 인터뷰에서는 그동안 어떤 음악 활동을 했는지 왜 음악반에 들어가고 싶은지 등의 동기와 교장이 평가하는 아이 점수가 반영된다.
아들은 남미 기아나 음악원에 다녔던 활동과 피아노를 배웠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한다.


3차로 해당 지역을 담당하는 크레테이 교육청의 심사를 통해 합격자를 발표했다.

7월 초 초등학교 졸업하기 전, 6월 중순 경에 합격 통지를 받았 총 3개월 정도 걸린 것 같다.


9월 중학교가 시작되었을 때 6 eme 씨지엠 (중학교 1학년) 학년에는 7반까지 있는데 학년 1 반 음악반이라고 한다.


음악반 학생들 중 같은 초등학교 출신은 2~3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25명은 같은 동네의 3~4개의 다른 초등학교에서 온 아이들이었다.  


피아노와 기타를 4년째 배우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우리 아들처럼 해당 악기를 처음 배우는 아이들이 대다수였다. 심지어 1,2 3지망에도 안 쓴 엉뚱한 악기를 배정 받은 아이도 있었다.


프랑스 중학교는 한국의 대학교처럼 각 선생님의 스케줄에 따라 교실을 이동하며 수업 시간도 다르다.

사물함이 있어도 사용할 수 없는 이유는 이동시간이 짧아서 화장실 갈 시간도 없기 때문이다.


음악반은 교과 과정 전부를 소화하고 추가로 음악 이론과 악기, 공연 준비를 한다. 다시 말해 다른 친구들 10시에 수업 시작해 14시에 끝나는 날도 있다는데 음악반은 아침 8시부터 18시까지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날이 2번이나 된다. 


한국의 중학교 수업에 비하면 여유로울 수 있지만 아이들은 그것도 힘들어한다. 왜냐면 다른 반 아이들은 다 편히 쉬니까...


수업 내용은 영어, 과학, 수학, 프랑스어, 윤리, 체육, 미술, 역사-지리, 물리-화학이 있으며 음악반 추가 수업으로 오케스트라 이론, 악기 및 악보, 음악원에서의 합창과 연주 동이 추가된다.

또 음악원에서 개인 수업이 일주일에 한 번 추가된다.


학교 수업 내 포함된 음악원 수업은 일주일에 2번 급식 후에 학교에서 준비한 차량과 보조 교사가 동행하에 지역 음악원 Conservatoire로 이동한다.  합창을 주로 하며 공연 준비를 위해 악기 연주를 배우기도 한다. 수업 후에는 각자 알아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 동네 음악원

9월에 학교 안내를 받아 음악원에서 악기 대여를 한다. 비올라 선생이 아이의 신체를 고려해 악기를 골라주고 부모와 협의해 레슨시간을 잡는다.


악기 대여를 위해 악기 보험에 가입해야 하며 각 개인 집보험이 가입된 보험사에 연락해 악기 보험 추가하면 된다. 1년에 60유로 정도로 비싸지 않다.


악기 대여비는 음악원 연회비에 추가되어 영수증이 청구됐다. 원래 악기를 사려고 했는데 비올라 선생에게 물어보니 아이 키가 금방 라기 때문에 사지 아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한다.

악기 대여비도 1년에 100유로다. 개인적으로 구입하려면 500유로다.


음악원에 등록해야 한다. 원래는 보통 1년 수업료가 400유로 정도인데 음악반이라 200유로 정도만 냈다.

개인적으로 배우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정부 지원으로 무료 교육이라고 홍보했었는데 100% 무료는 아니었다.


학교 오케스트라 담당 교사에게 문의했더니 학교에서 추가로 음악을 배우는 것은 전액 무료가 맞고 음악원은 시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무료는 아니라고 한다.


실제로 리옹과 스트라스부르그의 음악반 학부모들은 음악원도 무료로 수업을 해야 한다며 소송을 걸기도 했다.


12월에 비올라 오디션이 있었다.

3개월 동안 40분씩×10회 정도의 개인 레슨을 받은 후 진행되었다.  오디션 준비한다고 실력이 많이 늘었다.


4월 공연 중에 부를 합창곡 준비를 할 때 선생님이 영화 코러스 (Les choristes 2004)를 보라고 했단다.

가족이 함께 본 후에도 우리 집 아이들은 이 영화를 여러 번 봤을 정도로 감동을 받았다.


2005년 세자르 영화제에서 음악상을 수상했다.

 사 학교에 임시 발령을 받은 새로운 선생님 덕분에 합창과 음악이라는 것은 배운 아이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의 등장하는 아이들은 리옹의 쌩 마르크 합창단원들로 한국에서도 공연한 적이 있다.

https://youtube.com/watch?v=prZwrcTEFfs&feature=share


공연 2주 전 시청 사이트와 SNS에 중학교 음악반 포스터가 올라왔다.

아이는 책가방도 7kg이 넘는데 악기까지 매일 들고 다니며 밤늦게까지 리허설을 했다.


공연 당일, 학생들은 물론 시 소속 음악원과 학교 관계자들이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느껴졌다.

총 17곡의 곡을 연주, 합창했고 일본인 피아니스트와  시에서 활동하는 성악가와도 협업했다.


학교 미술시간에 동영상을 만들어 영상을 소개했고 개사를 해서 관객들의 웃음을 터트렸다.

율동과 퍼포먼스를 섞은 곡도 있었다.


공연장에 요란하게 소리를 내며 박수를 치던 무리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오케스트라반 선배들이었다.

공연이 끝나자 우르르 대기실로 몰려가 소리를 치며 후배들을 축하해 주었다.


아들은 커튼 때 사람들의 기립박수를 보며 감동받아 눈물이 났다고 했다. 학생들은 이미 앵콜곡까지 준비해 둔 상태였다.  

나는 꽃다발을 주며 잘했다고 축하해 주었다.

재밌는 건 이날 공연장에 꽃다발을 가져온 사람이 나 밖에 없다는 거다.

"그러게.. 콩쿠르 수상도 아닌데 오버했나?"

  

사실 프스는 학교 입학식, 졸업식이 존재하지 않는다.

축하할 일이 아닌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축하할 일이라면 가족끼리 저녁식사 때 축하하면 된다.


나도 처음이라 몰랐다.

내년 공연 땐 꽃다발 안 사도 되겠다.


아이가 1년만에 많은 성장을 한 것 같아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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