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로니에 Nov 11. 2019

파리 과학 산업 박물관

Cité des sciences et l'industrie

10월 말 2주 방학이 돌아왔다. 화창하고 따뜻하고 비도 오지 않은 토요일. 오늘 밖에 나갔어야 했나? 이미 늦었다. 김치를 담그려고 배추 4 포기를 소금에 절구어 놨기에 오늘은 김치를 담가야 한다. 날씨가 좋아 다들 파리로 나갔나 보다. 동네 놀이터에 아무도 없다. 방학이라 학원도 쉰다. 우리 집 아이들이 심심해서 어쩔 줄 모른다. 지루해하는 아이들을 내일은 꼭 데리고 나가야겠다 마음먹었다.


일요일 아침 비가 내린다. 나갈까 말까 고민되지만 남편의 말이 머리를 스친다. "비 온다고 해야 할 일을 안 하진 않는다고" 우산을 하나씩 쓰고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 19구에 있는 과학 산업 박물관에 왔다. 가방 검사 때문에 들어가는데도 오래 걸렸는데 기계로 뽑는 티켓도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줄 서는 동안 그냥 바로 핸드폰으로 인터넷 티켓 구매를 할까 고민될 정도였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기계 옆에서 직원이 안내를 해주었다. 어린이 박물관 입장 시간이 17시 15분이라고 한다. 3시간 후인데 티켓을 사겠냐고 직원이 나에게 묻는다. 이미  다른 시간이 마감되어 더 이상의 선택이 없다고..대신 기다리면서 다른 전시를 보면 된다고 추천한다. 원래는 어린이 박물관만 보려고 했는데 얼떨결에 다 보게 되었다. 애들 할인을 받도록 기계에 입력하니 오류가 나서 계산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30분을 허비하고 다시 사람이 직접 끊어주는 티켓 창구에 줄을 섰다. 내 차례가 되어 어린이 할인해달라고 저쪽 직원이 어린이 할인이 된다고 했더니 그런 건 없단다. 지쳐서 그냥 원래 가격 다 내고 티켓을 끊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인터넷으로 살걸 후회했다.

위층으로 올라갔다. 로봇이 전시되어 있었다. 우리는 작년 여름휴가 때 한국에서 용산 전쟁기념관, 수원 삼성전자 박물관과 일산 현대자동차 박물관에 다녀왔다. 아들은 레고 아카데미를 다니며 국방부에서 주최하는 코엑스 전시에도 다녀와 로봇 관련 전시를 많이 봤기 때문에 이 정도의 전시는 시시한 수준이었다. 그저 로봇을 볼 때마다 내 로봇 책에 나온 로봇이라고 말할 뿐 큰 관심은 없었다. 왜? 우리나라 전시가 너무 화려했기에...


그나마 우주공간 전시는 애들이 관심을 가졌다.

남미 기아나 우주로켓센터 박물관을 여러 차례 다녀온 데다 학교 수업과도 연관이 있어 애들이 좋아했다.


어른들을 위한 공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공간이 나뉘어 있으며 키즈카페 공간이 있었는데 입장은 무료이나 예약을 해야만 입장이 가능했다. 인포메이션에 가서 문의하니 이미 마감되었다고.. 방학 땐 무조건 마감이고 티켓을 살 때 동시에 예약을 하라고 조언한다.


늦은 점심을 먹고 필수코스인 기념품샵에 가서 기념엽서 및 1인 한 가지씩 골랐다. 드디어 어린이 박물관 입장 시간. 2세부터 6세까지, 6세부터 12세까지 두 종류의 박물관이 있었는데 우리는 고학년 박물관을 선택했다.

상자 모양 선택 후 이름이 입력하면 된  기계가 인쇄해 준다.
직접 배우도 되어보고 감독도 되어보는 현장

어린이 박물관은 1시간 30분만 머무를 수 있다. 전원이 동시 입장했다가 음악과 함께 동시 퇴장한다. 어린이 박물관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 수로 부분, 물놀이 공간은 "님 Nîmes 가르교 박물관"에 다녀온 우리에겐 너무 시시했고 특히 작년에 다녀온 경기도 어린이 박물관과 비교해 너무 보잘것이 없었다. 용인에 있는 경기도 어린이 박물관은 입장료가 3천 원인데 비해 이곳은 2만 원이다. 역시 한국이 최고다 싶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아이들은 이미 작년에 학교에서 이곳을 방문했다고 한다. 작년에 학교에서 단체로 여러 곳의 박물관에 다녀왔기에 이곳에 오기 전에 아이들에게 물어봤었는데 아들이 하는 말이 유치원 아이들에게 티켓을 양보해서 초등학생들은 전시는 못 보고 1시간 반 짜리 영화만 보고 왔단다. 어쩐지 아까 박물관 내 극장에 가자고 했더니 안 본다고 하더라. 딸아이는 전시를 보긴 했지만 어디 어디는 못 봤다고 엄마랑 와서 좋다고 다음에 또 오자고 한다.


생각해보니 우리 애들은 애기 때부터 미술관 박물관을 많이 다녔다. 프랑스는 키즈카페도 거의 없고 딱히 아이들 데리고 갈 곳이 공원 영화관 미술관 밖에 없다. 그나마 이제는 파리로 이사 와서 갈 곳이 많아졌다.


비가 안 왔다면 산업 박물관 근처에 있는 파리 필 하모니  음악 박물관도 다녀올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날씨가 좋아지면 다시 한번 와야겠다.


이번 여름 한 달 동안 아이들이 아빠와 한국에 다녀왔다. 첫 아이 출산 후 10년 만에 처음 혼자 한 달을 보냈다. 처음 일주일은 신났다. 그 후론 우울해졌다. 아이들 덕분에 나도 제대로 식사를 할 수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이들 때문에 내 삶을 포기했다고 생각했는데 애들이 없다고 내 삶이 특별해지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애들이 내 삶의 원동력이었다. 내가 건강해야 하는 이유, 내가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 말이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있는 이 시간이 더욱 행복하게 느껴진다.


이전 13화 파리 까르띠에 재단 미술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