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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로니에 Mar 17. 2021

No culture, No future

카니발이 멈추다

전세계 축제 중 가장 큰 축제는 바로 카니발 행진이다. 열정의 대륙 남미에서는 카니발을 준비하기 위해 1년을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팬데믹 현상으로 2020년 카니발이 갑작스럽게 중단되었다.

페이스북은 작년 이맘때 즈음 아이들과 함께 카니발 행진을 위한 마스크 아뜰리에에 참석 중이었다고 알려주었다. 2달에 걸친 준비기간 동안 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주민들이 함께 모여 준비한 간식을 나누며 정을 나누는 시간이다.

아이들의 자연학습 교육을 위해 시청에서 관리하는 자연농장 Les Vergers de l'Ilot

 프랑스에서 유명한 니스, 툴루즈, 파리의 카니발은 2월 마르디 그라 Mardi gras 에 맞춰 진행된다. 2월에 있는 마르디 그라는 프랑스어로 기름진 화요일이란 뜻으로 부활절 47일 전을 말한다. 사순절은 광야에서 40일간 금식하며 그리스도의 수난을 되새기기 위해 단식에 들어가는 날이므로 사순절이 시작되기 전날인 화요일 마르디 그라에 음식을 실컷 먹는다는 풍습에서 유래되었다.

사진출처 http://en.nicecarnaval.com/carnival-2019-king-of-cinema

나는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Guyane 카니발부터 현재 거주하는 파리 근교의 카니발까지 가족들과 참여했다. 2018 기아나 카니발의 경우, 2~3개월 전부터 악기 합주 연습으로 밤마다 동네가 시끄러웠다. 갓난아기를 키우는 이웃집 여자는 참다못해 경찰에 소음 신고를 해보았지만 그들의 오래된 문화는 경찰도 제지할 수 없었다. 행사 당일에 지역 채널 방송과 SNS로 생중계를 한다. 시청에 등록되어 있는 협회 (중국인 협회, 브라질 협회, 학원, 학교, 단체 등) 면 모두 참석이 가능하다. 시에서 색상을 지정하면 그 색에 맞춰 의상을 준비한다. 모든 협회의 순서가 끝난 뒤 지역주민들이 행진과 불꽃놀이로 행사가 마무리된다.

좌측 보라색 코스튬이 접니다

정열적인 남미 열대의 카니발을 2019년 7월에 파리에서 다시 만났다. 18번째 트로피칼 카니발 행사를 참가하는 20만 명의 댄서들이 샹젤리제 거리를 꽉 채웠고 축제를 즐기기 위해 파리의 시민과 관광객들이 도로를 점령했다.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파리 외곽에서 25개의 그룹이 참여했으며 해외영토에서 기꺼이 비행기를 타고 파리로 왔다. (지원금 때문에 매 해 열리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전통춤을 준비해 온 그들은 브라질 샴바, 타이티 섬의 전통 춤, 카리브해 전통 춤 등 열대 나라의 문화를 소개했다. 우리 아이들은 남미 기아나의 체크 패턴의 의상을 보며 반가워했다.

땡볕에 지친 아이들과 2층 카페로 들어갔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유리창을 통해 카니발을 보았다. 음악을 들을 수 없어 현장감은 떨어졌지만 길거리보다 훨씬 잘 보였고 긴 샹젤리제 도로가 꽉 찬 것을 보고 카페로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은 걷는게 아니고 둥둥 떠다녔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http://carnavaltropicaldeparis.fr/carnavaltropicaldeparis/reportage38.html

현재 거주하는 파리 근교의 마을들은 3월과 4월 사이에 카니발을 한다. 행사 당일에는 경찰이 도로를 막아주어 지역주민 다 함께 음악과 꽃가루를 날리며 행진한다. 2019년도에는 행사 당일 문화센터에 일찍 모여 가면을 만들고 봉사자들이 얼굴에 분장을 해주었다. 2020년에는 동물 모자를 만들기 위해 두 차례 아뜰리에에 참석했다. 아시아가 코로나로 인해 힘든 시기를 겪고 있었지만 반대편에 있는 프랑스와는 상관이 없을 줄 알았다. 아무도 카니발이 취소될 거라고 예상하는 이가 없었다. 결국 프랑스에도 이동금지가 발표되면서 모든 행사는 취소가 되었다.


 프랑스는 2020년부터 두 차례에 걸친 국가 이동금지를 시행했다. 현재는 18시 이후 야간 이동금지와 니스를 포함한 특정 지역의 주말 이동금지가 진행 중이다. 카리브해에 위치한 프랑스령 섬 과들루프 Guadeloupe 와 마르티니크 Martinique 에서 2021년 2월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카니발 행진을 했다가 프랑스 국민들의 비난을 받았다. 섬사람들은 격리 해제를 해달라며 2월 초부터 시위를 벌이고 있었고 이런 모임이 카니발로 이어진 것이다. 섬 안에 코로나가 퍼지면 본토보다 훨씬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 기아나를 포함한 해외영토는 프랑스 본토에서 4개월 ~ 3년 기간의 파견을 받은 의사 간호사 경찰 소방관 교사 군인 등이 관리한다. 다시 말해 파견받은 사람들의 수는 한정되어 있고 섬에는 대형병원이 없다. 많은 환자가 발생하면 관리가 안 되는 상황이라 본토보다도 더더욱이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축제를 선택했다.

 

 2021년 3월 12일에 있었던 46회 세자르 César 영화제에 영화 Capitaine Marleau 의 의상 상을 수상하기 위해 시상식에 올라온 프랑스 배우 꼬린 마시에로 Corinne Masiero 는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극장, 영화관, 공연장 등의 문화공간이 폐쇄된 것에 반대하며 누드 시위를 벌였다. 당나귀 망토를 쓰고 붉은 물감을 뒤덮어 피를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등장한 그녀는 배에는 영어로 "문화 없이 미래도 없다 No culture, no future" 라는 문장을, 등에는 불어로 '쟝 (프랑스 국무총리), 우리에게 예술을 돌려줘 Rends-nous l'art, Jean' 라는 문구를 썼다. 그녀는 혼자 이 퍼포먼스를 준비했으면 시상식에 오르기 전 두 명의 코디네이터의 도움으로 등에 글씨를 썼다고 파리지앙 Le Parisien 인터뷰에서 밝혔다. 또한 자신의 누드 시위에 대해 만족하며 외국 여론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https://www.leparisien.fr/culture-loisirs/cinema/cesars-2021-malaise-serieux-ou-image-forte-le-coup-


3월 16일 BFM 뉴스 채널과 국무총리 Jean과의 특별 담화에서 세자르 영화제의 퍼포먼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했다. 쟝 총리는 퍼포먼스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자기 개인의 명령이 아닌 국가의 명령이었고, 누구나 자기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며 그녀의 메세지는 충분히 이해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현재는 문화공간을 재오픈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확실히 밝혔다.

https://www.programme-television.org/news-tv/Jean-Castex-sa-petite-phrase-sur-Corinne-Masiero-aux-Ce

 

지역 신문에서는 코로나 이전의 우리들의 평범했던 추억들을 소개했다. 1년 동안에 많은 것들이 변했다. 그러나 여전히 3월 현재 프랑스는 매일 2만 명 이상의 코로나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파리와 근교를 이동금지 시킬지에 대한 정부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팬데믹 시기가 지나가고 지역 축제를 참여할 수 있는 보통의 날들이 다시 돌아오길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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