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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o Jung Oct 25. 2018

사이코패스적 기질과 반사회성

왜 아직까지도 뿌옇기만 한 것일까?

날이 참 좋다.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슬슬 겨울의 향도 더해지기 시작했다. 이 향은 여름 한철 입었던 옷들을 분류하여 버릴 것은 버리고 넣어 둘 것은 넣어두는 작업을 해야 할 때라는 것을 알려준다. 원래는 옷장 정리만 하면 되었던 작년과는 다르게 올해는 분류할 것이 늘었다. 얼마 전 겨자씨만 한 기대감을 품고 다녀온 한 세미나에서 한 사이코패스 연구가의 발표 덕분이다.


그날 이후 줄 곳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은 '사이코패스에 관련된 연구가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왜 그 기준에 대한 모호성은 없어지지 않는가'였다. 사이코패스를 정의하고자 하는 노력은 사실상 허비 크렉클리 (Hervey Cleckely) 박사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크렉클리 박사가 1940년 당시 사이코패스 연구에 가장 영향력 있는 성과를 보여줬다고 말한 로버트 헤어(Robert Hare) 박사는 이 성과를 토대로 진단도구를 만들어 냈다. 신뢰도 높은 방법을 개발해서 다른 사람에게 미칠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 두 박사님들의 관점에서의 사이코패스를 요약하자면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선천적으로 정서적 차이가 있고, 이로 인해 의도적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며 살아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들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날카로운 지성을 갖추고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의 심리적, 감정적인 것을 잘 파악하여 자신의 모습을 꾸미고 상황과 사람들을 잘 조종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 사이코패스에 대한 기준은 Primary 사이코패스와 Secondary 사이코패스로 나눠지기도 했다 (Karpman, 1948). 이와 관련된 정리에 따르면 Primary와 secondary 사이코패스는 거짓말, 속임, 사기, 책임감 결여, 의지할 수 없는, 실수로부터 배우지 못함, 타인에 대한 감정이나 죄책감이 없음 등의 요인들은 (대부분 반사회성에 해당된다)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지만 정서적으로는 매우 다르다 (Daly and Polaschek, 2014). Primary는 계산적, 이성적, 자기중심적이며, 차분하고, 무관심하다는 특징이 있으며, Secondary는 타인의 감정이 전달되고 (지금까지 감정적 공감이라 표현했던 것이 가능), 충동적이며, 긴장을 하고, 외강내유적이며, 성급하다는 특징이 있다. 


사이코패스가 일반 사람들과 정서적 혹은 심리적인 다름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많은 연구들의 사이코패스의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는 연구를 정리를 해봐도 그 다름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샤워 직후의 욕실처럼 뿌옇기만 하다. Primary와 Secondary 사이코패스 간의 정서, 심리적인 공통점은 찾아볼 수 없으며, 헤어 박사와 크랙 클리 박사가 이야기하는 사이코패스의 정서는 Secondary 보단 Primary 사이코패스와 좀 더 가깝다고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같다고 하기엔 역부족이다. 이렇게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이코패스의 정서적 혹은 심리적 경향성을 가지고 이러한 것을 타고난 사람들, 즉 이런 기질, 특질을 가진 사람을 인터뷰해보니 타인과 인간관계를 맺을 수도 없으며 반사회적이었다 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특정한 기질이 상황과 대상에 무관하게 항상 같은 선택을 하게 할까?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어찌 되었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기질, 특질을 가진 사람, 즉 사이코패스들은 실제로 상황과 대상에 무관하게 매번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것일까?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대부분의 사이코패스 관련 연구에서 사이코패스의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는 기준을 만든 학자들에 의하면 답은 YES이다. 크렉클리 박사가 교도소 수감자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감정적, 심리적으로 특이한 것을 발견하고 연구할 때, 헤어 박사가 교도소 크렉클리 박사가 서술한 기질을 가지고 있는 수감자들의 공통적인 것들을 구체적으로 분석할 때, Primary와 Secondary를 나눈 심리학자 Karpman 이 Case Studies in the Psychopathology of Crime를 집필할 때, 이들이 공통적으로 발견한 것은 사이코패스적 기질은 반사회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들이 만났던 사이코패스적 기질 보유자들은 다 반사회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의 연구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크렉클리 박사가 교도소 수감자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감정적, 심리적으로 특이한 것을 발견하고 연구할 때, 헤어 박사가 교도소 크렉클리 박사의 서술한 기질을 가지고 있는 수감자들의 공통적인 것들을 구체적으로 분석할 때, Primary와 Secondary를 나눈 심리학자 Karpman 이 Case Studies in the Psychopathology of Crime를 집필할 때, 이들이 공통적으로 발견한 것은 사이코패스적 기질은 반사회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들이 만났던 사이코패스적 기질 보유자들은 다 반사회성을 가지고 있었다.


정말 이 기질이 반사회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일까? 이미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하였기 때문에 반사회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일까?


'범죄자'들의 심리를 살펴보다 우연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정서적 심리적인 무언가를 발견하였다. 그리고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더 연구를 하였고, 이 기질을 가진 '범죄자'를 더 발견하였고, 그래서 이 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반사회적인 행위를 한다라고 냈다. 그리고 이 기질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어도 법망을 피해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고 이들도 같은 기질의 '범죄자'들과 같이 타인을 존중하지 않고,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만약 이들이 타인을 존중하고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다면 그것은 그냥 그런 척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헤어 박사의 사이코패스에 대한 기준에 정서적, 심리적 측면에 있어서는 해당된다. 하지만 헤어 박사가 만났던 나와 같은 기질을 가진 사람들과는 다르게 반사회적 행위는 하지 않는다. 길을 건너다가 차사고를 당한 쥐를 보고 불쌍히 여기는 등 생명의 존엄성을 인정하며, 모든 인간관계에서는 배려가 필수임을 주장하고, 사람들은 어떤 심리로 범죄를 저지르기로 선택하는지 도통 이해가 가질 않아 범죄심리학을 공부하기로 선택한 사람이다. 사이코패스에 대해 처음 배우고, 사람들은 나와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느끼지 않는다는 사실보다 나를 더 혼란스럽게 한 것은 나는 그렇담 나는 왜 반사회적이지 않을까? 였다. 그리고 내가 혹시 나도 모르게 주변 사람들에게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삶을 돌아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나의 인간관계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다를 바 없었다. 나는 사람이 사람다운 사람과의 인간관계에선 항상 배려와 존중을 보이는 사람이었으며, 소중한 인간관계가 또한 존재하는 사람이다.


19세기의 이탈리아의 정신의학자이자 법의학자인 롬브로소(Rombroso)는 다수의 범죄자가 가지고 있는 신체적 특징(두개골의 모양 등)을 연구하여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들 중 이런 신체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또한 범죄와 연관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 롬브로소의 주장은 후일 수천 명이나 되는 무고한 사람들에게 범죄자라는 낙인을 찍으며 고통을 주게 된다. 특정 기질이 범죄자 군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고 하여, 범죄자가 아닌 사람들 중 해당 기질을 보유한 사람을 '정상인의 가면'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낙인찍으며 '곧 해를 끼칠 사람들이니 미리 조심하고 피하자'라며 배척하고 고립시키고자 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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