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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o Jung Aug 14. 2018

기본적 배려

감정유입점의 다양성

    우리 중에 상처받거나 기분 상하기 위해 누군가를 만나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기에 서로에게 상처를 주거나 기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마음을 쓰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필수이며 가장 기본적인 배려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적인 배려'는 생각해보면 무척이나 까다로운 기술을 요한다.


    케이크를 싫어하는 사람이 기분 나쁘지 않기 위해 케이크를 피할 수는 있어도 케이크를 먹으면서 기분 나쁘지 않기는 어렵듯, 감정이라는 것은 사람이 의지적으로 그 유입을 결정할 수 없다. (감정 유입 후 그것을 컨트롤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또한, 위와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케이크를 먹으며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듯, 사람에 따라 '감정 유입점'은 매우 다양하다. 그렇기에 이 점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사람 둘이 만난 게 아닌 이상,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하여는 서로의 감정 유입 점을 알아가며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말로 풀어서 설명하면 더 복잡해 보이는 이 까다로운 기술을 우리는 인간관계를 맺으며 당연하게 습득해 사용하며 살아가고 있다. 심리학자 피아제의 인지발달 제 3단계 (7~11세 사이)를 거치며 우리는 자연스레 자기중심성을 버리고 타인의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발달하고, 이 이후엔 감정유입점이 달라 발생하는 상황들은 맞춰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상황들이 많이 발생함에 따라 점점 더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하지만 종종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렇게 당연하게 습득할 수 있기에 더욱더 기본적이라 생각될 수밖에 없는, 이 '배려'가 없어 우리의 삶을 피곤케 만드는 사람들을 경험하는데, 이는 크게 1) 배려의 의사가 전혀 없는 사람들과 2) 의사는 있으나 전해지는 것은 없는 사람들로 나뉜다. 개인적으로 1보다는 2의 경우가 참 안타까운데, 이런 케이스들은 보통 타인의 감정 유입점이 나의 것과 같다고 오인할 때와, 타인의 감정 유입점이 다수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과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1에 해당되시는 분들은 인간관계를 애초에 바라지 않으시는 게 모두가 편한 길인 듯하다)


    사회가 가지고 있는 '사이코패스들은 타인에게 배려를 보여주지 않는다'라는 편견을 살펴보면 1) 하지 않는 사람보다는 2) 하지 못하는 사람에 좀 더 가깝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피아제의 인지발달단계를 떠나 선천적인 (감정적, 인지적을 구분하지 않은) 공감의 결여와 자기중심적이라는 요인 때문에 '배려가 없다'라는 편견이 나온 것으로 보이며, 이는 배려할 능력이 갖춰지지 않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나는 이 글에서 사이코패스는 오히려 '기본적인 배려'가 매우 빠르게 발달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라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사회생활을 많이 한 사람이나,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기본적인 배려'에 조금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라는 인식을 은연중에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연식(年食)이나 사회생활의 연차가 많은 사람이 덜한 사람에 비해 인적 경험이 더 많이 쌓였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인적 경험이 많을수록 감정유입점이 달라 발생하는 상황들을 더 많이 경험하여 '기본적인 배려'는 더 자연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사이코패스는 인지적인 프로세스를 거쳐 타인의 감정에 반응한다. 사이코패스, 비-사이코패스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상대가 공감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부정적인 감정이 유입될 수 있는 포인트인데, 타인의 감정이 감지되어 반응하는 감정적 공감 프로세스에 비해 말이나 행동을 데이터에 대입하여 감정을 추론하고 반응하는 인지적 공감은 일단 데이터가 필요하기에 어려서는 그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어렸을 적에는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가진 사람이라면 '감정에 대한 적절한 반응의 부재로 인한 감정상함'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를 많이 경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최근에 여러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가진 분들과 이야기를 나눈 결과,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단어를 문자적으로만 받아들이고 단어에 내포되어 있는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예를 들어 보편적인 사람들은 '전쟁'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고 하는데, 사이코패스들은 [국가와 국가, 또는 교전(交戰) 단체 사이에 무력을 사용하여 싸움] 사전적 의미로만 받아들인다. 그러므로 보통 의미상으로는 감정과 무관한 단어를 사용할 때 상대방이 특정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인지하면 그 단어와 특정 감정이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안다. 이것 또한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기에 어렸을 적에는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가진 사람이라면 '부정적 감정을 내포하고 있는 단어 사용으로 인한 감정상함'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를 많이 경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위에서 언급하였던 다양한 인적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기본적인 배려'에 자연스러워질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가진 사람들 또한, '기본적인 배려'가 기질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자연스러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배려가 없다고 해서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고, 배려가 많은 사람이라고 해서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도 아니다. 좀 더 깊이 생각한다면,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가진 사람은 소수이기 때문에, 보편적인 사람들과 감정적인 무언가가 다르다는 것 정도는 어려서부터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느꼈을 확률이 크다. 이러한 이유때문에, 오히려 배려의 의사가 있으나 '타인의 감정 유입점이 나의 것과 같다고 오인하는 오류'로 인해 보여지는 배려가 없는 사람이라면, 편견과는 다르게,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가졌을 확률이 적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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