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7월 기준금리 결정,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대책
2025년 7월 10일, 한국은행 금통위는 7월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현재 한국경제는 대외 불확실성과 내수 부진 상황에 놓여 있다. 2024년 10월 금리 인하 싸이클로 진입한 이후 곧바로 내우외환이 터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조치로 글로벌 경제를 불확실성의 소용돌이에 밀어 넣었고,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은 체제를 전복시키진 못했으나 내수경제를 뒤엎어 버렸다. 그 어느 때보다 경기 부진 완화를 위한 '완화적 통화정책(금리 인하)'가 필요한 시기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번 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이유는, 거시건전성 차원에서 가계부채 누증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 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의 2.50% 수준에서 유지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하였다. 국내경제는 물가가 안정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당분간 낮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며 무역협상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하지만 수도권 주택가격 오름세 및 가계부채 증가세가 크게 확대되었고 최근 강화된 가계부채 대책의 영향도 살펴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였다.
- 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 (7월 10일) 중 -
실제 한국은행이 추산한 '서울 주택시장위험지수'는 올 상반기에 들어 재빠르게 재상승했다. 비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일부 서울 지역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급상승했다. 완만한 가계대출 증가세도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실질적인 실물경제 활성화로 이어져야 할 통화정책 효과가, 부동산 부문의 신용 집증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6월 27일, 정부당국은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조치이다. 해당 대책에 따르면 수도권 및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은 최대 6억 원까지만 받을 수 있다. 또한 집이 2채 이상이면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은 불가능하다. 본인이 거주하지 않는 집을 사기 위한 대출을 금지하고, 전세 보증금을 활용한 갭투자를 차단하고자 했다. 이번 대책은 풍선효과를 억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문정부 후반부에 가장 유의미한 효과를 냈던 대출규제를 강조했고, 부동산세금에 대한 이야기를 담지 않았으며, 다양한 공급 형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신호를 내비쳤다. 이재명 정부가 문재인 정부 당시 정책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7월 한국은행 금리 결정 또한 거시건전성 정책 기조에 발을 맞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실제 2024년 8월에도 금통위는 25년 7월과 비슷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에도 기준금리 완화 요건이 충족되었으나 부동산 부문 신용 집중이 우려되어 금통위는 금리 동결을 선택했다. 당시 일부 언론에서는 한국은행 결정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정부와의 정책 공조 효과가 나타나면서 9월중 가계부채 증가율이 꺾이는 흐름이 나타났다.
이번 정부 대책에 대해 불만 여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언론에는 가계대출 규제를 두고 '강남 입성을 막는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경남대 사회학과 양승훈 교수의 비평에 따르면, 이러한 '불만론'은 한국 사회의 뒤틀린 공론장 지형을 반영할 뿐이다. 무엇보다 이번 대책은 일시적이지 영구적이지는 않다.
"대출금리 3.5% 기준 30년간 6억 원을 원리금균등상환하면 매달 269만 원을 내야 한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을 가정해 6억 원을 대출받아 660만 원 정도의 월급을 수령해 원리금을 갚고 390만 원 정도로 생활할 수 있는 1억 원 연봉을 받는 사람은 30대 남성 중에 6%, 30대 여성 중에 3%다.... 맞벌이로는 30대 남성 중에 27%, 30대 여성 39%에 들면 되니 쉬워 보이지만, 이 계산에는 강남 아파트의 가격과 아파트 구매를 위한 자기 자본이 빠져 있다. 강남 3구의 아파트 가격 20억 원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50%를 가정하면 자기 자본 10억 원에다 10억 원을 대출받아야 한다. 월에 450만 원을 원리금으로 낼 수 있고, 10억 원을 이미 조달한 30~40대 인구는 또 얼마나 되겠는가."
내일 ‘당장‘ 가계부채가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확률은 낮다. 그러나 버블은 언젠가 터진다. 2008년 금융위기부터 1990년대 일본 버블붕괴에 이르기까지, 많은 금융불안은 특정 자산의 버블이 붕괴되며 비롯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2010년대 OECD 주요 선진국은 가계부채 비율을 낮춰왔다. 그 결과 현재 OECD 가계부채 비율은 60~70% 사이 범위에서 조금씩 하향하는 추세를 그려왔다. 반면 한국은 2010년대 이후 가계부채 비율이 폭증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부동산 건설경기를 의도적으로 부양하는 정책을 썼고, 동시에 수도권으로 주택 수요가 집중되면서 자산 불패 신화가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높은 가계부채 비중과 부동산 신용집중은 통화정책 효과를 제약한다. 실물경제와 기업투자 등으로 이어져야 할 금리 인하가 부동산 부문으로 집중되면 정책 효과가 제약된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가 단행되면 가계의 이자 비용 부담을 완화하여 소비 증진으로 파급된다. 그러나 부채가 특정 임계점을 넘어서면, 금리 인하가 소비 증진보다는 부채 상환으로 이어지면서 내수 진작 효과를 제약하게 된다.
물론 전 세계 어느 나라를 가나 대도시의 PIR 지수(소득 대비 주택가격)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고, 서울은 동아시아의 글로벌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신용집중의 문제는 한국 사회 내부의 구조적 문제의 연장선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부동산 불패 신화는 소득 대비 과도한 대출을 초래하며 자산 버블과 투기를 촉진하는 기제가 되었다. 이렇듯 서울 집값이 오르면 오를수록 주거비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고, 이는 청년들의 생애주기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부동산 부문 신용집중은 단순한 금융 불균형이 아닌, 한국 사회의 구조적 요인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그동안 한국 사회는 가계부채 관리에 상대적으로 미진했다. 이유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방법을 찾지 못했으며, 적당히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는 것만큼 경기를 관리하기 용이한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가 거시건전성 관리에 집중하는 기조는 ‘잘못된 고리를 끊는다’는 차원에서 적절하다. 현재 경제여건을 고려했을 때, 금리 인하는 하반기에 두 차례 정도 단행될 확률이 높다. 이재명 정부도 재정 역할을 강조하며 완화적 정책을 지향하고 있다. 그렇기에 초장에 부동산 부문을 누르고 다음 정책 국면으로 가야 한다는 전략은 매우 합리적이다. 물론 금리 인하기에 집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며, 강력한 대출규제는 단기적인 대책에 불과하다. 결국 가계부채와 연결된 한국 사회의 흐름을 크게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이 적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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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2025년 6월.
- 양승훈, 「상대평가 승리자의 불만, 불안한 외부자의 사회」, 경향신문, 2025년 6월 30일, https://www.khan.co.kr/article/202506302110005
- - 이창용 총재 「2024년 한국국제경제학회 동계학술대회」 기조연설, 2024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