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마사띠 May 22. 2019

굿바이 파르마뜨니케탄 아쉬람

박티요가 워크샵이 끝나고 이사를 한 날

박티요가 워크샵 마지막 날이었다. 간밤에 즐거웠던 Kirtan(음악잔치)이 프로그램의 절정이었다면 남은 시간은 차분히 정리하고 끝내는 일정이었다. 깍두기의 각종 놀잇감(종이접기, 그림 그리기 등등)을 가방에 챙겨 요가매트를 들고 마지막 날 수업에 들어갔다.


오전수업시간. 종이접기하며 노는 깍둑.

깍두기가 놀이에 빠져 있는 동안 나는 수업을 들었다. 홀로 온전히 집중하며 듣는 수업과는 사뭇 다르지만 이제 서로의 리듬을 맞추어가며 강약 템포를 조절할 수 있었다. 파르마뜨니케탄에서의 마지막 날, 마음은 여유로움을 다시 찾은 듯했다. 끝이 주는 평온함이 있는 것 같다.


흙장난에 심취한 깍둑
두껍아 두껍아도 하고
중간에 엄마 엄마 찾아가면서도 혼자 잘 노는...
앉아있던 곳에서 본 하늘
마음이 여유로울때면 찍게되는 발사진

열흘간의 아쉬람 생활. 재작년 Nasik에서 혼자 아쉬람에서 지냈을 때와는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좀 더 많은 생활적 요소들, 아이와 함께여서 조금은 더 긴장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들. 내 속도보다는 아이의 속도에 맞춘 하루하루들, 그리하여 생긴 텅 빈자리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들이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시간 그리고 좀 더 자주 올려다본 하늘.


느림과 빠름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잎사귀와 그 위를 비추는 빛과 파랗게 맑은 하늘 아래에서 우주적 시간을 떠올리며 잠시 까마득해졌다가 빠를 것도 느릴 것도 없는 나만의 리듬을 즐겨보자고 생각했다. 나와 깍두기의 원플러스원 리듬을.


이런 생각을 하다가 말다가 책도 보다가 말다가 아이와 두꺼비집을 짓다가 말다가 하고 있는데 수업을 끝내고 나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파르마뜨니케탄 아쉬람의 대표?이신 스와미지를 접견?하러 간다고 했다. 어느새 나타난 깍두기의 인도 오빠와 원플러스투의 느낌으로 손잡고 사람들을 따라갔다.


스와미지와의 접견

이미 열흘 동안 자주 뵌 분이라서 내게 특별한 감흥은 없었지만 사람들은 이미 눈이 하트가 되어있었다. 만났다는 것만으로 큰 감동을 받는 것 같았다. 함께 만트라도 한 소절 부르고 기념사진도 찍고 금방 행사?는 끝이 났다. 박티요가 Anandra선생님께서 각별한 요청으로 만든 자리 같았다. 유명한 분과 나름 면담을 하니 조금은 특별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사실 우리와 원플러스투로 함께 있던 인도 소년을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아쉬람 오피스 사람들 때문에 심기가 불편한 상태였다. 결국 깍두기와 나만 들어갔는데 가끔은 인도 사회 내의 사람에 대한 차별 같은 것을 겪을 때면 불쾌한 감정이 올라오곤 했다.


아쉬람에서의 마지막 점심을 먹고 나니 세시. 인도에 온 첫날 묵었던 오리엔트 게스트 하우스의 자얀트 사장님께 택시 예약을 해둔 상태였다. 방에서 짐을 정리하고 아쉬람 사무실에서 체크아웃을 했다. 우리가 묵었던 방이 3층이어서 큰 캐리어를 들고 내려오면서 힘 꽤나 써야 했다.

인도오빠와 마지막 인사
택시 기다리는 중에 노는 아이들

우리 이제 가야해 잘 지내라는 인사를 하고 인도 소년에게 약간의 용돈을 건넸다. 인도 아이들에게 돈을 주면 안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며칠간 내내 함께했던 아이에게 이모 같은 마음이 올라와 주는 용돈이었다. 아쉬운 눈빛. 택시를 탄 깍두기도 섭섭한지 오빠 보러 나중에 또 놀라 오자고 했다. 녀석들 붙어서 놀더니 정이든 거 같았다.


택시를 타고 산을 굽이굽이 돌아 타포반이라는 지역에 위치한 오리엔트 게스트하우스에 내렸다. 열흘간 아쉬람에서 잘 지냈고 이제는 좀 더 자유롭게 일정을 꾸려갈 수 있음에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보다 먼저 아쉬람을 떠난 룸메이트 유키코와 한국식당에서 저녁을 함께 먹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약속한 시간에 오리엔트 게스트 하우스 1층에 나타난 그녀. 함께 걸어서 락쉬만쥴라 다리를 건너 한국식당으로 갔다. 자주 왔다 갔다 했더니 한국식당에 일하는 인도 직원들도 우리를 알아보곤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유키코는 다음날 일본으로 돌아가는 일정이어서 그녀와의 마지막 인사이기도 했다. 우리는 깍두기를 위한 수제비, 그리고 라볶기와 김치전을 나누어 먹었다. 옆에 테이블에 앉은 유럽 커플은 일전에 먹었는데 너무 환상이라며 신라면을 주문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티베트 승려도 한분 있었는데...티베트 사람들은 정말이지 우리나라 사람들과 얼굴 느낌이 비슷해서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는데 아니었다. 이 다양한 조합의 사람들과 한국밥을 먹고 있자니 내가 인도에 와있다는게 새삼 실감이 났다.


한국식당에서 유키코와
오리엔트 게스트 하우스. 침대가 무지 넓었다.

그렇게 나름의 이사를 하고

이제는 람쥴라 다리가 아닌 락쉬만쥴라 다리가 더 가까운 곳에서 머물게 되었다. 이제는 한국 식당도 걸어다닐 수 있고 요가 클래스도 다양하게 선택해서 들을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 야호! 여행의 두번째 챕터가 야심차게 시작되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박티요가 둘째 날 Kirtan Nigh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