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r 마르 Jan 18. 2024

까미노 데 술

걷고 마시는 술례길 / 무료 와인 식수대

까미노를 걷는 묘미 중의 하나는 술이다.

저렴한 와인과 맥주등을 매일매일 즐길 수 있다.

이제 와서 말하자면 그날의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마시는 시원한 생맥주가 나의 걷는 원동력이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로컬 와이너리도 많아서 작은 마을 식당에서 순례자 식사(애피타이저 ~디저트, 음료포함)를 여러 명이 먹을 때 와인 한 병을 주고 다 마시면서 어디선가 와인 한 병을 무한정 마냥 다시 가지고 왔던 홈메이드 와인도 있었다. 그 정도로 여러 와인을 다양하게 많이 마시다 보니 내 와인 입맛 기준은 스페인 와인이 되었다. 어디에 치우치지 않은 적당한 드라이한 맛이다.


순례자들이 특히 사랑하는 장소가 있다.

 프랑스 길을 걷는 사람들은 이곳을 기대하며 꼭 들리는데 바로 무료 와인 식수대이다. 까미노를 걷다 보면 순례자들을 위한 물 식수대는 곳곳에 있는데 와인 식수대는 이곳뿐이라 다들 이곳을 지나치는 날에는 걸으면서 언제 와인 식수대에 도착할지 기대감에 가득 차 걷는다.


와인 식수대는 Navarra나바라 지역의 Ayegui 아예 기라는 작은 마을에 있다.

Pamplona 팜플로나와 Logroño 로그로뇨 사이에 위치한다.

출처 : https://www.atlasobscura.com/foods/camino-de-santiago-wine-fountain


정보를 찾아보니 나바라 Navarra 지역 자체가 12세기부터 지역와인으로 유명했고 나바라 지역의 아예기 마을엔 1891년에 이라체 수도원 Monasterio de Irache과 그에 딸린 와이너리인 보데가스 데 이라체 Bodegas de Irache가 설립되었다. 그래서 아예기는 보데가 와이너리에 속한 와인 밭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사람들은 설립 생긴 이래로 전부 이곳을 좋아한다. 와인 식수대는 수도원을 방문하는 st. james 사도 요한을 따르는 신도들의 피곤함을 풀어줄 생각으로 만들어졌다 한다.


순례길을 시작하면 처음 여권을 받고 등록하는 사무소에서 커다란 조개껍질을 까미노 데 산티아고 상징으로 주기 때문에 거의 모든 순례자들이 저 조개껍질을 달고 다닌다.  지친 순례자들은 저 조개껍질에다 와인을 받아 마시거나 준비해 온 물병에다 마시기도 한다.


이런 경우도 보았다.

당시 같이 걷던 일행 중 하나가 와인을 한가득 가져가고 싶은데 남는 병이 없는 것이다.

 물병의 물을 밖으로 휙 버리고 와인을 가득 채워갔다. 그런데 그건 비추천하는 게 정말 목이 마를 때는 물이 간절하게 필요할 때 와인은 별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엑스트라 빈 플라스틱 물병을 가져가 거기에 담아 가는 것을 낫다. 웃긴 게 이 와인 식수대를 지나쳐 목적지로 향하다 보면 와인에 취해 나무에 기대서 쉬는 소수의 순례자들을 목격할 수 있다. 과한 음주 트랙킹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여정을 방해하기 때문에 도착 후에 몸과 마음 편하게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다면 와인 맛은 어떨까. 개인적으로 내 입맛에는 안 맞았는데 어린 포도로 만든 느낌. 갓 만든 와인이라 나에겐 맛이 있진 않아 한 모금 마시고 따로 담아가진 않았다. 다만, 쉴 때 만난 다른 순례자들이 담아 온 와인을 같이 나눠 마시기도 했다.


그리고 스페인 생맥주가 정말 맛있는데

모두 외워서 가야할 단어.

Cerveza 쎄르베사. 맥주란 뜻이다. (참고로 Vino tinto 비노 띤또 _레드와인 /Vino Blanco 비노 블랑꼬_ 화이트 와인이다.)

특히 더운 여름날의 까미노 길에선 짐을 풀고 씻고 마시는 맥주가 피로를 풀게 해 준다.

대체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가 있을 때 마셔들 보시라. 자연 속 좋은 공기에서 많이 뭄을 충분히 움직이고 마시는 거라 잘 취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술을 주문하면 간단한 안주인 타파스 Tapas를 주는 경우도 있다. 그거 무료이니 그냥 같이 먹으면 된다. 대도시는 술과 타파스 가격이 따로이지만,

작은 도시나 마을은 원래 술을 주문하면 타파스를 준다. 그렇다고 타파스를 주지 않는 곳이 있다고 내놓라고는 하지 않기.

여름에 시원한 와인을 마시고 싶을 땐 Tinto de verano 띤또 데 베라노라고 여름의 와인도 괜찮다. 레드 와인에 탄산수와 얼음을 섞은 건데 처음엔 이게 뭐야 할 정도로 맛없는데 먹다 보면 자꾸 찾게 되는 마성의 맛이다. 마트에서 와인을 보틀로 사서 마신다면 적어도 3유로 이상의 와인은 마셔야 머리가 안 아프다. 와인따개는 보통 알베르게 주방에 있으니 한번 체크해 보길. 그렇게 까미노 길에서 알코올은 그날그날 목적지에 도착한 자신에게 주는 즐거움이 된다. 저렴하고 퀄리티 좋은 술을 마실 수 있어 한국에 돌아왔을 땐 술에 대한 입맛이 꽤 높아졌다.




술을 못 마시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테니 갈증 해소를 도와줄 이온음료도 하나 소개한다.

아쿠아리우스 Aquarius로 이거만 한 이온음료가 없었다.


작은 마을은 낮에 피에스타로 다들 낮잠 잘 때 슈퍼도 대체적으로 쉰다.

그럴 때도 Bar 바는 문을 열어두니 가서 아쿠아리우스 꼰 이엘로 Aquarius con hielo라고 주문하면 된다.

con hielo 꼰 이엘로는 with ice 얼음도 함께란 뜻이다.




이전 08화 성 야고보 축제를 피하려다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