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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 마르 Jan 23. 2024

산티아고에서 86.6km 더 걸으면?

0km 표지가 있는 세상의 끝이 스페인에 존재한다. 이름도 끝이라는 뜻의 Fin이 들어간 Finisterre 피니스테레 혹은 Fisterra피스테라 라고 불린다. 이곳은 산티아고에서 86.6km를 더 걸으면 나오는 곳으로 옛날 스페인 사람들이 세상의 끝이라 믿었던 곳이다.

내가 걸을땐 대다수의 순례자들이 이곳에 대해 모르다가 길에서 만난 다른 순례자들에게 들어 알게 된다.


산티아고에서 이틀 쉬니 몸이 근질거려 3일을 더 걸어 피니스테라에 도착했다. 작은 바닷가 도시로 관광지이기도 하다. 짐을 풀고 0km를 향해 표지판을 따라나서니 등대가 보였다. 등대가 있는 곳엔 거대한 바위들이 있어 사람들은 그곳에 하나 둘 앉아 해가 지는 것을 보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드럼통에 불을 피워 뭔가를 태우고 있었다.


피니스테라는 전통이 있는데 집에서부터 가져온 무언가를 태울 수 있다는 것이다. 무언가는 각자 마음 깊은 어떤 물건일 것이다. 나는 피니스테라도 이런 전통도 모른 채 길을 걷다 알았기에 내가 무엇을 태울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한국에서부터 가져온 산티아고 가는 길 책과 양말 두 쌍 중 한쌍을 태우기로 한다.


나는 등대의 드럼통에서 태우지 않고 마을 뒤편에 관광객들은 모르는 작은 해변으로 갔다.

그곳에 순례자들과 히피들이 저녁에 모여든다.

첫날밤엔 근처 다른 순례자에게 빌린 성냥으로 해변에서 책과 양말을 불태웠다.



솔직히 어떤 의미가 있는 물건이 있는 건 아니지만, 태우면서 내 안에 무언가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이미 피니스테라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마음 깊숙이 넣어둔 어떤 고통의 한 부분을 집에서부터 가져와 태우기도 했다. 내가 아는 어느 젊은 순례자는 순례자 증서를 태웠다.


둘째 날에도 뒤의 해변으로 가니 아는 순례자들의 얼굴이 보인다. 각자 맥주 한 병씩 들고 지는 해변에 앉아 일몰을 바라보았다.

핑크와 붉은빛으로 물드는 하늘은 내 마음에 행복이라는 충만감이 가득했다.

이렇게 내 마음이 행복감을 느낀 적이 있었던가.

순간의 행복일 뿐이었지만, 그때 느꼈던 채워짐을 기억할 수 있는 것만으로 기쁠 뿐이다.




*산티아고가 끝이 아니야 > 피니스테레 & 묵시아


1.  세상의 끝  Finisterre 피니스테레 (혹은 Fisterra 피스테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90km 정도 정확히는 86.6km를 걸으면 나오는 A Coruña 아 코루냐에 위치한 작고 예쁜 해안가 관광지이다. 옛날 스페인 사람들은 이곳을 세상의 끝이라고 생각해서 등대로 걷다 보면 0km 표지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곳으로 사람들이 모여 일몰을 다 같이 바라보기도 한다.




*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다. 걷지 않고 당일치기로 다녀오거나 버스 타고 여기서 머물며 쉬는 순례자들도 있다. 순례길 후 해변에서 즐기고 싶다면 가보는 것도 추천한다. 크고 작은 해변들이 있어 바다를 보며 햇빛을 쬐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내 개인적으로 스페인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이다.


* 피니스테레까지 걷는 것도 산티아고 순례 증명서와 다르게 추가로 발급해 준다. 그러니 걸을 때 여권에 도장받고 피스테라 순례 사무실에서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 피니스테레 전통 : 집에서 가져온 물건을 불태운다. 등대 앞에서 불태우는 걸 보았는데 이제는 금지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던 것 같다. 나는 그 당시 관광지 해변 반대편으로 언덕을 넘어가면 나오는 뒤의 해변에서 불태웠었다. 이 뒤의 해변에 순례자들이나 히피들이 모이곤 한다.


2. 영적인 Muxía 묵시아

묵시아는 영화 the way에도 등장했다고 하는데 피스테라가 관광지적인 느낌이 강하다면 묵시아는 종교적, 영적인 느낌이 강하다. 언덕 위에 바다를 바라보는 성당이 있는데 한번 불났다가 재건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두 번째 까미노 때 피니스테레에서 묵시아까지 버스를 타고 갔다. 작지만 아담하고 예쁜 곳이었다.


3. 걷는 순서 :산티아고에서 걷다가 2/3 지점에서  피니스테레와 묵시아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거기서 피니스테레 빠졌다면 그 후에 28km를 걸어 묵시아로 가도 되고 묵시아를 먼저 갔다면 피니스테레로 가도 된다.


가는 순서에 대한 개인적 팁을 알려주자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 묵시아 > 피니스테라* 가 더 낫다고 한다.

-피니스테레에서 묵시아로 넘어가는 코스가 더 힘들다고 들었다.

- 피니스테레에서 산티아고로 넘어가는 버스가 더 많다. (그래도 묵시아도 없진 않다)

- 여행의 마무리 겸 해변에서 쉬면서 피로를 풀려면 피니스테레가 더 낫다.


하지만 꼭 이래야 한다는 건 없으니깐 원하는 루트로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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