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경제학
일단 나는 직원의 입장이다.
대표의 입장이 아니니 정말 속 깊은 회계 부분까지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판매부수나 매입처에서 구매하는 가격을 알고 있고 매출을 체크해 본 결과 답은 확실했다.
서점에서 책을 판매하는 것만으로 돈을 벌 수 없다.
돈을 벌려면 일단 월세를 내지 않아야 제로베이스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손님들이 얼마나 올 것인가. 요즘은 인터넷 서점이 10% 더 저렴하게 판매하고 집 앞까지 배송해 주는데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 책방에 가서 책을 원가에 구입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렇다면 무엇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사실 나는 책방에서 일하게 되면서 브랜딩이란 무엇일까 다시금 고찰해 볼 수 있었다. 일단, 책방은 책만이 아닌 책방의 브랜딩이 굉장히 중요하다. 인터넷 서점이나, 종류가 많은 대형서점에 갈 수 있음에도 왜 작은 책방들을 찾아드는 사람들이 있을까.
그건 공간성에 대한 고유한 매력 때문이다.
책 판매만 두고 보자면 각 책방의 큐레이션 된 책 리스트를 보며 새로운 책들을 알고 구매하러 오신다.
또, 기업들에 책 큐레이션을 해주고 판매와 전시도 하고 시에서 운영하는 책 운영 사업 (북 페스티벌 같은 것)이 있으면 사업계획서를 열심히 써서 낙찰되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하지만, 책방에서 책만을 판매하는 게 아니다. 책 구매 외에도 책방에 손님들이 기대하는 것은 책이 가득하고 아늑한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하는 활동들_커피 마시기, 수업, 프로그램, 공연 관람_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책방에서 운영하는 것들은 북토크는 물론 책방과 결이 맞는 수업들로 프로그램이 매달 구성되어 있다. 대관도 한다.
예전에 애플스토어에 관련된 내용을 본 적이 있었다.
많은 기업들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판매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애플은 오히려 2001년 버지니아주에 애플 스토어 1호점을 냈다고 한다. 왜냐하면 고객들에게 경험을 판매하기 위해. 그래서 그런지 애플 스토어들을 방문하면 중심가에 위치하고 건축적인 면에서 미적으로도 굉장히 신경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곳에선 애플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세션들과 프로그램, 리페어등이 있다. 거리가 잘 보이고 빛도 잘 들어오는 통창으로 된 애플 스토어도 종종 보았다. 당장 구매하지 않아도 그곳에서 좋은 경험을 하고 온 고객들은 애플에서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간직할 것이고 그것이 언젠가는 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들의 전략이 성공했는지 현재는 2022년 기준 전세계 25개국에 521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듯이 책방은 좋은 공간에서의 좋은 경험을 판매해 수익을 낸다.
자주 가고 싶어지는 곳이어야 한다.
좋은 공간이 되기 위해선 일단 책방의 색(콘셉트)을 잘 잡고 유지하고 가꿔야 한다.
책방에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담백하면서도 다정히 대한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준비해도 사람들이 그곳을 모른다면 소용이 없으니
sns 홍보도 있지만 입소문이 나야 한다.
입소문은 역시 이미 좋은 경험을 하고 온 이전의 고객들에서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