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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 마르 Jul 15. 2024

일단 단편소설로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문학 워밍업

1년 전 오랜만에 소설책을 다시 읽으려고 하는데 너무 안 읽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초반 몇 장 읽다 덮었더랬다.

그런데 그 당시 장류진 작가의 신작 '연수' 판매가 좋았고 청취하는 책 팟캐스트 '서담서담'에도 등장했길래 궁금한데 이미 지른 책들이 많아 구매하진 않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장류진 작가가 연수를 계기로 다들 많이 대출하는지 연수는 물론 작가의 다른 작품들 모두 전부 대출로 없었다. 그런데 내 눈에 띈 건 장류진 작가가 참여한 단편집들이었다. 예를 들어 무슨 문학상 책이나 주제를 가지고 엮었던 책 등.  그 책들은 여러 작가들 작품들이같이 있어 그런지 다행히도 서가에 있었다.


그렇게 한 권 두권 단편집들을 읽는데 너무 재밌있었다. 호흡도 짧아서 지루해질 새가 없었고 덕분에 다른 좋은 작가들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문학소설을 읽고 싶은데 당장 바로 진입하기에 조금 부담된다면 단편소설부터 읽어보길 권해본다.

어떤 단편소설을 읽어야 할지 모른다 하시는 분들께 내가 좋아하는 단편 소설 책과 시리즈를 추천해본다.




먼저 ‘문학과 지성'의 <소설 보다>시리즈이다. 분기별로 사계절에 맞춰 4권이 출간된다. 제목이 이런 식이다. 『소설 보다: 여름 2024』각 계절과 년도에 맞춰 나오는데 3 작품만 실리고 한 작품 끝날 때마다 작가와 선정위원의 인터뷰가 실린다.


 얇은 책으로 부담이 없고 가격도 원래는 많이 착했다. 3,500원이어서 도서관에 비치된 소설보다 시리즈를 다 읽은 후 그 다음부턴 여러 권 구매해 나도 가지고 주변에도 나눴더랬다. 가벼워서 평소에 가지고 다니기에도 여행 때도 부담 없이 들 수 있다. 이 책으로 좋은 이야기와 작품을 많이 알게 되었다. 우연히 읽게 된 이주혜 작가의『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을 다 일고 오오 !감탄 하면서 작가의 다른 책들을 찾는데 알고 보니 내가 가지고 있던 소설보다 시리즈에 수록된 것이 아닌가. 발견의 기쁨이었다.


다만, 올해 2024년부터 종이값이 오른다는 여파로 책들이 리커버 되면서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소설보다 시리즈도 2천원이나 오른 5,500원이 되었다. 흑흑  천 원씩 올리지. 한 번에 2천원은 너무하잖아요. 대신 표지는 더 예뻐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좋은 가격에 양질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건 같으니 숨은 보석착기처럼 내 취향의 작가와 이야기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껴보자.

소설보다 시리즈 외에도 00 문학상 책들은 워낙 많으니 도서관에서 검색해 보면 된다. 또 관심있는 작가 이름으로 검색해 그의 작품인 실린 단편집들을 모아 읽어보는 방법도 있다.




단편집 책으론  『여행하는 소설』을 소개한다.

이 책도 장류진 작가를 검색하고 찾은 책으로 여행을 주제로 7편을 엮었다.  모든 짧은 이야기 속 빛과 어둠이 있었다. 단편소설 특유의 속도감과 재미있는 시도들이 있어서 즐겁게 읽을 수 있다. 또 여행이라는 매력적인 주제와 우리가 모르는 낯선 곳에서의 이야기라니 호기심이 더 발한 것도 있었는데 막상 책을 열어보니 설렘, 즐거움보다는 여행의 경험이 각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아리게 만든 이야기들이었다.


책 속의 일곱 인물을 통해

탐페레 공항 근처에 아직은 꿈꾸던 내가,

세비야의 아무도 모르는 주소를 찾아다니는 골목에서,

덴버의 친구집에서 생전 몰랐던 아이를 돌봐주면서,

 후쿠오카의 온천 숙소에서 어둠을 바라보던 삼촌을 떠올리며,

인도에서 만난 여행 친구가 갠지스강에  유영하듯 떠다니는 모습을 보며,

신혼 여행겸 쉬러 간 동남아 어딘가의 숲 속 전원주택에서 마주친 불편함이 내 인생의 숨기고 싶은 내적 불편함과 맞닿으며,

아버지가 이야기해 준 사막의 별을 시작으로 가게 된 우주에서

함께 유영했다.


모든 이야기가 좋았다. 이야기의 의미가 어리둥절할 땐 정보를 서치 해봤지만, 마땅한 답을 얻지는 못했다.

그런데 완벽히 이해는 가지 않아도, 알 수 없는 공감을 느끼는 건 왜일까. 모든 이야기들이 인상 깊었고 어떤 이야기는 내가 그 안에 있는 것만 같았다.




결과적으로 장류진 작가의 '연수'는 결국 아직도 읽지 못했지만, 그 책에 담긴 여러 이야기들은 이미 다른 여러 시리즈 속에서 찾아 읽었다. 지도를 들고 각 조각을 모으는 기분이 들어 즐겁고 신났다. 또한 장편소설로 넘어갈 수 있는 문학적 지구력과 근력이 생겼다. 여전히 초반 집중도는 살짝 떨어지지만, 그 고비를 넘기니 그대로 집중해 이야기에 빠져든다. 당장 두꺼운 소설을 읽는 건 이야기를 많이 읽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마음에 짐이 될 수 있다.


일단, 달리기 연습처럼 처음엔 짧지만 여운이 남는 단편 이야기들로 문학의 즐거움을 알아가고 호흡을 유지하고 점점 늘려가며 더 길게 달리다 보면 어느새 장편소설에 빠진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단편소설은 장편으로 가기 위한 워밍업보다는 각 이야기 그 자체로 반짝이는 시도와 재치, 감정들이 좋아 단편소설에 대한 애정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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