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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 마르 Jul 22. 2024

책을 소중히 다뤄주세요

책 다루기 에티켓

일하다 보면 마음이 복잡해지는 순간이 있다.

대다수의 손님들은 매너가 좋다. 책을 사랑한 만큼 책을 소중히 대하지만, 간혹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있어서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최소한의 에티켓을 말해보고자 한다.


어떤 손님들은 책방을 도서관처럼 취급한다.

책을 마음대로 읽고 즐길 수 있는 장소.

맞으면서 틀렸다.

책을 즐길 수 있는 장소이긴 하지만, 마음대로 편하게 읽기 위해 존재하는 곳은 아니다.

영리를 위한 곳이라 결국엔 다 판매해야 할 책들이다.

구매 전에 어떤 책인지 알아보기 위해 살펴보는 것은 좋지만, 그 자리에서 정독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표지를 쫙 펼쳐 읽어 흔적이 나게 읽기도 하고 깨끗하지 않은 손으로 읽어서 지문이 묻기도 한다. 어쩌다간 찢어져 있는 책을 발견할 때면 속상하다.

아무리 깨끗이 보존하려고 닦아내지만, 상한 책들은 결국 선택당하지 못한 채 매입처로 반품되고 폐기 처분될 운명이다.


또한, 거의 매일 와서 안 보이는 곳으로 가서 책 한 권을 정독하는 사람들이 있다. 문제는 그렇게 여러 날을 책을 읽으러 오면서 책을 단 한 권도 구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분명 책 한 권을 이렇게 다 읽었다고 자신의 알뜰함과 지식의 충만함에 만족하겠지만, 책방 종사자들에겐 그렇지 않다. 책을 마음껏 읽기 위해선 도서관에 가야 한다. 도서관은 책의 대여가 목적인 곳이고 마음껏 편하게 읽는 곳이기 때문이다. 신간이 없다면 희망도서로 신청하면 된다.


작은 책방들 같은 경우는 예쁘다고 방문만 하고 사진 찍고 책 몇 권 읽고 가는 게 아닌 그 책방이 유지될 수 있게 책 한 권이라도 구매하면 책방지기들이 마음에 힘을 얻을 것이다. 매번 책을 구매할 필요는 없지만, 한 달에 10번 방문해서 한 책을 계속 이어나가 읽어나갈 열정으로 그 한 권을 구매해 읽는게 어떨까. 좋은 책들을 책방에서 발견했으니 인터넷 서점에서 할인받아서 사야지!! 가 아닌, 책방이라는 공간에서 책을 사는 그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나는 책 판매 수익과 관계없이 매달 월급만 받아가면 되는 직원이지만 이런 장면들을 목격하면 마음이 좋진 않다. 분명 책방지기들 중엔 자신의 꿈을 이루고 싶어, 행복해지고 싶어 열심히 모아둔 돈을 들여 책방을 오픈하고 고심해 고른 책들을 선택해 놓았을 텐데 여러 속상한 상황을 마주하면 마음에 서서히 금이 가며 상처받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책방들은 보통 내규상

책방 의자들은 책을 구매하여야 앉아서 읽는 게 가능하다.  또한, 구매할 생각이 없다면 다음에 책을 데려갈 주인들을 위해 살펴보는 용도로만 책을 살짝 들어서 살펴보고 쫙 펼쳐보지 않길, 이 지면을 통해 권해본다.





도서관에서 만난 책들  & 최근에 변상한 책


그렇다면 도서관 책들은 어떤가!!

시민들을 위해 열려있는 공공 도서관.

너무 감사한 존재다.

혼자만의 시간 때 아침 일찍 가서 책과 나만의 시간도 갖고 아이와도 가서 책의 세계에 마음껏 빠진다.

특히 이렇게 더운 날 아이와 주말에 시원한 도서관에 가서 데이트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가는 그 순간들이 단순하지만 소중하다.


그런데 공공물이라고 막 다뤄진 책들을 발견하곤 한다. 줄 쳐진 책들을 참 많이 만난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을 다른 사람도 알아야 할까.

종이에 적으면 되지 않나. 이기적인 행동이다.

어린이 책은 엉망으로 낙서가 되어 내용을 알아볼 수가 없어 사서 선생님께 책을 들고 가 말씀드린 적도 있다. 또 한번은, 인기 있는 학습만화는 대출가능으로 나와있는데 자리에 없길래 문의드리니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숨겨뒀거나 가져갔을 것 같다고 하신다.


하지만, 나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희망도서로 읽고 싶던 책을 받고 신나게 읽다가 책에 음식물이 튄 것이다. 조금 묻은 정도가 아니라 기름진 음식이었는지 자국이 선명했다.

어디서 묻었는지 가늠도 안 왔다. 조금 가격이 있는 책이라 찰나의 고민을 안 했다면 거짓말이겠지.

한 페이지인데 괜찮지 않을까.. 그런데 내가 처음 읽은 사람인데 다음 사람들은 책을 읽을 때 이 장을 마주치면 얼마나 싫을까.

더 고민하지 말라고  아예 책에 붙은 도서관 바코드나 스티커를 다 뜯어버리고 새 책을 주문했다.

우리 집 근처 도서관 규정은 책을 손실하거나 손상하게 되면 새 책을 구매해 가져가면 된다.

비 오는 날 비닐로 새 책을 잘 싸서 도서관에  들고 가 손상으로 새 책을 사 왔다고 말씀드리니 잘 처리해 주셨다.


그제야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갖게 된 원래 책엔 음식 자국에 수정테이프를 칠하고 아이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다.


다시금 나도 반성을 했다.

내 책이 아닌 모두의 책이니 더 조심히 다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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