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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작 Sep 19. 2022

스터디 카페 예찬

맛있는 커피 포함


스터디 카페에 첫 발을 들인 것은 2021년 여름이었다. 무더위에 지친 데다, 한 달 간의 긴 방학을 앞두고 초등학생은 원격 수업을 했다. 유치원생은 긴급 보육을 신청할 수 있었지만  혹시 코로나에 걸릴까, 신청해놓고도 보내지 못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원격 수업 시간표에 맞춰 출석시키고, 2학년 형아 수업이 마냥 궁금한 유치원생이 줌 화면에 출연하지 않도록 말려야 했다. 초등학생은 익숙하지 않은 줌 수업에 집중을 잃기 일쑤였고, 엄마 눈에는 계속 지적할 아이의 행동이 보였다.


재택근무에 여러 장단점이 있지만, 한 가지 큰 단점은 일과 생활이 분리되지 않는 거였다. 일을 하다 눈을 돌리면 온통 일거리였다. 하필 컴퓨터가 있는 방은 세탁실 옆이라 세탁기와 건조기가 보내는 요청들을 바로 들어줘야 할 것 같았다. 아침 일찍 빨래를 돌려놓았다가, 다되었다는 노랫소리와 함께 철컥철컥 굳게 닫혔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건조기로 옮겼다. 빨래는 대부분 기계가 해준다지만 접어서 넣어야 할 네 식구 옷은 산더미처럼 쌓여갔다. 순식간에 아이들이 어지러 놓는 장난감들, 한 끼 차려 먹고 나면 쌓이는 설거지, 버려도 금방 다시 채워지는 재활용 쓰레기들... 밝은 낮시간에 본 창문은 왜 그렇게 더럽던지. 벌떡 일어나 창문을 벅벅 닦기도 했고, 어느 날은 선풍기를 분리해 먼지를 닦아내기도 했다.


남편이 모처럼 일찍 퇴근한 어느 날, 나만의 시간을 좀 가지리라 벼르고 별러 집을 나섰다.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잠을 못 자는지라, 커피를 마시기에도 애매하고, 낮에 검색해본 스터디 카페에 들러봤다. 허름한 건물 외관과는 달리 리모델링 한지 얼마 안 된 내부는 아주 쾌적했다. 시간권 결제와 자리 지정, 변경은 키오스크로 할 수 있었다. 사용 시간을 선택하고 사용료를 결제하고 좌석을 정하니 바코드가 찍힌 영수증이 나왔다. 그걸 출입구에 있는 리더기에 읽히니 문이 열렸다. 여러 군데 CCTV가 설치되어 있고 새벽에 청소해주시는 분이 있을 뿐, 무인으로 운영된다고 했다. 안쪽에는 투명한 유리 문이 달린 1인실이 있었고 바깥쪽에는 커다란 칸막이가 달린 책상들이 있었다. 책상마다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스탠드가 설치되어 있었고 노트북이나 태블릿 피씨 등을 충전할 수 있는 콘센트도 있었다. 공기청정기와 습도 조절기도 있어 쾌적했다. 필요하면 가져다 쓸 수 있는 독서대와 방석, 충전기와 무소음 마우스도 준비되어 있었다.


몬스테라와 식물을 좋아하는 나에게 군데군데 초록 식물로 꾸며진 내부가 마음에 들어 그날로 시간 충전권 100시간을 결제했다. 어느 날은 창문이 있는 옆자리에서, 다른 날은 복도 쪽에서 공부를 했다. 그곳은 고등학생 이상만 출입할 수 있는 곳이었는데 모두들 인강을 듣거나 승진시험, 자격증 시험 등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 보이는 분도 있었다. 새로운 세상이었다.


그곳에서 시간권을 다 쓰고 다른 스터디 카페도 탐방했다. 나는 칸막이가 없는 곳은 집중이 잘 안 됐고, 그렇다고 밀폐된 공간은 답답했다. 옆사람의 움직임이 방해되지 않을 만큼의 칸막이와 발받침이 있는 편이 좋았다. 스터디 카페마다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는데 커플이 많은 곳이 있는가 하면, 혼자 딴짓하는 애들이 많은 곳도 있었다. 집 근처에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 한 군데 정착하게 되었는데, 그곳은 관리자가 상주하는 스터디 카페였다. 관리자가 있으니 더 깨끗하게 관리가 잘되었다. 게다가 이곳은 간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고 도시락이나 음료를 보관할 수 있는 큰 냉장고도 있었다. 포스트잇에 이름과 날짜를 적은 뒤 각자가 가져온 음식물에 붙여 냉장고에 보관했다. 가는 길에 떡집에 들러 바람떡을 사다가 커피와 함께 먹는 소소한 루틴을 즐겼다.


요즘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곧장 스터디 카페로 출근한다. 바로 원두를 갈아 내려주는 아메리카노가 향긋하고 구수하다. 커피가 무료인데 4시간에 6천 원 정도인 데다가 카페보다 집중하기 좋아서 이곳을 선호하게 됐다. 가끔은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 공간을 전환해 주는 것도 좋다. 조용히 혼자 책을 읽거나 사색할 공간이 필요하다면, 집안일로부터 벗어나 나에게 집중하고 싶다면 스터디 카페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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